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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교육청 .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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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 아래 도교육청)이 핵심 사업의 하나로 강력히 추진 중인 교원업무경감과 관련해 부서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학교 현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도교육청 인터넷 누리집에 6차 교원행정업무경감 모니터링 보고서를 올렸다. 이 보고서에는 도내 각 지역 초중고교에서 효율적인 업무경감을 이룬 모범 사례들을 수록해 각급 학교와 지역교육청 등에서 이를 적극 참고하도록 했다.

여기에 수록된 내용 가운데에는, 정기고사의 시험 출제와 관련해 교사 2명 이상이 교과목을 가르칠 경우 공동출제 했음을 증명하는 출제 초안지를 각각 내도록 했던 기존의 업무를 폐지한 학교의 사례를 우수 사례로 소개하는 부분이 있다.

해당 지면에는 "공동출제의 근거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관행적으로 물자와 인력을 낭비시키던 초안지를 폐지"한 것이 우수 사례라는 도교육청의 설명이 붙어 있다. 정식 출제 원안지 외에 따로 제출하는 공동출제 초안지는 그 동안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의 원성이 높았으며 불필요한 업무의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로 지적돼온 것이다.

이를 확인한 일선 학교에서는 공동출제 초안지를 내던 관행을 없애기로 하고 도교육청 교수학습지원과 장학사에게 확인 차 문의를 했더니 해당 장학사는 출제 초안지를 반드시 내야 한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업무경감담당 장학사가 우수 사례로 올린 보고서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답을 한 것이다. 같은 내용에 대해 부서가 다른 장학사가 각각 상반된 모습을 보인 셈이다.

이러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공동출제 초안지를 반드시 내야한다고 한 교수학습지원과 해당 장학사와 18일 오후 전화 통화를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도교육청 누리집에 올린 보고서를 통해  “공동출제의 근거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관행적으로 물자와 인력을 낭비시키던 초안지를 폐지”한 학교를 업무경감의 우수 사례로 소개했다.
▲ 경기도교육청이 우수사례로 제시한 보고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도교육청 누리집에 올린 보고서를 통해 “공동출제의 근거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관행적으로 물자와 인력을 낭비시키던 초안지를 폐지”한 학교를 업무경감의 우수 사례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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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장학사는 공동출제 초안지를 반드시 내야 하는 규정이나 지침 혹은 법률이 있느냐는 물음에 "공동출제를 하라는 교과부 훈령은 있지만 초안지를 내라거나 하는 등의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이 장학사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담당 장학사들의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공동출제 했다는 근거를 남기고 문제 발생 시 교사 보호를 위해 공동출제 초안지를 내라고 해 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정이나 법률 등의 근거 없이 장학사의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도내 모든 교사들이 그동안 수년 동안 공동출제 초안지를 제출해왔다는 것이 도교육청 장학사의 입을 통해 직접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현장 교사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도교육청이 업무경감을 한다면서 우수 사례로 내놓은 것을 다른 장학사는 안 된다고 하고, 그것도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담당 장학사들이 바뀔 때마다 개인적 판단에 따라 관행적으로 해온 것이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수원의 한 중학교 교사는 "불필요한 업무를 만들어 교사들을 괴롭혀온 것이 장학사 등의 교육 관료들이라는 게 슬프다. 알고 있었지만 탁상행정이라는 말이 새삼스레 느껴진다"고 말했다.

평택의 한 고교 교사는 "공동출제의 근거를 남기는 일은 교과협의록에 기록을 남기거나 하는 등의 다른 방법도 있는데 왜 굳이 교사들에게 이중적인 업무 부담을 지우려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실적으로 승진을 해야 하는 교육 관료들의 현실은 이해하지만 근거도 없는 일을 만들어 교사들을 괴롭히면서까지 그래야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해당 장학사는 공동출제 원안지 제출과 관련한 도교육청의 상반된 태도에 대해 "(공동 출제 초안지를 내지 않는 다른 방법을 찾아) 업무경감이 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향으로 긍정적인 검토와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그:#경기도교육청, #교원업무경감, #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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