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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의 주역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이 남긴 비망록.
 민간인 사찰의 주역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이 남긴 비망록.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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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이 조직의 수장을 맡았던 이인규 전 지원관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를 고대한다'고 쓴 글이 발견돼 눈길을 끌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지난 2010년 법원의 민간인사찰 관련 재판기록을 입수했다. 이 글은 그 가운데 법원에 제출된 검찰의 압수수색 문건으로, 단 2장짜리 미완성 문서다.

2008년 8월 7일 작성된 이 글은 내용이나 형식으로 보아 이 전 지원관의 비망록을 적어놓은 노트가 압수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지원관은 첫 장에서 큰제목 '인고의 세월과 기다림'  아래 '한많은 추풍령 고개'라는 소제목을 붙인 뒤, 자신이 2006년 8월 16일자로 부산 종합고용지원센터 소장으로 부임했을 당시의 소회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부산이야 내가 청운의 꿈을 꾸며 청춘을 불태우던 제2의 고향이며 벌써 2번이나 근무하였던 곳이므로 모든 것이 반갑고 또 즐거웠다"며 "만나는 이들마다 정답고 모든 것이 익숙한 부산은 나를 환영하여 주었다"고 부산에서 일하게 된 것을 크게 기뻐했다. 그는 부산에서 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그는 "(부산 근무는) 사실 금의환향이 아니고 권한 있는 자의 필요에 의한 배치전환일 뿐"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렇게도 고대하던 정권 교체를 위하여..."

이인규 전 지원관은 이어 "이제부터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고 운을 뗀 뒤 "다시는 과천청사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 결심은 무엇인가 하여야 하겠다는 오기를 가져왔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그는 여기서 충격적인 말을 한다.

"이제부터 1년 반이면 닥쳐올 대선에서 그렇게도 고대하던 정권 교체를 위하여, 그리고 그 중심에 고향사람인 MB가 있어야 나의 남은 공직 3라운드가 평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기 대선에서 자신의 고향 사람인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어야 자신의 남은 공무원 생활이 보장될 것이란 얘기다. 이 전 지원관은 경북 영덕이 고향이지만, 이 후보의 고향인 포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더 나아가 "주말이면 서울에 오지 않고 대구, 포항, 울산, 마산 등 돌아다니며, 관련 모임에 참여하여 의견을 피력하고 당위를 주장하고 그저 신이 나서 활동했다"며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자금을 대준 것도 아닌데 내 돈 써가면서 열심히 돌아다녔다"고 밝혔다.

글의 맥락으로 보면, 현직 고위 공무원이 유력 대선 후보의 당선과 관련된 모임에 자비를 들여가며 분주히 뛰어다녔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 2010년 7월 민간인 불법사철 혐의로 구속되는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지난 2010년 7월 민간인 불법사철 혐의로 구속되는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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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써가며 열심히 돌아다닌 모임은 '영포회'?

'관련 모임'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정부 부처내 포항-영일 출신 공무원들의 모임인 '영포회'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이 전 지원관은 지난 2010년 민간인 사찰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에는 '영포회' 논란과 관련, "후배의 권유로 (모임에) 몇번 간 적은 있지만 회원은 아니다"며 관련성을 부인한 바 있다.

비망록의 둘째 장은 큰제목 '10년의 인고와 희망'과 '삼사해상공원에서의 조우'라는 작은 제목으로 시작되지만 본문은 더이상 기록되어 있지 않다.

이 전 지원관은 행시 29회로, 노동부 감사관을 거쳐 지난 2008년 8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부활되면서 지원관으로 임명됐으며, 김종익씨 사찰이 드러나면서 구속돼 10개월 형을 마치고 작년 5월 풀려났다.

그는 석방 직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수감 기간중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지 않은 데 대해) 내가 서운해하고 있다는 기사를 감방에서 읽었는데 그 내용이 다 맞더라"면서 "진충보국(盡忠報國)의 마음으로 일했을 뿐인데…"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태그:#이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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