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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두리
 잠두리
ⓒ 지성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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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2일) 잠두리와 각시소 길(전북 무주)을 다녀왔다. 각시소 길은 3년 전 처음 갔을 때는 사람 하나 겨우 걸을 만한 오솔길이 진짜 예뻤는데, 그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길도 넓어지고 많이 훼손되었다. 공기가 탁해진 건지 4대강 공사 때문에 먼지가 많이 날려 그런 건지 사진도 지저분하다. 3년 전 왔을 땐 완전 무릉도원이었는데! 이런 길이 있나 싶게 아름다웠는데. 제발 예쁘면 다치게 하지 말고 그대로 놔뒀으면 좋겠다.

잠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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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벗꽃이 바람에 흩날리고, 어느 멋진 시인의 아름다운 시가 떠 오른다..

잠두리에 가서
이형권

복사꽃이 핀 길을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그 사람의 등 뒤로
한없이 쓸쓸한 바람이 따라간다.
복사꽃이 피었지만
소식 한 자를 띄울 곳이 없는
또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그 사람의 등뒤로
한없이 야윈 강물이 흘러간다.
서낭재를 넘어간 누이가
돌아올 것 같지 않는
봄날이었다.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내겐 왜 이런 글 재주를 주지 않으셨는지, 신을 증오(?)하게 된다.

잠두리
 잠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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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잎들이 물을 듬뿍 머금고 있어 정말 아름답다. 청초, 그 자체다. 

잠두리
 잠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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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살 노모는 비 오는 아침 꼭두새벽에 내가 여행 떠난다고 부산을 떠니, 비도 오는데 내일 가면 안 되냐고 내게 말한다. 단체 여행이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했더니, 그런거냐고, 평생 여행 한번 못한 사람처럼 눈을 똥그랗게 뜬다. 처녀 때 갔던 금강산이랑 유럽 여행길 얘기를 백 번도 더 하던 사람이었는데.

잠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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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도 저물듯. 저 아름다운 자연도 어쩔 수 없나 보다. 세월의 무게를 힘겹게 이고 있다.

진달래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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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바위
 각시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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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시집살이가 너무 호되 며느리가 떨어져 죽었다는 각시바위. 이 청초한 강물은 4대강 공사 때문에 온통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오늘은 비가 그치려나. 이 비가 그치면, 아니 이 비가 안 그쳐도 나는 또 아름다운 산길을 헤메고 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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