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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대선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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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놀고먹는 국회의원이 100명쯤 된다면서 국회의원 수를 100명 정도 줄이겠다고 주장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을 비판하면서 비례대표제 확대를 주장한 조성주 시민기자의 글을 보고 몇 가지 문제의식하에 이 글을 작성한다(관련기사 : <국회의원 줄이자? 이재오 의원은 틀렸다>).

필자는 국회의원수를 늘려야 한다는 조성주 시민기자의 주장에 대해서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도 비례대표의 수가 좀 더 늘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 한국의 국회의원 선출제도 변경논의는 국회의원 숫자는 300석이 넘으면 안 된다는 암묵적 합의하에서, 지역구 수를 줄이지 않으려는 쪽과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는 쪽이 맞서는 구도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조성주 시민기자의 주장의 근거와 논의가 좀더 신중하고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이루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 논의의 문제점

조성주 시민기자는 이재오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면서도 국회의원의 특권이 과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고, 그 특권을 보장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비례대표를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본인의 생각은 이 두 문제는 함께 엮어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례대표 수를 확대하는 주장은 할 수 있으나 이를 비용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국회의원의 활동보조비용을 특권으로 인식하여 효율성을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문제의식을 느낀다. 경제적 효율성을 기준으로 정치에 드는 비용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함을 느낀다.

물론 특권을 악용하여 사리사욕을 챙기고, 몰염치한 행동을 한 많은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그런 인식을 만들었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조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국회의원의 특권은 또 하나의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서 작동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으면 한다.

히틀러가 선거로 집권한 것처럼 민주주의하에서도 어느 한쪽이 절대다수의 지지를 받고 전횡을 부릴 수 있는 것이 가능하고, 소수자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그에 따른 위협과 제약을 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상황에서 주어진 것이 소위 말하는 국회의원의 특권이다.

그리고 국회의원의 세비와 국회의원의 비용을 보조해주는 것을 폐지하였을 경우 이는 돈이 많은 사람들만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며, 금권정치가 판을 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한국처럼 국회의원의 후원금 모금의 제약이 심한 나라에서, 국회의원 자신이 돈이 없거나 돈이 없는 계층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과연 정치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국회의원 활동의 기준은 무엇인가?

국회의원이 놀고먹고 있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놀고먹는 국회의원'이라는 단어 자체만 봐도, 경제적 효율성 개념으로 정치를 바라보는 인식이 이재오 의원이나 조성주 시민기자의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원으로서 활동을 열심히 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조성주 시민기자가 근거로 든 법안발의건수가 많으면 열심히 하는 것인가? 법안발의 해놓고 그 뒤로는 통과가 되든 안 되든 신경 안 쓰는 국회의원들도 많다.

국회의원은 지역구 민원해결, 자신의 공약사업 예산확보, 지역구 지자체 예산확보, 지역구 국고보조금 확보활동, 상임위 정책활동, 법안발의와 심의 활동 등 매우 많은 일들을 진행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해서 무조건 놀고먹는 것이라고 주장하면 안 된다.

국회의원이 할 일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하고 효율성의 개념을 가지고 정치활동에 들이댄다면,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정치적 활동을 그저 쓸데없이 반대만 하는 행위로 만들어버리고 민주적 정치활동을 저해하는 행태가 만연되도록 한다.

'세제곱근 법칙'에 대한 오해

조성주 시민기자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세제곱근의 법칙(cube rule, 한 국가에 필요한 국회의원의 숫자는 그 나라 인구의 세제곱근에 달한다는 법칙)에 따라 수보다 조금 더 많은 의원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근거로 한국의 국회의원 수가 100명 정도 더 추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수는 당연히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세제곱근의 법칙을 잘못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세제곱근의 법칙은 비례대표제가 아닌 상대다수제 하에서 승리한 정당의 우세 정도를 부풀려 더 우세하도록 해줌으로써 확실한 의회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이를 통해 의회 안정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일뿐이다. 그리고 이 규칙이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많다(Farrell, 2011. Electoral Systems 참조). 이를 근거로 비례대표제의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이다.

비례대표수의 확대가 가져올 장점이 무엇인가

조성주 시민기자는, 비례대표 확대의 장점은 "Every vote count in PR(proportional representation 비례대표제)"라는 비례대표제 확대를 주장하는 단체들의 구호처럼 모든 표가 계산되며 '사표'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전면적인 비례대표제 하에서 가능한 것이고, 조성주씨가 주장하는 것은 현 한국 선거제도하에서 비례대표의 인원수를 늘리는 것이다. 이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제3공화국부터 도입된 소선거제도에 비례대표 제도를 가미한 혼합선거제도로서 그 운용과정에서 여러 차례 배분방식을 바꾸었으며, 특히 제17대 총선부터는 시민사회의 요구에 의한 정치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1인2표 선거제도가 실시되었다(김영래, 박상신. 2009. '한국의 혼합선거제도와 정당체제의 변화연구' 참조). 1인선출 상대다수제도를 기본으로 하고 보완적인 비례대표제를 수행하고 있는 형태이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혼합형 선거제도인 것이다.

보완적인 비례대표제 실시로, 원내 진출이 힘들었던 진보정당이 원내에 진출하게 되고 10석 이상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등 나름의 제도적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 제도상황에서 조성주 시민기자는 비례대표의 추가적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로 소수자의 목소리가 더 잘 반영하고 지역에 매몰되는 정치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들이 좀 더 늘지 모르지만, 역시 다수자와 이익집단들의 대변자 또한 같이 늘 것이다. 지금도 주요 정당들은 비례대표 후보들을 각종 직능단체와 이익집단의 추천자들을 중심으로 선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비례대표가 느는 만큼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후보도 느는 것이다. 과연 비례대표 수의 확대가 조성주 시민기자의 목적만큼의 효과가 생길지 의문이다.

결론을 대신하여

조성주 시민기자의 목적처럼 한국의 선거제도가 좀 더 소수자를 더 많이 대변하고,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개선되기를 필자 또한 희망한다. 하지만 이를 위한 제도변경논의는 좀 더 정확하고, 숙고된 아이디어와 신중한 접근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정치불신에 기반한 제도논의는 정치를 더욱 국민에게서 멀어지게 할 뿐이다. 정치제도의 변경을 얘기하면서 효율성과 비용을 먼저 따지는 행태가 줄어들기를 희망한다. 그 결과는 결국 가진 자들의 정치를 강화할 뿐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정치를 오래 한 이재오 의원이 대선까지 나서겠다는 사람의 정치불신 조장 발언들이 참 안타깝게 다가온다. 본인은 아닌 듯 얘기하지만, 국회의원 이재오가 대선 후보로 나설 만큼, 또 다른 국회의원들이 놀고먹고 있다고 언론에 떠들 만큼 열심히 의정활동을 했는지 의문이다. 먼저 자기반성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태그:#선거제도, #국회의원, #국회의원 특권, #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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