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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구치 아케미씨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맨 왼쪽이 '노구치 아케미'씨입니다.
▲ 노구치 아케미 노구치 아케미씨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맨 왼쪽이 '노구치 아케미'씨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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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오후, 때 이른 더위가 찾아왔습니다. 박람회장 입구는 여전히 떠들썩합니다. 정문 옆에 여수시가 마련한 종합안내소에 들렀습니다. 그곳에 일본 관람객을 위해 '통역 자원봉사' 하는 사람이 있답니다.

종합안내소는 여수의 맛과 멋을 자세히 알려줍니다. '노구치 아케미'(48 여)씨는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합니다. 놀랍게도 다섯 남매를 키우는 어머니입니다. 아들만 내리 넷을 낳고 막내가 딸로 태어났습니다. 큰애는 중학교 2학년이고 막내는 초등학교 1학년이라네요.

요즘 "제가 해봐서 좀 아는데"라는 유행어가 있죠? 정말 제가 아는데요. 아들 셋 키우기 힘듭니다. 바쁘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케미씨는 다섯 아이를 키우며 자원봉사에도 나섰습니다. 대단한 열정입니다. 하루를 잘 쪼개 쓰나 봅니다. 그녀의 일상이 궁금해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여수세계박람회 정문 앞에 있는 종합안내소입니다. '노구치 아케미'씨는 이곳에서 통역 자원봉사를 합니다.
▲ 종합안내소 여수세계박람회 정문 앞에 있는 종합안내소입니다. '노구치 아케미'씨는 이곳에서 통역 자원봉사를 합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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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광객에게 오동도와 향일함 가는 길 추천하고 싶다

- 안내소에는 몇 시에 나옵니까?
"이곳에 시내버스를 타고 옵니다. 집이 돌산 청솔아파트인데요. 오전 7시 30분에 출발하면 8시쯤 도착해요. 등교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좀 복잡한데 큰 불편은 없습니다. 이곳에서 자원봉사 한지는 4일 됐네요."

- 다섯 아이들 키우느라 바쁠 텐데 힘들지는 않나요?
"물론, 힘들죠. 특히, 지난 5월 27일은 정말 힘들더군요. 연휴기간이라 사람들이 엄청나게 왔는데 여러 소동이 있었어요. 박람회 조직위원회와 관계된 일인데 여수시 안내소에 와서 항의하는 통에 이를 해명하느라 혼났습니다. 그러나 이 일 하면서 일본인에게 아름다운 여수를 소개할 수 있어서 좋아요. 피곤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큽니다."

- 종합안내소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요?
"여수시에서 운영하는 '외국어강좌'가 있는데 일본어를 가르쳤어요. 강의가 끝나고 3개월간 수업 없는 틈이 생겼지요. 그래서 박람회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기 위해 자원봉사를 신청하게 됐습니다."

- 여수를 찾은 일본 관광객에게는 어느 곳을 추천하고 싶은가요?
"오동도를 둘러보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돌산 끝에 있는 향일암으로 향하면 좋겠어요. '거북선대교'가 놓여서 이곳에서 향일암까지 50분이면 도착합니다. 여수의 아름다운 바다를 줄기차게 볼 수 있죠. 참 아름다운 모습을 만나게 될 겁니다."

노구치 아케미씨와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관람객을 기다립니다. 맨 왼쪽이 '노구치 아케미'씨입니다.
▲ 종합안내소 노구치 아케미씨와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관람객을 기다립니다. 맨 왼쪽이 '노구치 아케미'씨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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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화난 표정? 여유 가지고 엑스포 봤으면

- 고향은 어디인가요?
"일본 도쿄 옆에 있는 사이타마 현이라는 곳입니다. 제 고향은 바다가 없어요. 육지로 둘러싸여 있죠. 그래서 여수가 더 좋아요. 바다를 실컷 볼 수 있으니까요. 남편과 처음 만나 먹은 음식이 '간장게장'입니다. 처음 맛보는 음식이었는데 맛이 특별하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여수를 대표하는 맛이더군요. 지금도 즐겨먹습니다."

- 박람회가 한창인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요즘 일본은 한류바람이 뜨거워요. 한국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죠. 박람회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일본인이 있어요. 오사카에서 오셨는데 그분 말이 일본 관람객을 좀 더 많이 모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시기를 놓쳐 안타깝데요."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일본은 4월 말쯤에 '골든데이'라고 하는 연휴가 있어요. 그 기간에 박람회가 열렸으면 더 많은 일본 관람객이 이곳을 찾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또, 박람회 문 닫는 8월 12일도 마찬가지예요. 일본은 박람회가 끝나는 시점에 추석연휴가 시작되죠. 그때도 많은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을 텐데 박람회가 문 닫았으니 여수에 놀러 올 구실이 많지 않아요. 그 점이 아쉽네요."

- 박람회장 찾은 한국 관람객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기다리는 시간을 못 참는 듯해요. 마음이 모두 급한가봐요. 사정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닙니다. 짧은 시간을 내서 박람회장을 찾았는데 구경거리는 많으니 몸이 저절로 바빠지겠죠. 또 한 가지는 사람들 표정을 보면 화난 얼굴이에요.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웃는 얼굴로 엑스포를 봤으면 좋겠어요."

- 끝으로 바람이 있다면?
"여수에서 일본가는 교통편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배나 비행기 타러 부산이나 김포로 가려니 너무 힘들거든요. 특히, 최근에 광양에서 일본가는 배편이 몇 달 운영도 못해보고 폐지된 게 너무 아쉬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수세계박람회, #여수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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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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