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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치러지는 19대 총선 막바지, 여야가 대표 선수로 내세운 후보들의 자질 공방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후보들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부동층의 선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전체 선거 판도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여론의 집중포화는 민주통합당의 김용민 후보(서울 노원갑)를 향하고 있다. 김 후보는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쏟아낸 노골적인 음담패설, 여성에 대한 폭력적인 성(性) 표현, 노인 폄훼 발언으로 후보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6일에는 "한국교회는 척결 대상"이라는 개신교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이 추가로 공개됐다.

 

민주당은 김용민 막말, 새누리당은 하태경 망언

 

새누리당은 하태경 후보(부산 해운대기장을)의 과거 '독도 망언'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뉴라이트 대표 인사인 하 후보는 2005년 대학 동문 카페에 올린 글에서 "어차피 국제적으로 독도는 분쟁 지역으로 공인되어 있기 때문에 전쟁 아니면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적어도 일제시대에 한국이 근대화되었다는 것은 이제 어떤 입장이 아니라 팩트"라고 말하는 등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하고 친일을 미화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문대성 후보(부산 사하갑)는 오타까지 그대로 베낀 논문 표절 사실이 드러났지만 사과조차 거부하고 있다. TV 토론에 출연한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과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의 돌출 발언과 행동도 도마에 오른 상태다. 

 

여야는 상대 후보의 자질 문제를 거론하며 공방전에 돌입했다. 새누리당 이혜훈 선거대책위 종합상황실장은 이날 현안회의에서 "민주당은 이 분(김 후보)을 영입해 전략공천 했는데 영입대상은 한 정당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사"라며 "과연 이 분의 발언과 생각이 민주당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냐"고 공세를 취했다.

 

민주당도 하태경 후보를 거론하며 맞불을 놨다. 박선숙 사무총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끊임없이 한일관계에서 그 정체성을 의심받아 왔다"며 "일본과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후보를 공천한 것은 새누리당이 후보의 이런 생각을 인정하고 동의하기 때문인지 박근혜 위원장은 분명한 답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줄어들지 않는 접전 지역... 후폭풍 어느 쪽을 향할까

 

여야의 공방이 거세지면서 후보 자질을 둘러싼 논란은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더불어 전체 선거 판세를 좌우할 수 있는 막판 쟁점으로 부상했다. 특히 초박빙의 접전이 펼쳐지고 있는 지역이 많아 여야 모두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송·신문의 여론조사와 양당의 판세 분석을 종합하면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112개 지역구에서는 50여 곳에서 여전히 5%포인트 이내의 혼전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70여 곳에서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우세지역은 90여 곳, 민주통합당의 우세지역은 70여 곳, 자유선진당·통합진보당·무소속 우세 지역은 10~15곳으로 분류된다.

 

선거 전문가들은 접전 지역의 투표율과 부동층의 표심 향방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정권심판 정서를 강하게 가지고 있는 20~30대의 투표율과 역대 선거에서 승부 추의 기울기를 결정했던 40대의 선택이 초미의 관심 거리다. 

 

문제는 여야의 후보 자질 공방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느냐다. 현재 새누리당은 김 후보의 막말에 대한 공세를 앞세워 민간인 불법사찰과 정권심판론을 희석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함으로써 정권 심판론을 확산시키는 한편 민생 문제를 거론하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전체 판세 좌우하지는 않겠지만... 부산·경남에서는 민주당 불리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이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훼 발언처럼 전국의 선거 구도를 바꿀 정도의 파장을 몰고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 야권의 정권심판론 공세를 무디게할 가능성은 높다는 분석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이번 총선 결과는 현 정권에 거부감이 있지만 민주당은 적극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중도층의 표심과 투표참여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김용민 후보의 막말 논란이 커지면 아직 투표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투표 의지를 약화시켜 야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또 "보통 정권말 선거는 심판론이 작용하기 때문에 중도층이 야권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한데 (막말 공방으로) 야권으로의 일방 쏠림 현상이 약화될 수 있다"이라며 "반면 여당에는 지지층의 이탈을 막고 견고하게 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여야의 막말 공방으로 20~30대에서 일부 투표 의지가 약한 이들이 투표를 포기할 개연성은 있지만 전체 선거판을 본질적으로 좌우할 변수는 아니다"라며 "2008년 촛불이 치러진 선거에서 반MB 정서를 가장 강하게 표출한 젊은층의 표심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부산·경남 등 새누리당의 전통적 텃밭에서 여당과 야당 후보가 치열하게 접전을 펼치고 있는 지역에서는 민주당 등 야권에 더 큰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야권이 이번 총선에서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부산경남에서는 여당 후보보다 야당 후보의 말실수가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2004년 총선에서 정동영 의장의 노인 관련 발언이 울고 싶은데 빰을 때린 격이 된 것처럼 부산경남에서는 (김 후보의 막말이) 여권에서 이탈한 지지층이 맘을 되돌릴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희웅 실장도 "수도권 접전 지역 외에 충청권과 영남권에서는 야권에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태그:#김용민, #하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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