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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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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지난 1월 10일과 11일 대구와 서울에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만났을 때 그는 이렇게 토로한 적이 있다.

"(역대 정권에서) 사조직에 있었던 사람들은 다 구속됐다. 하지만 나 구속되기 싫었다. 감옥가기 싫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엄청나게 노력했다. 내가 정치자금을 만들 이유가 없다."

돈과 관련해 자신은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태도였다. 그동안 CNK주가조작 연루와 SLS그룹 접대, 민간인 불법사찰 배후 등의 의혹이 불거졌지만 그는 건재했다. 하지만 현재 검찰에서 벌이고 있는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 수사를 보면 그의 '생존'은 위태로워 보인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10억 원 이상 수수 의혹 불거져

박영준 전 차관을 둘러싼 의혹을 캐기 위한 검찰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전방위 수사에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이 동원되고 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검찰에 출석한 25일,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와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박 전 차관의 서울·대구 자택과 사무실 등 3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 의혹과 관련, 박 전 차관은 파이시티 이아무개 대표로부터 2006년부터 2008년까지 10억 원 이상의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먼저 지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매달 박 전 차관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파이시티 관계자가 검찰에서 "건설업자인 이아무개씨를 통해 1000만~2000만 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이다. 이렇게 건네진 돈은 2억 원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박 전 차관은 서울시 정무국장에서 물러나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선거캠프인 '안국포럼'과 비선지지조직인 '선진국민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선거캠프의 핵심인물이었던 것이다.

박 전 차관의 돈 수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 대표로부터 "2008년 1월 24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쪽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해 10억 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얻어냈다.

이 대표가 10억 원을 전달했다는 당시에 박 전 차관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이었다. 이후 그는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지식경제부 차관'을 거치며 MB정권의 '핵심실세'로 불렸다. 하지만 본인은 "권력을 누린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이아무개 대표가 건설업자 이씨에게 건넨 돈은 6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60억 원이 넘는 로비자금 가운데 30억 원 이상이 최시중 전 위원장과 박영준 전 차관에게 건너갔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루어진 검찰수사 내용을 보면, 로비자금은 최 전 위원장이나 박 전 차관에게 직접 전달된 것이 아니라 건설업자인 이씨를 통해 건너갔다. 그런 점에서 이들에게 얼마의 돈이 실제 건너갔는지는 특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찰에서 나오는 액수조차 60억 원, 30억 원, 11억 원 등으로 엇갈리고 있을 정도다.

최 전 위원장은 돈 수수를 시인했지만 박 전 차관은 계속 부인해 오고 있어 실제 그에게 돈이 전달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돈을 전달했다는 이 대표와 박 전 차관은 고려대 동문으로 알려졌다.

민간인 사찰 수사팀도 압수수색... 박 전 차관 개입 정황 포착?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오전 양재복합유통센터 시행사인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관련 거액을 받은 혐의로 대검찰청에 소환되고 있다. 오전 10시 38분께 서초동 대검찰청 민원실앞에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도착하자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언론장악 몸통 최시중 구속! 낙하산 퇴출!"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다 경비원들에게 끌려나가고 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오전 양재복합유통센터 시행사인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관련 거액을 받은 혐의로 대검찰청에 소환되고 있다. 오전 10시 38분께 서초동 대검찰청 민원실앞에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도착하자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언론장악 몸통 최시중 구속! 낙하산 퇴출!"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다 경비원들에게 끌려나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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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대검 중수부와 동시에 박 전 차관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을 벌인 점도 의미심장하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우리 사건(민간인 사찰건)에서 박 전 차관은 아직 참고인 신분"이라면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있어서 중수부와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 과정에 박 전 차관이 개입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진 2010년에도 박 전 차관은 '몸통'으로 지목됐지만 검찰조사는 피해갔다. 하지만 최근 검찰의 재수사 과정에서 그가 최종석(구속)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과 통화한 사실이 포착됐다.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김충곤 전 점검1팀장 등이 민간인 사찰 혐의로 구속된 직후에 이루어진 통화였다.  

박 전 차관과 통화한 최종석 전 행정관이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을 통해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점에서 박 전 차관은 '윗선' 중 한 명으로 의심받고 있다.


태그:#박영준, #파이시티 개발사업, #민간인 사찰 의혹, #대검 중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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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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