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자는 열린 병영 시리즈 일환으로 수범부대를 찾아 사례 등의 소개를 통해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과 자녀를 군에 보낸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군 문화를 조명해 나갈 계획입니다. - 기자말

최전방 OP에서 바라본 풍경. 3월말경인데 이곳은 아직 한 겨울입니다.
 최전방 OP에서 바라본 풍경. 3월말경인데 이곳은 아직 한 겨울입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어머니… 언제였을까요?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언제였을까요? 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언제였을까요? 어머니와 떨어져 있어도 두려움이 사라진 게…
언제였을까요? 웃으며 같이 사진 찍은 게…
연제였을까요? 항상 힘내라고 말하시는 어머님께 고맙다고 말한 적이…
언제였을까요? 어머님께 편지를 쓴 적이…
언제였을까요? 어머니의 선물을 두고 고민한 적이…
언제일까요? 어머님께 받은 은혜를 돌려 드릴수 있는 날이…

GOP문학 작품관, 장병들의 작품이 다수 전시되어 있다.
 GOP문학 작품관, 장병들의 작품이 다수 전시되어 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지난 3월 27일 화천군의 어느 OP를 방문했을 때, 이승준 대대장이 안내한 'GOP 문학작품 게시판'에 걸린 26소초 이민재 이병의 글입니다. 과거 군부대 입대 장병들이 가장 꺼리는 곳이 최전방이었습니다. 이유는 무료한 적막감, 소규모 부대단위로 형성된데 따른 상급자의 구타, 식수를 아래 계곡에서 물을 길어 와야 하는 중노동, 면회 불가, 미확인지대 지뢰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이유가 다양합니다.

멧돼지들과 병사들의 장난

전방에서 목격한 멧돼지,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게 특징
 전방에서 목격한 멧돼지,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게 특징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이에 기자는 즐거운 열린 병영을 표방하고 나섰다는 북두 전망대의 한 OP를 찾아 이승준 대대장을 찾았습니다.

"아직도 여기는 한겨울이네요."
"그렇죠. 저 산에 있는 눈이 대 녹으려면 아마 4월은 지나야 할 겁니다."

3월 말인데, 잔설이 아닌 눈덩이를 뒤집어쓰고 있는 소백암산을 가리키며 대대장에게 건넨 첫 인사입니다. 이승준 대대장과 전방 군복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승준 대대장이 DMZ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준 대대장이 DMZ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 과거에는 병사들이 최전방에 배치되는 것에 대해 달갑게 여기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즘은 어떤가요.
"글쎄 말입니다. 철책 근무 설 때 무료함만 빼면 후방처럼 교육이나 작업 등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편한 면도 있다고 볼 수 있죠. 또 소초 병력이 소규모다 보니까 서로 의지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더 애틋한 것 같습니다."

- 제도 군 생활 중 철책 근무에 파견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가장 힘들었던 게 아래 계곡에서 물을 길어 와야 하는 것이었는데, 요즘도 병사들이 물을 길어 오나요?
"그렇지 않아요. 아래에 취수구를 만들어서 펌프로 물을 끌어 올려서 식수나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처럼 (물 부족으로) 세면도 제대로 못하는 그런 일은 없다는 거죠. 수량은 상당히 풍부한 편입니다."

- 집은 어디세요? 전방에 계시다 보니까 자주 가시지도 못하실 것 같은데요.
"집은 춘천이고요. 한 달에 두어 번 가긴 가는데 자주 가는 것 보다 부인을 오랜만에 만나니까 애정이 더 생기는 것도 같아서 좋기도 하고 말입니다.(웃음)"

- 대대장님이 부대에 상주하고 계시니까, 병사들의 행동제약 등 (병사들이) 불편해 하지 않을까요?
"저도 처음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병사들과의 벽을 없애기 위해 무척 애 썼습니다. 그 일환이랄까, 일부러 장교들과의 식사보다 사병들과 식사를 같이하고 고민이 있는 것 같은 병사는 일부러 대대장실로 불러서 상담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병사들은 내가 있으나 없으나 신경을 별로 안 쓰는 것 같아요."

원빈도 있었던 부대... 관광상품화 시킬 계획

- 이곳 전방에서 생활하시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전방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야생동물과 친해진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병사들이 식사를 마치고 잔밥을 지정된 장소에 버리는데, 멧돼지와 까마귀들이 그 시간을 정확하게 알고 찾아온다는 겁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야생동물들이 병사들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군복 바지를 물기도 하면서 밥을 빨리 달라고 보채는 장면을 보면 저놈들이 야생인지, 애완인지 헷갈릴 때도 있어요. 그리고 까마귀가 멧돼지 등에 앉아서 노는 모습을 보면 이게 평화구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 까마귀가 유독 많은데요. 이유가 뭘까요?
"아무래도 먹이가 풍부하고, 장병들과의 친근감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까마귀들이 절대로 북쪽(북한 OP나 GP)으로 가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북쪽에는 먹을 게 없고, (북측 병사들이) 좀 사납게 생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웃음)"

- 2006년도에 영화배우 원빈도 이곳에서 근무를 했다고 들었는데요.
"맞습니다. 이곳에서 원빈씨도 근무를 했습니다. 그래서 힘들어하는 병사들이 있을 때는 '짜식아 원빈도 견뎠는데, 넌 원빈만도 못하냐'라고 위로를 합니다."

- 군부대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게 보안과 비공개가 먼저 떠오르는데, 이곳 DMZ 상품화를 제안 하셨다고요? 
"제가 제안을 했다고 보다 지난해 최문순 강원도지사께서 원홍규 7사단장을 만난 자리에서 DMZ 상품화를 제안을 했습니다. 그래서 기왕이면 이곳 북진 전망대가 좋다고 했었습니다."

오작교, 언젠가 남북 잇는 평화의 다리될 것

오작교, 평화통일이 되는 날 북한군과 남한병사가 만나게 되길 기원합니다.
 오작교, 평화통일이 되는 날 북한군과 남한병사가 만나게 되길 기원합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 DMZ 관광 상품에 대해 자신 있게 이곳을 추천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곳은 민통선을 지나서 안동포에서 오작교까지 6km 정도를 차량으로 이동을 하게 되는데, 생태가 잘 보전돼 있다는 점과 오는 길에 화천군에서 추진한 사파리 공원에서 야생동물을 관찰할 수 있고, 이곳에 서식하는 황쏘가리 만이 천연기념물이라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또 오작교라는 다리에서 알 수 있듯이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의미이지만, 평화통일이 되면 북측과 남측이 만나는 장소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작교에서 이곳 OP까지 철책을 따라 만들어진 1100개의 계단도 명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계단을 따라 오르는데 병사들이 40여 분 걸리니까 관광객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코스가 될 것입니다.

또 이 계단들은 암벽을 따라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올라오면서 산양 무리도 볼 수 있고, 저공비행을 하는 독수리나 까마귀 등 야생 조수를 많이 만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짬밥, 군부대 식사도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답니다
 짬밥, 군부대 식사도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답니다
ⓒ 신광태

관련사진보기


- 그럼 관광객들이 이곳까지 올라와서 견학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곳에서는 북한의 금강산댐과 평화의 댐이 한눈에 관찰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 안보 및 DMZ 현황에 대한 프리핑을 드린 후 병사들과 함께하는 식사체험 그리고 멧돼지 등 야생동물 관람, 내무반 견학 등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 올라오면서 보니까 비포장도로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불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전방 실정에 맞게 비포장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고 사고 위험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개선을 하는 게 좋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강원도청과 화천군청에서 이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 줬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태그:#이승준 대대장, #OP, #DMZ, #8연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밝고 정직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오마이뉴스...10만인 클럽으로 오십시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