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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으로 야근하려면 통상 밤 아홉 시 즈음에 도시락을 먹어야 합니다.
 경비원으로 야근하려면 통상 밤 아홉 시 즈음에 도시락을 먹어야 합니다.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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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각은 오전 1시 50분.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 모르게 잘 시간입니다. 하지만 저는 자다 일어나 '푼수처럼' 이 글을 쓰고 있네요. 그런 걸 보면 사람의 습관이란 게 참 무섭지 싶습니다. 이틀에 한 번씩 경비원으로 야근하는 제 직업 특성상 내일은 이 시간에 눈을 크게 뜨고 경비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하던 일이 안 돼 때려치우고 경비원으로 취업한 게 지난 1월 1일입니다. 북풍한설 몰아치던 날부터 야근하게 되었지요. '일머리'가 없어 어리바리하는 바람에 선배로부터 꾸지람도 많이 받고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기왕지사 작심하고 들어온 직장이었기에 무조건 참자고 자신을 위로했지요. 아이들이야 대학까지 모두 가르쳤으니 딱히 학비로 들어가는 돈은 없지만 당장 먹고살 만큼은 벌어야 했으니 말입니다.

정작 문제는 야근 때 닥치는 '수면'이었습니다. '짐승의 왕'이라는 사자조차도 잠을 자지 않으면 맥을 못 추는 게 인지상정이죠. 그러나 경비원으로 일을 시작하고 보니 지극히 당연한 그 수면이 이곳에선 어떤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예컨대 업무 파트너와 교대로 잠시 눈을 붙이는 시간이 새벽 2시부터 약 두어 시간입니다. 한데 맨바닥에 대충 깔판을 깔고 억지로 청하는 잠인지라 풍찬노숙과 다를 바 없습니다. 벌써 여섯 달이 다 돼 가는 지금껏 저는 단 한 번도 맘 놓고 숙면을 취해 본 '역사'가 없습니다.

이를 어디에 하소연하기도 애매한 게 현실이지요. 그러던 차에 제가 있는 건물이 리모델링하게 되었고 같이 근무하는 한 분께서 고위층에 이와 같은 우리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부탁하겠다고 하셨지요. 따라서 지금과는 다른 경비원들만의 휴식 및 취침 전용 공간이 마련되고 침대도 하나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벌써부터 두둥실 떠가는 하늘의 커다란 뭉게구름처럼 기대만발인 건 당연지사죠.

현재의 회사에 입사하기 전, '전태일 노동대학'에서 3년간 만학의 공부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배운 게 노동자는 당연한 본인의 권리를 주창하고 아울러 그 결실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러나 현실은 도무지 그렇지 않았습니다. 노동자의 권리 운운했다간 그야말로 한 방에 날아가는 것이 바로 경비원이란 직업이었으니까 말이죠.

불과 두어 시간이라 하더라도, 심야에 편히 잤으면...

작년 11월 2일자 한 일간지에는 "최저임금 4580원의 비애… 경비원 7만 명 쫓겨날 판"이란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경비원 40만 명이 '최저임금 태풍'을 맞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경비원들의 최저 생활 보장 취지로 시간당 4580원의 최저임금 100% 적용을 의무화했지만, 그러나 이 제도가 반대로 경비원의 일자리를 빼앗는 독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왜냐면 아파트 입주민들이 관리비 부담을 줄인다는 핑계로 단지마다 무인경비시스템(CCTV) 등을 통해 경비인력 최소화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 뉴스 말미에서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경기도연합회장이 하소연한 "(고작) 4580원 때문에 전국에서 7~8만 명의 경비원이 한겨울에 거리로 내쫓길 상황"이라는 지적은 가슴 아픈 현실의 반영입니다.

여하튼 전국적인 비정규직 경비원은 그 수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전국의 아파트 경비원 40만 명에 더해 경비원 송출회사인 이른바 경비용역업체가 전국에 3500여 개가 있다고 하니까요. 또한 이들 경비업체를 통하여 각처에 흩어져 배치된 경비원 숫자가 15만여 명이나 된다는 자료가 있는 걸 보면 저와 같은 경비원들도 이제는 권리를 주장해도 그리 무리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와 같은 '주장'을 제가 근무하는 회사의 상사가 본다면 당장 눈엣가시로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땅의 경비원들은 노조와 같은 믿을만한 조직이 애당초 없으니까요. 경비원이 속한 회사든 아니면 경비용역업체가 마치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맘 놓고 해고한다 해도 어디 가서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란 건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죠.

지난 2월, 저는 나흘간 일반경비원 신임교육을 받고 이수증을 받았습니다. 당시 사단법인 한국경비협회에선 경비원도 당당한 직업이니 어깨에 힘주며 열심히 근무하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현실에선 그런 건 차치하고라도 심야에 잠이라도 편히 잤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습니다. 불과 두어 시간의 짧은 것이라도 말이죠.


태그:#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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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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