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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가수 강성호입니다. 어려선 유난히 노래를 좋아했던 소년이었습니다. 여섯 살 때 크리스마스 날 교회에서 '동방박사 세 사람' 이라는 노래를 독창해 어른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무척이나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후로도 항상 맘속으로 노래를 부르곤 했습니다. 학창시절, 군대시절, 사회에 나와 직장을 다니면서도 노래는 늘 저와 함께 했습니다.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어려서부터 꿈이었던 가수가 돼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어찌 가슴 벅찬 그 심경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 꿈을 간절히 바란다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요. 저는 그 말을 온전히 믿게 됐습니다."

신인가수 강성호(59세, 본명 강호성). 그의 꿈이 이뤄졌다.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나이에 신인가수로 데뷔한 것. 그것도 군산시청 청원경찰이 말이다. 왠지 모르게 근엄하고 무뚝뚝할 것은 청원경찰이 무대를 장악하는 가수라니∼. 성호씨의 가수데뷔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가수로 데뷔했다.
▲ 청원경찰 강성호씨 그는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가수로 데뷔했다.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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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씨는 요즘 일하랴 노래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1992년 4월 군산시청 근무를 시작한 그는 건설과 도로반장을 거치며 현재 철새조망대 청원경찰로 근무하고 있다. 근무복장만 보면 이 사람이 과연 신인가수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그러나 그는 대한가수협회 가수회원증을 보유한 정식가수다.

작년 7월 11일 타이틀곡도 나왔다. 이름 하여 <다시 못 올 내 청춘>. 이 곡은 <한방의 블루스>로 유명한 가수 전승희씨가 작사·작곡한 노래로 구절마라 성호씨 인생이야기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근무가 없는 날이면 방송스케줄을 소화하는 그는 불러주는 곳만 있으면 전국 어디든 달려간다.

"사실 현직에 있으면서 가수활동을 하는 게 조심스러워요. 근무지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출연을 사양한 적도 있죠. 지금은 봉사활동을 중심으로 소소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2년 후 정년퇴임을 하면 그때보다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을 거예요."

성호씨가 늦은 나이에 가수의 길을 걷게 된 배경에는 그간 활동해온 예술봉사와 무관하지 않다. 4년 전부터 몇몇 사람들이 모여 봉사단체를 조직했고, 그 뒤로 양로원, 교도소 등지를 돌며 노래로 봉사활동을 해온 그를 사내 공무원들이면 다 알 정도다.

"요즘엔 재능기부가 각광받고 있잖아요. 저도 오래 전부터 노래로 재능기부를 했습니다. 노래봉사활동을 하면서 마음은 뿌듯했지만 늘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어요. 봉사활동을 계속하면서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은 더해갔죠. 결국 용기를 내 작년 첫 앨범을 출시하게 된 거예요."

노래봉사가 가수데뷔에 점화제가 된 것. 그래서 그는 쉬는 날이면 으레 그랬듯 예술봉사를 나간다. 요즘은 자신의 노래를 알고 흥겨워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고.

어렸을 때부터 노래 꽤나 했던 성호씨. 그가 무대체질이라는 것을 안 건, 군대시절이었다. 이유 없이 무대서는 게 즐거웠다고 한다. 노래 잘한다는 이유로 선임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던 그는 군 제대 후 가수가 될 뻔도 했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해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렇게 숨겨져 있던 꿈이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뤄진 것이다.

타이틀곡은 '다시 못 올 내 청춘'이다.
▲ 강성호씨 생애 첫 앨범. 타이틀곡은 '다시 못 올 내 청춘'이다.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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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이룬 꿈이라고 일사천리만도 아니었다. 가수가 노래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몸소 체득했다는 성호씨는 서울 녹음실을 갈 때면 일부러 대중교통을 이용했단다. 이유인즉, 눈물이 나 직접 운전 할 수 없었다고.

4∼5시간 노래연습에, 작곡가 선생에게 녹음 퇴짜를 맞고 돌아가는 설움은 당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단다. 상처투성이가 돼 '다 늙어서 괜히 가수했다' 고 생각할 때 즈음, 녹음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성호씨 스스로 돌이켜보면 그런 시간들을 잘 참아냈기에 꿈을 이룰 수 있었다며 "모든 건 거저 이뤄지는 법이 없다"고 조언했다.

"가수가 되고나서 주위에서는 다들 회춘했다고 해요. 진짜 그런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설레고 힘이 솟아요. 어떤 분들은 돈 많이 벌려고 가수 됐냐고 물어보지만, 돈 벌거면 가수 안 했죠. 돈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는 거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남은여생 의미 있게 살고파 가수 됐죠."

퇴직 후의 삶이 더 기대되는 성호씨. 그는 우리네 이웃들에게 희망과 용기, 위안을 줄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자 한다. 60대의 희망이자 로망 강성호. 그의 이름이 무대에서 더 많이 불리기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서해타임즈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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