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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에서 당선된 민주통합당 홍영표(54·부평 을) 당선자. 홍 당선자는 선거 막판에 조부의 친일파 경력 악재에도 불구, 인천 민주당 당선자 중 최다 득표로 당선됐다.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민주통합당 홍영표(54·부평 을) 당선자. 홍 당선자는 선거 막판에 조부의 친일파 경력 악재에도 불구, 인천 민주당 당선자 중 최다 득표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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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치르면서 공천 잡음이 심각했다. 여성 15% 의무공천, 야권연대와 한국노총 공천까지. 조건 자체가 복잡했다. 반발도 심해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한명숙 당 대표의) 리더십이 손상됐다. 과거 제왕적 총재나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경우, 전권을 휘두른다. 공천 취소도 신속했다. 대권 후보로 그만한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반면에 민주당은 집단지도체제로 민주적 절차를 거치다보니 시간이 걸리고 내홍이 나왔다."

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야권단일후보로 인천지역에 출마해 당선된 이들 중 최다 득표를 얻은 홍영표(54) 당선자는 사실 당선의 기쁨도 누리지 못했다.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하면서 정치적 인연을 맺은 한명숙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대표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바로 사퇴했기 때문이다.

홍 당선자는 "뇌물수수와 횡령죄로 실형을 선고 받은 사람에게 공천을 줄 수는 없었는데도 한국노총은 그런 인물에게 공천을 줘야 한다고 고집했다"며 "특정 정치인들은 자기 사람을 공천하지 않는다며 한 대표의 지도력을 훼손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18일, 홍 당선자를 만나 4.11 총선 평가와 함께 한 대표의 사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이번 총선 결과에 두고 "이명박 정부 심판장으로 유권자를 안내하는 데 실패했고, 그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보수언론과 보수진영이 만든 프레임인 '한명숙 참패'라는 평가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향후 의정활동 방향에 대해서는 "18대 국회에서 풀지 못한 비정규직과 일자리 창출 문제 해결을 추진하겠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할 의사를 밝혔다. 또한, 선거 기간에 드러난 조부의 친일파 경력 문제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죄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더 낮은 자세로 힘없는 약자의 편에서 예전 같이 함께 하겠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홍 당선자는 대선 승리를 위해선 당권과 최고위원회를 분리해 단일한 리더십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대표는 정권 창출과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경선을 만들고 수권정당으로 당 체제를 정립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중요한 위치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홍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한명숙 참패' 프레임... 잘못 됐다"

19대 총선 개표 결과 당선이 확정되자, 아내와 함께 웃고 있는 홍영표 당선자.
 19대 총선 개표 결과 당선이 확정되자, 아내와 함께 웃고 있는 홍영표 당선자.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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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총선 결과를 어떻게 보는가.
"이명박 정부 4년 실정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장이었다. 특히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국민들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투표장으로 연결시키는 데 일정하게 실패했다. 민주당의 부족함 때문이다. 그 부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나도 선거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생활고에 고통 겪는 것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

10대는 학업 스트레스와 학교폭력 등으로 자살하고, 20대는 일자리가 없어 고통을 겪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은 늘어나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으로 설 곳이 없어졌다. 50~60대는 노후 불안에 걱정이 많았다. 미래에 희망을 제시 못하는 현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비 22조 원이 어떤 돈이냐. 반값등록금을 실시하고 청년 일자리를 1만 개 정도 만들고도 남을 돈이다."

- 그런데 왜 선거에서 패배했나.
"보수언론 등은 한명숙과 야권연대가 참패했다고 보도했지만, 참패는 아니다. 총선 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언 등으로 힘들었다. 한미FTA와 관련, 나를 지지해주는 부평지역 중소기업인 100명을 만나면 99명이 왜 민주당이 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하느냐고 물었다. 김진표씨의 공천을 놓고 말이 많았으나, 김진표씨가 수원과 경기 남부지역의 선거를 견인했다. 임종석, 김진표 공천으로 몇 달을 끌었는가. 가치만 가지고 현실 정치에서 이길 수는 없다. 내가 주장하는 것이 절대선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 한명숙 대표 사퇴를 어떻게 보는가.
"민주당은 다양한 세력들이 함께 만든 정당이다. 그렇다 보니 당내에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한 대표가 지향한 통합 리더십은 시작도 해보기 전에 좌절됐다. 전당대회 후 바로 총선 공천과 야권연대 협상이 진행됐다. 공천이 얼마나 복잡하고 치열한가. 야권연대 문제뿐 아니라, 여성 15% 의무공천, 한국노총 공천 문제 등 너무 복잡했고, 반발이 심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의 리더십이 손상됐다.

과거 제왕적 총재나 박(근혜) 위원장은 전권을 휘두른다. 공천 취소도 신속하게 했다. 대권 후보로 그만큼의 권위를 인정한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집단지도체제라 민주적 절차를 걸치면서 결정 하나 제대로 못했다. 지역구 한 곳을 놓고 새벽 3~4시까지 회의를 하고 오전 6시에 다시 나와 회의를 하기도 했다."

-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패배가 아니란 뜻인가.
"보수언론이 만들어낸 '한명숙 참패' 프레임은 잘못됐다. 보수세력이 '박근혜 대세론'을 굳히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언론사, 대기업, 보수진영을 줄 세우고 총단결해서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프레임이다. 중도 노선의 합리적 세력에 좌절감을 주기 위한 프레임이다. 내용적으로 절대 참패는 아니다.

민주당이 안타깝게도 의회 과반을 넘지는 못했지만, 19대 국회는 18대 국회와 완전히 다를 것이다. 과거(18대)처럼 마음만 먹으면 4대강, 미디어법, 예산안을 날치기 했던 상황과 다르다. 민간인 사찰 청문회 등도 앞으로 답답할 수 있지만, 과거처럼 일방적인 독주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거여(巨與)'가 무너진 것이다.

민주당이 수도권 등지에서 10석 정도 더 얻었으면 좋았겠지만, 수도권에서 '7대 4'의 결과가 나왔다. 부산에서 2석 건졌는데, 패배한 후보 모두 40%의 벽을 넘었다. 문재인의 힘이다.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내부를 잘 추스르면 대선은 해볼 만하다. 대선 승리를 위한 최소한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본다."

민주당, 당권과 최고위원회 분리 필요

홍영표 당선자는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당권과 최고위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당선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경인운하를 끝까지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
 홍영표 당선자는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당권과 최고위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당선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경인운하를 끝까지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
ⓒ 부평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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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권의 패배 원인은 무엇이라 보는가.
"당내 리더십 부재와 총선 전략 부재, 일부 공천 실패와 김용민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통합진보당이 영남에서 몰락한 것이다. 권영길 의원을 배출했던 창원에서 적어도 2석은 나와야 했다. 진보신당이 출마하면서 선거가 어렵게 됐다. 울산, 거제에서도 패배했다. 거기서 4석을 가져왔다면…. 안타깝다. 인천에서도 (통합진보당 후보가) 남동에서 출마했으면, '7대 5'가 됐을 것이다. (진보진영이) 현실 정치세력으로선 탄력성이 없다고 본다."

- 향후 민주당 행보는?
"민주당은 순수 집단지도체제다. 선출직 6명이 같은 권한을 갖는다. 당 대표와 일반 최고위원을 분리하자고 이야기가 나오지만, 최고위에 진입하고 싶은 중진들이 반대하고 있다. 이번에는 당 대표와 최고위를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을 통해 당이 단일 리더십을 정립해야 한다.

당 대표의 책임은 향후 대권 당내 경선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공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벌써부터 당내에서 당권과 대권 선출방식을 놓고 의견이 갈라지고 있다. 결국은 국민참여경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문재인, 손학규, 정세균이 대권 후보로 거론된다. 정 고문은 당 대표로 나서야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우리가 후보를 결정해도, 안철수씨와 통합진보당 후보와의 야권단일화 등의 과제가 남는다. 그런 과정을 잘 관리하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본다."

"비정규직과 일자리 창출 문제 해결하고 싶다"

19대 총선 선거 운동 첫날 유세를 하고 있는 홍영표 당선자.
 19대 총선 선거 운동 첫날 유세를 하고 있는 홍영표 당선자.
ⓒ 부평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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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국회에서 희망하는 상임위원회는?
"개인적으로 일자리 창출 문제에 관심이 많다. 고용시장을 안정화하는 것, 즉 비정규직을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사회적 양극화를 막고 싶다. 또한 혈세 22조 원과 간접비용 8조여 원이 투입된 '범죄적 프로젝트' 4대강 사업에 대한 청문회를 꼭 하겠다.

18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에서 비정규직 문제와 4대강 문제를 집중해서 다뤘다. 가능하다면 이 문제를 매듭짓고 싶다. 지역적으로 낙후한 부평공단과 영세 사업장이 밀집한 청천농장의 구조 고도화 사업도 이 기간에 밑그림을 그려볼 요량이다."

- 인천지역 총선 결과가 여야 '6대 6'이다. 극적인 결과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언론사, 시민단체, 당내에서도 이번 선거에서 (야권에)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나는 이번 선거가 매우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고 봤다. 분단, 지역주의 등으로 인해 보수세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부평과 계양에서만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을 이겼다. 대부분은 5~10% 정도 밀린 상황에서 선거를 치렀다. 인천지역 선거 결과는 참으로 아쉽다. 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 인천이 전국 선거의 '바로미터'임이 입증된 것이다. 전국적으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정당 지지율을 합치면 새누리당과 딱 박빙이 된다. 그것이 반영됐다고 본다.

다만, 인천에서 서구강화 갑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쉽다. 또한 통합진보당이 남동구를 가지 않고 남구를 고집한 것이 아쉽다. 만약 남동지역을 선택했다면, 인천에서 '7대 5' 승부는 가능했다고 본다. 남구에서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특정 후보를 밀어줬다는 소문이 선거 전에 나왔다. 만약 우리(민주당) 후보가 출마했다면, 그 부분을 막을 수 있었다고 본다. 아쉽다."

- 당선 되고 올해 꼭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나 정책이 있다면?
"낙후한 산곡·청천동 지역에 주요 인프라가 될 서울지하철 7호선 추가 연장 사업을 위해서는 내년 예산에 160억 원이 편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한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계획이다. 2조2000억 원이 투입된 경인운하도 심각한 문제다. 계속 모니터하고 있다. 4대강과 경인운하는 (국회)상임위에 상관없이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토목건축사업의 문제점과 후유증을 파헤쳐 다음 세대에 교훈으로 남기고 싶다."

"조부 친일경력 진심으로 사과... 약자와 함께 하겠다"

- 이번 선거에서 조부의 친일경력이 막판 변수로 작용했다.
"일제강점기의 조부 행적에 대해서는 사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드릴지, 상당히 걱정이었다. 조상이 친일을 한 것은 문제지만, 과연 친일로 그 후손들이 호위호식하면서 살았는지를 봐 달라. 이런 측면에서 우리 집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버님도 당시 경기중·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진보적 지식인이었으나, 할아버지의 삶의 이력 때문에 시골로 낙향했다. 제가 초등학교 때는 집안이 참 가난했다.

유신 말기 제가 학생운동을 시작했고, 당시 많은 선후배들이 노동자·농민 속으로 들어갔다. 나도 옛 대우자동차 직업훈련원에 위장취업해 들어갔다. 대우차 민주화운동 등으로 옥살이를 세 번 했고, 다행히 정권 교체 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됐다. 제가 살아온 삶에 대해 유권자들이 평가했다고 생각한다."

- 과거가 현재를 규정하진 못해도, 조부의 친일 행적을 먼저 유권자에게 알리고 사과해야 옳지 않았는가?
"그 부분은 참으로 안타깝다. 어릴 때는 전혀 몰랐고, 나중에 알게 됐다. 일제강점과 한국전쟁 등으로 인해 집안에 여러 우여곡절이 있다. 친일 문제는 조부를 포함해서 분명히 청산해야 한다는 것은 확고하다. 그래서 광복회 의견을 받아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그분들과도 일을 같이 했다. 19대 국회에서도 그런 문제는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홍영표, #한명숙, #민주통합당, #경인운하,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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