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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프원 이웃인 김성규 선생님께서는 집짓기전의 터를 텃밭으로 일구어 남새를 심었습니다. 원래 농사를 지어보지 않으신 분이지만 이 텃밭에 여러 해에 걸쳐 몇 가지의 쌈채소류와 김장용 야채를 심어 성공적으로 수확한, 도시농부 수준에 다다랐습니다.

텃밭농사만 5년째인 저의 이웃, 김성규선생님은 이제 농부 풍모가 느껴집니다.
 텃밭농사만 5년째인 저의 이웃, 김성규선생님은 이제 농부 풍모가 느껴집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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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로 조성된 땅이므로 돌이 많은 산 흙으로 복토되어 돌이 가득한 땅의 돌을 골라내고 땅을 만드는데 몇 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땅에 이웃이 꽃을 즐길 수 있도록 도라지와 분꽃, 해바라기를 심고 일부에는 매년 조금씩 다른 채소류를 심었습니다.

김선생님이 대지를 텃밭으로 일구면서 골라낸 돌이 탑이 되었습니다.
 김선생님이 대지를 텃밭으로 일구면서 골라낸 돌이 탑이 되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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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채소들도 김선생님께서 들이는 정성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깻잎, 근대, 고구마, 파프리카, 가지, 케일 고추, 파, 장단콩, 호박을 심었습니다. 순전히 퇴비만을 사용하는 유기농 재배입니다.

올해 가뭄을 견디고 있는 김선생님의 텃밭 작물들
 올해 가뭄을 견디고 있는 김선생님의 텃밭 작물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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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은 바로 옆에 모티프원 몫의 1평 땅을 일구어 모종을 심고, 두둑에 비닐을 덮어 김을 맬 필요조차 없게 만들어서 함께 돌보고 계십니다. 저는 단지 상추와 케일, 고추와 가지를 따 먹기만 하면 되니 이보다 더한 호사가 없습니다.

김선생님께서 저희 가족을 위해 일구어주신 모티프원의 한뼘 텃밭
 김선생님께서 저희 가족을 위해 일구어주신 모티프원의 한뼘 텃밭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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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심하게 가물어 김선생님의 발걸음이 더 잦은 편입니다. 물을 주기 위함입니다. 하늘의 뜻에 맡기자는 입장인 저도 큰 나무가 고사하는 이런 모진 가뭄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 호스를 구입했습니다. 정원뿐만아니라 김선생님의 텃밭에도 물을 길러서 줄 필요가 없이 호스로 뿜어내면 되니 저도 한 번씩 텃밭에 물을 뿌려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6월 24일)도 김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 김선생님은 오실 때 마다 일하시다가 드실 참으로 막걸리를 가져오십니다. 그리고 제 몫의 막걸리를 따로 담아 오시곤 합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잠자리에 들기 전 막걸리 한잔씩 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막걸리와 따로 진로소주 한 병을 가져오셨습니다.

소주를 드시는 것을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김선생님의 배낭에서 나온 진로 한 병
 소주를 드시는 것을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김선생님의 배낭에서 나온 진로 한 병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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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들이 케일 잎을 먹어서 살충제대신 뿌릴 것입니다."

요즘 쌈채소로 많이 소비하는 케일은 특히 병충해가 심한 채소이므로 벌레 먹은 자국이 없는 미끈한 잎을 만들기 위해서는 농약 사용이 잦은 작물입니다. 그래서 현명한 주부들은 오히려 벌레 먹은 케일을 고르기도 한답니다. 벌레 먹은 자국은 농약사용이 배제되었다는 증명이기도하니까요.

김선생님은 분무기에 소주를 담에 케일에 뿌렸습니다.

그 진로소주는 분무기에 담겼습니다.
 그 진로소주는 분무기에 담겼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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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케일에 뿌려졌습니다.
 그리고 케일에 뿌려졌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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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가 야채벌레의 살충제인지, 퇴치제인지, 아니면 기피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유해한 약품을 사용치 않으려는 김선생님의 노력이었습니다.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에 한 방울의 약도 사용치 않으려는 김선생님의 노력을 보노라면 먹거리야말로 존엄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다루어진 채소라면 야채 한 잎도 보약일 수 있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텃밭, #김성규, #헤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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