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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로 만들어진 축사. 사방이 탁 트여 환하다. 햇볕도 잘 들고 환풍도 잘 된다.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진 축사. 사방이 탁 트여 환하다. 햇볕도 잘 들고 환풍도 잘 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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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쫙~ 들죠. 환기 잘 되죠. 바닥이 바싹 말랐잖아요. 저만치 강물 흐르고. 뒤로는 산이 보이고. 밤에는 별도 보여요. 이만한 데가 어딨습니까? 사람이 살기에도 부족하지 않잖아요."

들녘 비닐하우스에서 소 80두를 키우고 있는 이돈웅(48·전라남도 담양군 대전면 중옥리) 씨의 얘기다. 그의 축사는 일반적인 축산의 선입견을 깬다. 축사가 비닐하우스로 돼 있다. 창문을 열고 닫고, 필요에 따라 햇볕을 차단하는 시설도 자동화돼 있다.

"무턱대고 투자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처음에 시설비를 줄여보려고 고민을 많이 했죠. 그 방편으로 생각한 게 하우스 축사였어요."

이돈웅 씨의 비닐하우스 축사. 사일로가 서 있는 걸 빼면 겉보기에 일반적인 하우스와 다를 바 없다.
 이돈웅 씨의 비닐하우스 축사. 사일로가 서 있는 걸 빼면 겉보기에 일반적인 하우스와 다를 바 없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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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에서 사는 소들. 하얀 비닐 밖으로 들녘이 펼쳐지고 저만치 병풍산과 불태산이 보인다.
 비닐하우스에서 사는 소들. 하얀 비닐 밖으로 들녘이 펼쳐지고 저만치 병풍산과 불태산이 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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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가 있긴 했지만 하우스축사는 일반 축사 건축비의 절반으로 지을 수 있었다. 시설비만 적게 든 게 아니었다. 튼튼했다. 엔간한 태풍에도 끄떡없다. 환경도 다른 축사보다 쾌적하다. 무엇보다 햇볕이 아침부터 해질 무렵까지 줄곧 들어온다. '약볕'이 따로 없다. 한여름 한낮엔 차광막을 쳐주면 된다.

하우스 창을 올리면 산들산들 봄바람도 들어온다. 축사 바닥이 항상 말라있는 이유다. 창밖으로도 환하다. 산과 들이 다 보인다. 밤엔 별과 달도 친구가 된다. 갇혀 있으면서 받는 스트레스와는 거리가 먼 환경이다.

비닐하우스 축사에서 이돈웅 씨가 소에 줄 콩비지를 섞고 있다. 소들이 어서 빨리 주라며 독촉하는 듯하다.
 비닐하우스 축사에서 이돈웅 씨가 소에 줄 콩비지를 섞고 있다. 소들이 어서 빨리 주라며 독촉하는 듯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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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웅 씨가 소에 먹이는 콩비지. 두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로 사람이 먹어도 전혀 지장이 없는 식품이다.
 이돈웅 씨가 소에 먹이는 콩비지. 두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로 사람이 먹어도 전혀 지장이 없는 식품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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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만 별난 게 아니다. 소에 주는 먹이도 색다르다. 이씨는 일반 사료를 줄이면서 두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콩비지를 같이 준다.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서죠. 품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료 값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콩비지를 떠올렸습니다. 콩은 사람한테도 더 없이 좋은 것이잖아요. 당연히 소한테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죠."

콩비지는 가까운 광주의 두부공장에서 싼 값에 사온다. 날마다 오후에 차를 몰고 가서 직접 가져온다. 소도 잘 먹는다.

"비지 먹는 거 보세요. 싹-싹 핥아서 먹잖아요. 보고 있으면 정말 오져요. 이렇게 잘 먹는데 당연히 살로 가죠."

이씨는 콩비지로 사료 값을 절반 가량 줄였다. 같은 규모에서 매달 600만 원 안팎의 사료비가 드는데, 그는 300만 원으로 해결하고 있다. 소의 품질은 상인들이 보증한다. 가격도 더 받는다. 다른 농가보다 발품을 더 팔아 콩비지를 가져다 먹인 보람이다.

이씨의 축산분뇨 처리방식도 눈길을 끈다. 그는 축산분뇨를 퇴비로 만들어 주변의 벼 재배 농가에 그냥 뿌려준다. 대신 가을 수확이 끝난 다음 볏짚을 거저 가져온다. 부산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면서 믿을 만한 볏짚까지 얻을 수 있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콩비지로 사료값을 줄이고 있는 이돈웅 씨가 축사에서 콩비지를 소에 주고 있다.
 콩비지로 사료값을 줄이고 있는 이돈웅 씨가 축사에서 콩비지를 소에 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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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웅 씨의 비닐하우스 축사. 소들이 줄지어 콩비지를 먹고 있다.
 이돈웅 씨의 비닐하우스 축사. 소들이 줄지어 콩비지를 먹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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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내실있게 소를 키우고 있는 이씨지만 축산경력은 그리 길지 않다. 본격적으로 소를 키우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제가 농고 축산과를 졸업했는데요. 소를 키우기 전엔 노래방 운영을 오래 동안 했습니다. 그런데 노래방 해가지고 아들 셋을 도저히 가르칠 수 없더라고요. 옛말에 우골탑(牛骨塔)이라고, 소 키워서 대학 보낸다고요. 제가 그랬어요. 애들 대학 보내려고 소를 키우기 시작했죠."

막상 소를 키우고 보니 삶이 바뀌었다. 노래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우선 술을 마실 기회가 줄어 좋았다. 필요 이상의 아첨을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손님이 언제 오나 목 빼고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낮에 일하고 밤에 쉴 수 있어 몸과 마음도 편했다.

"지금은 떳떳하게 살죠. 일도 적극적으로 하고. 소득도 내가 일한 만큼 주어지는 것 같아요. FTA도 걱정 안 합니다. 생산비를 줄이면서도 고품질을 만들고 있는데 뭐가 걱정이겠습니까."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로 환하게 웃는 그에게서 축산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앞으로도 사료값을 줄이면서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부단히 연구하겠단다. 돈을 조금 더 벌면 비닐하우스를 떠나 소를 완전히 방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소에 콩비지를 줘 사료값을 절반으로 줄인 이돈웅 씨가 볏짚 앞에서 소에 콩비지를 먹이게 된 사연을 얘기하고 있다.
 소에 콩비지를 줘 사료값을 절반으로 줄인 이돈웅 씨가 볏짚 앞에서 소에 콩비지를 먹이게 된 사연을 얘기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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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콩비지, #비닐하우스, #이돈웅, #한우사육, #콩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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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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