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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넘치는 레오폴트 모차르트(신성우 분)와 순수한 열정의 모차르트(고유진 분). 특히 신성우는 아버지의 고뇌와 걱정을 락가수다운 면모와 카리스마로 잘 표현하였다.
 카리스마 넘치는 레오폴트 모차르트(신성우 분)와 순수한 열정의 모차르트(고유진 분). 특히 신성우는 아버지의 고뇌와 걱정을 락가수다운 면모와 카리스마로 잘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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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에 대한 영화와 뮤지컬은 많다. 영화 <아마데우스>가 살리에리의 열등감을 중심으로 천재 모차르트의 생애와 음악 작업을 조명한다면, 뮤지컬은 모차르트의 성장과 시련 고민을 보여준다.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 중(3.30~4.29)인 '모차르트 오페라 락'은 모차르트의 정신과 성격형성에 영향을 미친 여성들이 부각된다. 그의 순수함과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와도 같은 감성은 바로 어머니, 결혼할 뻔한 알로이지아, 부인이 된 콘스탄체 등 그를 둘러싼 여인들에 의하여 형성되었다.

사실, 이 이야기에서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나 모차르트에게 열등감을 품었던 살리에리 등의 남성도 등장하고 비중은 크다. 하지만 극중에서 실제로 모차르트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 크다.

1막에서 모차르트의 첫사랑 알로이지아가 처음으로 등장하여 노래를 부른다. 이 장면은 보라색 조명에 풍성한 드레스를 입고, 한껏 장식한 아름다운 알로이지아가 '딩-동-댕-동' 하면서 부르는 노래는 마법의 세계와도 같은 분위기다. 이 부분에 쓰인 몽환적인 리버브 음향은 마치 머릿 속을 울리는 동화 세계처럼, 이 뮤지컬 전반에 사용된다.

이것이 바로 모차르트가 살았던 정신세계인 것이다. 그를 천재로 단련시킨 아버지와 잘츠부르크로 음악여행을 온 그와 동행하며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하는 어머니, 그를 항상 지지하는 음악 동료인 누이 난넬. 그의 지지자들과 음악팬인 왕과 시민 사이에서 살리에리와 극장장 로젠베르크 백작은 모차르트의 방종함과 천재성을 질투한다.  

모차르트의 첫사랑 알로이지아(김민주 분). 1막에서 보라색 조명과 리버브 음향의 동화속 마법의 세계같은 분위기가 모차르트의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모차르트의 첫사랑 알로이지아(김민주 분). 1막에서 보라색 조명과 리버브 음향의 동화속 마법의 세계같은 분위기가 모차르트의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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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락오페라 공연답게 파워풀한 노래와 장면 구성, 조명으로 에너지와 다채로움을 보여주었다. 1막은 그를 둘러싼 주변 귀족세계의 풍경과 그의 천진난만함이 드러난다. 주요 스토리가 없어 보일 정도로 갑작스럽게 주어지고, 급전개되는 이야기는 다소 산만하다. 2막은 살리에리의 등장부터 모차르트의 죽음까지를 표현한다. 그가 감내해야 했던 상황들이 더욱 선율적인 멜로디와 장면으로 보여져 집중하여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재미를 준다.

한국 최초로 공연된 이번 '모차르트 오페라 락'은 캐스팅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고마운 공연이었다. 지난 21일에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 역의 이기동이 점잖고, 한국인의 '아버지'하면 떠올릴 수 있는 레오폴트를 연기했다면, 22일 공연에서는 신성우가 록가수로서의 목소리와 가창력, 그리고 뮤지컬 경험으로 신성우다운 레오폴트 역을 연기했다.

지난 22일 1막 초반에 레오폴트 역을 맡은 신성우가 들려준 노래는 캐스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며, 전날에 집중하지 못했던 1막 전체를 집중하게 해 주었다.

모차르트 역의 박한근(4/ 21 공연)은 다소간 힘이 부족했다. 부드러운 음색이 소년 철부지 모차르트에는 적당하기는 하나, 뮤지컬이니만큼 목소리로 관객에게 어필하는 면에서는 조금 부족해 보였다. 반면, 고유진(4/ 22 공연)은 좀더 다부지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록창법 다웠고, 연기면에서도 장난끼 있으면서도 의지적인 천재의 모습으로 보여 주어 공감이 갔다. 팬으로부터 큰 호감을 사고 있는 김호영의 모차르트를 보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다.  

2막에서야 등장하는, 살리에리 역의 강태을은 뮤지컬 팬이라면 익히 아는 그의 카리스마 있는 외모와 가창력으로 21일 공연의 전반적으로 부족했던 공연을 세우는 중심이 되고 있었다. 22일 공연에서는 살리에리 역의 김준현이 카리스마 있는 외모와 연기,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무대를 압도하였다. 그의 저음의 느끼한 목소리 또한 포인트였는데, 그것을 흉내내는 로젠베르크 백작(성열석)의 연기 또한 웃음을 자아냈으며, 특히 살리에리와 공연단이 관객석을 누비며 열창하는 장면에서는 그의 이동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2막에서 모차르트를 향한 살리에리(강태을 분)의 질투심이 락 오페라의 폭발적인 노래와 에너지로 보여진다.
 2막에서 모차르트를 향한 살리에리(강태을 분)의 질투심이 락 오페라의 폭발적인 노래와 에너지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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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배역은 고른 분포로 각각의 캐릭터에 맞는 연기와 노래로 균형을 유지하였다. 알로이지아(최유하, 김민주)와 콘스탄체(이해리, 곽선영), 난넬(홍륜희) 이 젊은 여성들은 모두 깔끔하고 아름다운 목소리와 연기로 극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보여주었다. 그외 모차르트의 어머니(장이주), 베버 집안의 어머니(최현선), 아버지(장원령) 역시 잘해주고 있었다. 특히 극장장 로젠베르크(성열석)와 베버 집안의 어머니(최현선)는 맛깔스런 대사와 애드리브로 관객의 웃음 포인트를 이끌어 내었다. 

한편, 음향이 문제였다. 21일 공연에서는 필요이상의 리버브 때문에 배우들의 노래와 대사 전달이 선명하지 않았다. 계속적인 울림은 몹시 불편하였는데, 성남아트센터의 건축구조상 비가 올 때면 내부 잔향이 심해진다는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22일 공연에서는 비가 거의 그쳐 아주 조금씩 뿌리고 있었는데, 기계적인 리버브의 사용을 줄인 것인지 정말로 건물의 자연적인 내부 잔향이 줄어든 이유인지 음향이 21일보다 조화로운 상태가 되어 있었다.

따라서 21일 공연에서는 음악, 연기, 음향, 안무, 무대, 의상, 조명 등 모든 요소가 부족해 보였던 공연이 22일 공연에서는 재미있고 락뮤지컬 다운 구성으로 각 요소가 서로간 좋은 영향을 주며 충족되어 보여지고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공연'이라는 특성상 '현장성'은 성패를 좌우하는 주요소인데, 캐스팅에서 보여지는 배역간 역량 차이와 '비'라는 자연요소가 음악에 직접 영향을 미쳐서 음악을 제외한 나머지 연기, 조명, 음향 등의 문제까지도 함께 두드러져 보이는 격이 되었다. 사실 아주 조금의 차이로 듣기 싫은 소리를 확성시켜 버리면 그 미세한 차이가 가져오는 무서운 파급력은 엄청나지 않겠는가.

실제로 21일 캐스팅으로 본 공연에서는 무대, 조명, 연기, 노래 등 여러 이유로 집중감이 떨어져 1막 내용의 파악이 어려웠으나, 22일 캐스팅에서는 이 요소들이 모두 조금씩 나은 수준이었으므로 아주 작은 차이의 요소들 사이의 결합으로 무척 보기 좋은 공연이 되었고 1막도 스토리 연결이나 장면 구성의 당위성이 분명한 1막으로의 존재 이유가 드러나고 있었다.    

록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 중. 모차르트(고유진 역)가 장래의 아내가 될 베버집안의 여인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록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 중. 모차르트(고유진 역)가 장래의 아내가 될 베버집안의 여인들에 둘러싸여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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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라는 천재의 이야기인 만큼 기대가 컸던 탓일까. 아니면 프랑스 뮤지컬을 우리화하여 소화하기에 약간은 어색함이 있어서인가. 그리고 좀더 록 뮤지컬다운 파워가 한국화된 공연에서도 지금보다는 한껏 발산되어야 하겠다. 성남아트센터의 관객들은 21일, 22일 공연 모두에서 기립박수로 화답하며 커튼콜까지 뜨거운 열기로 함께했는데, 왜 이렇게 비판적인가. 위대한 천재 모차르트를 더 가깝게 만나고 싶은 모자란 바람인가 보다. 

SBS와 성남문화재단이 주최하고, TBC 대구방송과 계명대학교가 제작한 '모차르트 오페라 락'은 팬의 성원과 함께 인기리에 공연 중이다. 공연은 3월 30일부터 4월 29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KNS서울뉴스(http://www.knsseoulnews,com)에도 함께 송고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하여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모차르트 오페라 락, #성남아트센터, #TBC 대구방송, #김준현, #신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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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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