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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탉은 암탉을 몇 마리씩이나 거느린다고 한다.

여차저차해서 암탉 서너마리를 거느리던 숫탉이 암탉 한 마리와 살게 되었는데 무척이나 암탉을 괴롭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주인이 중탉을 몇 마리 사다 우리에 넣어줄 생각을 했다. 그러자 닭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낮에 사다 넣으면 다 쪼아서 죽일 수가 있습니다. 밤에 잘 때 우리에 넣으면 아침에 자기 식군줄 알고 기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닭대가리라는 말이 나왔어요."

 

사실여부를 떠나 그럴듯한 이야기라 생각하며 웃는다.

그런데 이번 총선을 생각하며 '닭대가리'라는 단어를 생각하니 씁쓰름하다. 길게 얘기하면 괜시리 사찰당할라.

 

밥상에 올라와 입맛을 내는 것들이 있다.

봄나물이 그렇고 짭짜름한 조기같은 생선구이가 그렇다. 밥상을 풍성하게 하고, 밥맛나게 하는 존재다.

 

사람에 대해서도 말할 때에도 "밥맛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사람도 밥맛나게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은 확실한듯하다. 정치인들 중에서도 이 세상 살맛나게 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기왕이면 이 세상 살맛나게 하는 정치인을 뽑아야 할 터인데, 총선을 앞두고 표를 구걸할 때에는 너도나도 세살 살맛나게 해주겠다고 난리들이지만, 되고나면 왜 그리도 밥맛없게 만드는지.

 

그것을 잘 식별하는 눈을 가진 국민이 지혜로운 국민이겠지.

맨날 그 나물에 그 밥같은 인물들 뽑아놓는 것은 자업자득이지, 뽑힌 이들에게 책임 물을 일도 아닌듯하여 씁쓸하고 또 씁쓸하다.

 

그야말로 대가리만 남았다.

국물을 우려내는 데는 그만일 터이다. 잘 우려진 국물은 해장도 시켜주고 속도 풀어줄 터이다. "어 시원하다!"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국물, 몸통은 갔어도 대가리만 남아서도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다.

 

근자에 자기가 몸통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다.

몸통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몸통 떼고 남은 대가리, 그거 국물 우려내면 헛구역질나는 것이 아닐까?

 

심해에 사는 것들은 불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눈의 흔적은 간직하고 있단다.

심해생물도 아니니 새우도 눈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터인데, 잠시 망각했다. "눈이 있구나!" 그러니까 새우눈, 실눈, 가재미눈 등등의 이야기가 있지.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눈이 없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무서워하지 않는 것을 보면 꼭 그렇다.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온갖 치졸한 범법행위까지 마다하지 않고서도 여전히 당당한 것을 보면 그들은 국민에겐 눈이 없다고 자신하는 것 같다.

 

전통혼레식장에서 만난 모조닭이다.

눈은 어찌나 영롱한지 살아있는 닭 못지 않다. 그런데 엄밀하게 보면 가짜눈이다.

 

속속들이 불법을 파헤치고, 성역없이 수사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들의 눈은 가짜눈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고도 보지 못했음, 아예 보려고 하지도 않음이다. 그냥 보지 않고도 뻔한 사실은 그 많은 자료들을 보고 검토하고서도 '혐의 없음' 딱지를 난발하니 말이다.  물론, 절대권력, 힘있는 자들에게만 그렇다.

 

이번 총선은 국민에게 다시금 두 눈 부릅뜨고 부패하고, 능력도 없으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이들을 내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오지 않는다. 정치판을 제대로 보는 이들을 통해서만 온다. 아직도 그런 눈이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태그:#총선, #국민,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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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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