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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 개발 예정지인 가리왕산을 대체할 수 있는 경기장 부지를 찾기 위한 공개토론회가 25일 저녁 강원도 춘천시 세종호텔에서 '가리왕산 스키장, 강원도 내 대안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열렸다.

가리왕산은 현재 '국가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돼 있는 지역으로, 환경단체들은 이곳을 활강경기장으로 개발하는 데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런 반면, 강원도청과 정선군 주민들은 가리왕산 외 다른 부지는 없으며, 가리왕산 개발로 훼손 위험에 놓인 지역은 전체 보호림 중 1%도 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이날 공개토론회는 환경단체 대표를 비롯해 지리학자와 국제스키연맹 대표 등의 전문가들과 함께 지역의 주민 대표까지 모두 발제자와 지정토론자로 참석했다. 찬성 측과 반대 측 모두가 참석해 어느 일방의 주장에 기울지 않은 균형 잡힌 토론회가 될 수 있었다.

특히 이날 토론회는 지리학자가 가리왕산을 대체할 수 있는 활강경기장으로 5곳이 가능하다는 발제를 하고 난 뒤, 지정토론자로 나선 국제스키연맹 대표가 그 5곳이 실제 경기를 치르는 데는 모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환경단체들이 가리왕산 대체지로 지목해온 '만항재'에 대해서는 발제자들 사이에 '지형적인 분석 결과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과 '경기장으로서는 물론, 환경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는 적합지다'라는 주장이 엇갈렸다. 토론회 주최 측은 이들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 등은 이후 좀 더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차복 박사가 가링왕산을 대체할 수 있는 활강경기장 부지로 가능한 지역 5곳을 분석한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이차복 박사가 가링왕산을 대체할 수 있는 활강경기장 부지로 가능한 지역 5곳을 분석한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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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복 박사 "가리왕산 대체지 상원산·백석산·두위봉 등 5곳 가능"

이날 공개토론회는 환경단체인 '우이령포럼'과 '가리왕산보전과 환경동계올림픽 실현을 위한 대책위'가 공동으로 개최한 것으로, 환경단체 회원들은 물론 강원도청 공무원들과 가리왕산이 소재한 정선군의 주민들이 대거 참석해 토론 분위기를 시종 뜨겁게 만들었다.

토론회 발제는 '가리왕산의 대안'과 '가리왕산 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 지정절차와 해법'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발제자로는 서울대 국제연구소 이차복 박사, 강원대 환경연구소 김휘중 센터장,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이 참여했다.

첫 번째 주제와 관련해서는 이차복 박사가 '지형 분석을 통한 정선, 평창 산지의 스키활강 경기장 대체지 검토'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했으며, 김휘중 센터장이 '광해지역의 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으로 활용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했다. 두 번째 주제와 관련해서는 서재철 국장이 '가리왕산 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 지정절차와 해법'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했다.

지정토론자로는 박수혁 <한겨레신문> 기자, 홍진표 태백생명의숲 사무국장, 어재석 국제스키연맹 대표, 고충일 정선군 번영 연합회 대표가 참여했으며, 사회는 최중기 인하대 교수가 맡았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차복 박사는 "GIS를 이용해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대체지로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산지를 찾아 현지 조사를 한 결과 입지가능지로 5곳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 박사가 지목한 대체지는 상원산, 백석산, 박지산, 두위봉, 백덕산 등이다.

이 박사는 이 산들이 세계스키연맹에서 정한 경기장 조건에 맞아떨어질 뿐 아니라, 접근성 면에서도 가리왕산에 뒤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산들은 편의시설 등이 위치해야 할 곳에서 봤을 때, 정선군과 평창군에 속해 주민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도 적은 편이다.

한편 이 박사는 만항재에 대해서는 지형적 측면에서 분석한 결과, "표고차를 800미터 이상 확보하는 코스 설계가 불가능"하고 "(만항재 위의) 함백산 정상을 기점으로 한 코스는 상대적으로 루트가 복잡"하다는 점 등을 들어 대체지로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휘중 센터장은 '현재 만항재 1459고지 주변 지역이 폐탄광 지역으로 황폐화되어 있는 점'을 들어 만항재를 개발할 경우 "폐탄광 등 기존의 훼손 지역을 활용함으로써 친환경올림픽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가리왕산 스키장, 강원도 내 대안을 찾아서' 공개토론회 지정토론자들. 왼쪽에서부터 박수혁 기자, 홍진표 사무국장, 최중기 교수(사회), 고충일 주민대표, 어재석 대표.
 '가리왕산 스키장, 강원도 내 대안을 찾아서' 공개토론회 지정토론자들. 왼쪽에서부터 박수혁 기자, 홍진표 사무국장, 최중기 교수(사회), 고충일 주민대표, 어재석 대표.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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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군 주민들 "가리왕산 유전자보호림 훼손 지역은 극히 일부에 불과"

이에 지정 토론자로 나선 어재석 대표는 이들 대체 가능한 지역들이 모두 활강경기장으로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어 대표는 "현장에서 직접 선수로 뛸 때의 관점이 중요하다"며 이차복 박사와 김휘중 센터장이 제시한 대체지들이 모두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원산'의 경우 급경사가 너무 많아 난이도 조절을 하기 어렵고, '백선산'과 '두위봉'과 '백덕산'의 경우 일부 경사가 너무 완만한 부분이 있어 국제 경기장으로 부적합하며, '박지산'의 경우 산이 암반으로 이루어진 악산에다 경사각이 커 낭떠러지 수준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어 대표는 만항재에 대해서도 "산꼭대기가 날카롭고 계곡이 깊은 데다 중하반부는 완사면이라 속도의 완급을 조절하기 어려워 코스로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만항재의 경우 코스가 들어설 자리가 정남향이어서 눈이 빨리 녹아 경기가 불가능하고 선수들의 안전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정선군 주민 대표로 참석한 고충일 대표는 "가리왕산 중봉은 주민들이 지켜온 숲"이라며 누구보다 가리왕산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피력했다. 그는 "경기장이 들어서는 지역에는 보존 가치가 높은 희귀목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선군 주민들이) 지난 12년 동안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매진해 왔다"며 "(그동안) 환경 지키고 올림픽 유치한 것 환경단체들이 한 일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활강경기장 대체지를 찾아보자는 환경단체들에 섭섭한 속내를 드러냈다.


태그:#가리왕산, #활강경기장, #2018평창동계올림픽, #정선군, #만항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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