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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년차 교사가 학생들과 소통하는 특별한 비밀은? 안준철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저자와의 대화 기사
ⓒ 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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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 생활 26년, 인생의 절반을 학생들과 함께 한 중년의 교사는 이제 막 교단에 서려는 젊은 후배들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최근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를 쓴 안준철 교사는 지난 6일 생중계된 <오마이뉴스> 저자와의 대화에서 학생들을 대하는 선생님의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우선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자신이 오늘 겪은 경험을 예로 들었습니다.

"오늘 제가 지하철 타고 오면서 경험한 건데, 어떤 분이 자리에서 일어나시길래 저는 그 자리가 비어 있는 줄 알고 앉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야 이놈아!' 그러는 거예요. 그러면서 한참을 있다가 보니까 좀 온전한 사람이 아니에요. 미친 거죠. 시선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화를 낼 수는 없죠. 왜냐하면 미쳤으니까. 그 사람이 한 행동은 그 사람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고 매커니즘으로 나오는 거에요. 그러기 때문에 화를 낸다는 것은 난센스죠.

그러고 내려서 500원 환불하려고 티켓을 넣었는데, 500원이 나오니까 어떤 꼬마가 가져가는 거예요. 얘는 (500원을 거슬러 받는 걸) 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엄마가 '이 아저씨거야' 그러니까 제가 웃으면서 받았죠. 그때 내가 화를 왜 안 냈을까요? 아이니까. 오늘 내가 경험한 건데 미친 사람과 아이의 중간쯤에 있는 사람이 중고등학생인 것 같아요."

감정 기복이 심한 사춘기 청소년들을 아이와 광인의 중간쯤이라고 빗댄 안 교사의 비유에 참석한 후배 교사들은 공감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교사와 일반인의 차이는 탄성의 많고 적음의 차이"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의 저자 안준철 효산고 교사가 6일 오후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저자와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의 저자 안준철 효산고 교사가 강의를 하고 있다.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의 저자 안준철 효산고 교사가 6일 오후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저자와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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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의 효산고에서 26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안 교사는 이날 강연에서 학생들과 '부드럽게 만나고, 사과하고, 생명으로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교육전문가인 교사들과 일반인들의 차이는 부드러움의 차이라며 그것은 탄성의 많고 적음의 차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치 탁구 시합 중에 회전이 걸린 상대의 공을 받기 위해 부드러운 동작을 하는 것처럼 탄성을 줄이며 학생들을 대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반 아이 중에 탄성이 제로인 아이가 있어요. 학교를 안 왔어요. '학교 안 온 거야?', '아파서요', '얼마나 아픈데?', '왜 물어요'. '왜 학교 안 나왔어?', '나오기 싫으니까 안 나왔죠' 이러니까 대화가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제가 1분간만 나한테 시간을 주지 않겠냐. 1분간만 선생님한테 시간을 주고 나머지는 니가 100분 말해도 괜찮으니까. 그것은 뭐냐면 1분 동안의 탄성을 준거에요.

쭉~ 나가다가 40초 지났어요. 선생님은 뭐냐? 난 니 담임이고, 널 사랑하고, 그래서 니가 결석하니까 전화를 당연히 하는 거지. 내가 니 담임이 아니고 사랑하지 않으면 뭐하려고 전화를 하나, 냅두고 그냥 자르면 되지. 아무 말도 못해요. 잘못했잖아요? 그러면서 해결을 이렇게 하자고 해서 보냈습니다."

이어 그는 교사가 아이에게 사과할 것이 있을 때는 반드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것은 교사가 학생을 인간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학생들이 느끼게 하는 방법이라는 겁니다.

"시험을 보고 있는데 애가 이러고 있는 거예요. 커닝 페이퍼가 있겠죠? '너 손 좀 펴', '왜요', '손 좀 펴', '왜요', '너 나와 봐' 해서 폈는데 없어요. 이건 심각하죠. 제가 그 이야기를 어떤 선생님한테 했더니 '(아이가 커닝 페이퍼를 몰래) 던졌다'는 거예요. 그게 아니고 (정말) 없어요. 컨닝 안 했어요. (몰래 버렸을 거라는 생각은) 선입견이에요. 그때는 무조건 미안하다고 해야 돼요. 제가 이제 서너 번 사과를 했는데 나중에 시험이 끝났어요.

끝나가지고 어깨를 치면서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는 가니까 '선생님 괜찮습니다' 그랬단 말이죠. 그리고는 그날 한 시간쯤 있다가 우연히 만났어요 복도에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는 거예요. 물론 제가 의심하고 잘못했지만 사과를 받았다는 것은 자기를 인간적으로 예의를 갖춰줬다는 거 아니겠어요? 사과할 생각이 있으면 그 아이의 조건을 생각하지 말고 사과해야 돼요."

"교사의 전문성 중 핵심은 학생을 생명으로 대하는 것"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의 저자 안준철 효산고 교사가 6일 오후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저자와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의 저자 안준철 효산고 교사 저자와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의 저자 안준철 효산고 교사가 6일 오후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저자와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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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안 교사는 교사의 전문성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을 생명으로 대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반 아이들을 하나의 소중한 생명으로 대하기 위해 매 수업 시간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으로 출석을 부른다고 말했습니다.

"결론은 모든 아이를 바라 볼 때 눈이 빛나는 선생님이 되면 좋겠다는 건데, 그 방법이 그래서 제가 시작한 것이 뭐냐면 이름으로 출석을 부르는 것입니다. 한 달이 지나니까 이름이 다 외워지는 거예요. 그 담에 석 달 가니까 어떤 놀라운 현상이 일어나냐면 아이들 생명이 그대로 제 몸으로 오는거에요. 35명 아이들의 생명이 그대로 제 몸으로 오는거에요. 엄청난 경험을 했어요. 정말 행복해요. 그 아이들 하나하나와 삶이 이어지고."

한편 안 교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쟁교육은 미래가 없다면서 그것을 회복하는 방법은 순수성의 회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 교육에 대한 서로가 팽팽하게 맞서는 게 지금은 경쟁사회라는 거죠. 경쟁사회니까 경쟁사회에서 이길 수 있는 아이로 키워야 된다는 거에요. 이 경쟁사회는 미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사회를 변혁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워야 돼요. 그게 옳은 거예요. 그에 대한 철학 없이 경쟁만 배가되면 나중에 다 죽는 거예요. 순수의 회복이 거시적으로 이루어지든 미시적으로 이루어지든 우리의 과제…."

교직 생활 26년째이지만 여전히 해마다 '아이들을 어떻게 만날 것인가?'를 고민한다는 안준철 교사는 그의 저서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를 통해 모든 선생님이 꿈꾸던 교사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안준철 저자와의 대화 강연 동영상은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TV면과 아이튠즈 팟캐스트 '저자와의 대화'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 26년차 교사 안준철의‘시나브로’ 교실 소통법

안준철 지음, 문학동네(2012)


태그:#안준철, #저자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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