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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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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권은 돈을 안 받은 선거를 통해 탄생한 점을 생각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인 만큼 조그마한 흑점도 남기면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11년 9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비서관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그러나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란 이 대통령의 주장은 그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의 인·허가 불법 로비자금 수수 의혹이 불법 대선자금 의혹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전 위원장은 23일 본인이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사건과 관련,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2004년부터 고향 후배인 (브로커) 이아무개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일부 시인하면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대선 캠프에서 일할 때 여론조사 등에 필요한 비용으로 이 돈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돈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받아 쓴 돈이다. 인·허가 청탁의 대상은 아니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사실 이 전에도 최 전 위원장을 둘러싼 불법 금품 수수 의혹은 많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최 전 위원장의 '양아들'로 통하던 정용욱 전 방송통신위 정책보좌역을 둘러싼 의혹이다. 정 전 보좌역은 김학인 전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한예원) 이사장과 통신업체,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등으로부터 수억 원대의 뇌물 로비를 받았단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지난 1월말엔 최 전 위원장이 지난 2008년 9월 추석 직전 친이계 일부 의원들에게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대한 대가로 돈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기존의 의혹과 전혀 차원이 다르다. 특히 최 전 위원장 본인이 해당 자금을 대선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실토했다. 이번 사건이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불법대선자금 사건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17대 대선 경선에서 여론조사로 박근혜 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제쳤던 점도 다시 주목되고 있다. 한국갤럽 회장을 지낸 최 전 위원장은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여론조사 관련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는 대선 본선에서도 이명박 캠프에서 여론조사 관련 업무를 전담했다.

그의 능력은 '역전극'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선거인단 득표수에서 박 위원장에게 432표 차로 뒤졌지만 여론조사 환산 득표수에서 2884표를 앞서 한나라당의 17대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다.

2003년 불법대선자금 수사 유재만 "대가성 관계없이 정상회계처리 안 됐으면 불법"

최 전 장관은 대가성이 없는 돈이었다고 피해가려 하지만, 지난 2003년 대검 중앙수사부 과장으로 불법대선자금을 수사했던 유재만 변호사는 이를 일축했다.

유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정상적인 회계처리가 되지 않은 자금을 정치적으로 관련된 사람이 사용했을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본다"며 "최 전 위원장의 당시 역할에 따라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자금법 공소시효는 5년. 이아무개 전 파이시티 대표는 지난 2007년~2008년 최 전 위원장에게 인·허가 청탁을 해달라는 명목으로 브로커 이아무개씨에게 10억여 원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구체적으로 돈을 건넨 시점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아직 공소시효가 살아있는 셈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자료 사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자료 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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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최 전 위원장의 대선자금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표면적으론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한 모양새다.

이와 관련,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지 우리가 뭐라고 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참모는 이날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민정수석실에서도 자세한 사항은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일부만 알고 있지 않았겠느냐"며 곤혹스러움을 드러냈다.

반면, 박근혜 위원장과 새누리당은 이번 사안을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 방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근혜 "법에 따라 모든 것 처리해야"

"당 차원의 대응을 논의하고 있나"는 질문엔 "지금 막 (최 전 위원장의 '대선 자금' 발언을) 들었다"며 "누구나 예외없이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하고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부언했다.

새누리당은 최 전 위원장의 '양심고백'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최 전 위원장이 돈의 대가성을 부인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불법자금 수수 혐의는 여전히 남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로 단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검찰 수사 이후에도 궁금증을 남겨 결국 특검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최 전 위원장도 누구로부터 어떤 명목으로 얼마만큼의 돈을 받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진보당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하다더니... 정권 진퇴 걸린 문제"

야당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함께 청와대로 화살을 돌렸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은 더 이상 단순한 인·허가 청탁비리가 아닌 불법대선자금 사건"이라며 "검찰은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수사해서 불법대선자금의 몸통을 정확하게 타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도 하루속히 이 사건의 진상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라"며 "최시중 불법대선자금 게이트는 민간인 불법사찰사건에 이은 정권의 진퇴 문제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안 통합진보당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인·허가) 청탁 대가 여부야 수사하면 나올 것이다, 본인이 밝힌 대로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면 대선자금에 불법성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실토한 것으로 이명박 정권 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임을 분명히 해둔다"고 규정했다.

그는 특히,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하다던 이명박 정권이 가장 부도덕한 정권이 돼가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 차원의 부정비리를 도려내고 일벌백계하지 못하면 남은 임기를 보장받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태그:#최시중, #이명박, #박근혜, #불법대선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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