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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영조 위원장이 배포를 중단시킨 진실화해위의 영문책자.
 2009년 이영조 위원장이 배포를 중단시킨 진실화해위의 영문책자.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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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진실화해위원회(진실위)가 펴낸 영문판 <진실과 화해>. 2009년 12월 초 바른사회를위한시민회의 이영조 공동대표가 진실위 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영문판 <진실과 화해>는 배포가 중지된 것으로 밝혀졌다(관련기사 : "좌파정권 흔적 지우려 영문책자 배포 중단?").

당시 이영조 진실위 위원장은 영문판 <진실과 화해>의 배포를 금지시킨 이유에 관련해 다음과 같은 지적이 있었다.

"진보성향인 안(병욱) 전 위원장의 글에는 뉴라이트 출신 이(영조) 위원장의 눈에 거슬릴 만한 대목이 적지 않다. '이승만 정권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친일파 청산을 좌절시켰다'거나 '남한정부가 한국전쟁시기 재판 등 어떤 사법적절차도 거치지 않고 민간인을 학살했다' '박정희 정권이 한국사회에 극우파시즘 정권을 도입했다'는 등의 내용이 대표적이다."

이런 <오마이뉴스>의 문제 제기에 대해 2010년 1월 6일 이영조씨는 보도자료를 내 "배포한 영문책자에 대한 영어 번역상의 오류가 너무나 많다는 지적이 발행단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지난해 11월 배포를 중단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게다가 2010년 1월 27일 진실위 대회의실에서 공무원직장협의회와 가진 기관장 협의회에서도 이영조씨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솔직히 제가 부끄러워서 배포 중지시킨 거예요. 자꾸 영어는 문제없다고 하는데 영어 안 보고 내용만 보면 내용 들어있으니까 오케이 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우리 기관에서 낯부끄러워서 못 내놔요…. 이런 식으로 내면 이건 우리 낯 깎입니다. 우리 진실위가 국제적으로 낯 깎이니까 내지 말자고 한 거예요…."

이영조씨는 진실위 직원들 앞에서 '부끄러운 영어때문에' 진실위 영문책자의 배포를 중단했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2010년 10월 4일 이영조씨를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기자와 동시통역사, 미국인 감수자와의 소송이 한 참 진행 중이던 당시, 이영조씨는 재미동포신문 <보스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진실위 영문책자의 배포금지 이유를 밝혔다. 일전에 진실위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영어가 엉망이라서'라고 설명했던 이유와는 전혀 달리 이렇게 말한다.

이영조, 상반된 해명을 내놓다

재미동포언론 <보스톤코리아> 보도
 재미동포언론 <보스톤코리아> 보도
ⓒ 보스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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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진실화해위의 영문책자인 <Truth and Reconciliation>의 배포 중단을 두고 고소당했다는 보도 내용이 있다. 이영조 위원장님은 문법, 구문 상의 오류, 어색한 부분 등을 지적했다는데, 한편 배포금지에 대한 비판도 있다. 영문판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영조 : 위원회 홍보책자는 위원장이 바뀌면 최소한 위원장 부분이라도 바꾸어서 새로 낸다. 내용도 1년 이상 됐기 때문에 업데이트 문제도 있고 해서 일시적으로 배포중지를 한 게 말썽이 난 거다. 위원회가 6월 말까지 조사를 마치는 데 집중해 있었고, 12월 말까지 보고서를 내야 하니까 얼마 기간이 남지 않았는데, 영문판을 따로 낼 것인지, 종합보고서의 요약판을 영문으로 낼 것인지 문제를 두고 판단하는 중이었다. 예산도 충분치 않아 그러고 있었는데 사건을 먼저 터뜨렸다."

결국 이영조씨는 영어를 자기보다 못한다고 생각하는 진실위 직원들 앞에서는 '영어가 엉망이고 부끄러워서' 영문책자를 배포금지 시켰다고 한 반면, 영어를 잘하는 재미동포 앞에서는, 진실위 영문책자의 영어문제에 대하여 한 마디 지적도 없었다. 단지 "예산도 충분하지 않고… 내용도 1년 이상 됐기 때문에 업데이트 문제도 있고 해서 일시적으로 배포중지 한 것"이라고 전혀 다른 이유를 댄다. 그가 상대에 따라 영문책자 배포금지 이유를 다르게 둘러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진실위 영문책자 배포금지에 관련한 이영조씨의 말 바꾸기는 더 있다. 그는 2009년 12월 진실위 위원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영문책자를 금서로 만들고, 언론이 추궁하자 원어민 평가에 의해 영어에 오류가 많아 배포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주장한 소위 원어민 평가는 금서조치 4개월 후인 2010년 3월에 이뤄졌다. 결국 이영조씨의 논리를 따라가면 2010년 3월 평가를 기준으로 2009년 12월 배포금지를 시켰다는 이야기가 된다. 논리상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영조씨의 해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2년 3월 13일 그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현하여 "5.18재단에서도 광주민중반란(Gwangju Popular Revolt)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상직 5.18 민주유공자 공법단체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은 3월 14일 <열린세상 오늘 이상도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5.18 기념재단에서는 'May 18 Democratic Uprising'이라는 공식명칭이 있고 가끔 'Gwangju Uprising'이라고 한다"며 "'revolt'라는 용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영조씨의 거짓말을 반박한다(관련기사).

이영조씨는 <박정희 시대> 집필진의 한 명이다. 또, 진실위 위원장 시절 박근혜씨의 아버지 독재자 박정희를 비판적으로 평가한 안병욱 전 위원장의 글이 실려 있는 진실위 영문책자를 배포금지 시켰다. 이로 인해 이영조씨가 박근혜씨에게 잘 보였을 것이고 그 덕에 강남을에 공천을 받았을 것이라고 쉽게 추정할 수 있다(현재 이영조씨는 새누리당으로부터 공천을 취소받은 상태).

"국가문화재 훼손, 전제군주도 하지 않은 일"

이만열 교수
 이만열 교수
ⓒ 이만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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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역사에 대한 거짓이 난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난 3월 19일,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현 숙명여대 명예교수)을 경복궁 근처 자택에서 만났다. 그는 지금 북악산 문화재구역을 파괴하고 그곳에 군 막사를 짓는 '군미필 정권의 만용'에 반대해 북악산 문화재보존운동을 벌이고 있다. 다음은 이만열 교수와 현실의 역사전쟁과 관련해 나눈 일문일답이다.

- 북악산은 국가가 문화재로 지정한 명승 67호이자 문화재청도 이곳을 '자연유산, 명승지'로 정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곳에 콘크리트로 역사적 유적지를 훼손하며 군 막사를 짓는 일이 발생했다고 보나. 이번 사태의 문제와 심각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듣고싶다.
"이렇게 국가문화재를 훼손하는 일은 조선조 600년 동안 전제군주도 하지 않았다. 이 일로 나와 환경운동가들은 수도방위사령부의 참모들과 3번이나 회동을 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군참모들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리고 아직 확인이 안 된 정보지만 인왕산 내에도 군부대를 하나 더 세운다는 제보를 받았다. 지난해 우면산 산사태도 군 부대시설이 원인일 것이라고 하는 언론보도가 많았다. 문화재구역 안에 있는 멀쩡한 산을 허물고 콘크리트로 군 막사를 지으면, 지난해 우면산 사태 때처럼 폭우 때 더 많은 문화시설이 유실될 수 있다. 심지어 인명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분석이다."

- 지금 북악산에 신축하고 있는 군 막사 시설은 일반인들 눈에 잘 띄게 노출해서 지은 반면 군 무기고는 은폐해 짓고 있다는 제보도 있는데.
"그렇다. 무기보다 소중한 것이 인간(군인)의 생명인데 군인이 머무르는 막사는 국방부 논리대로 하면 적(?)에게 노출되도 괜찮고 무기고는 은폐하는 것이다.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 그럼 국방부는 우리의 소중한 아들인 군인은 죽어도 괜찮고 무기만 지키면 좋다는 논리인가." 

- 이번 사태에 대한 문화재청의 입장과 태도는 어떤가.
"너무 소극적이고 문화재를 지키고 보존하는 일에 있어서 애정과 열정이 너무 없다. 실망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시민단체와 군대가 충돌하지 않도록 중간에서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는 데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한다. 지난 번 문화재청 사람들을 만났을 때도 항의를 했는데 '정부에서 허락하면 문화재 지역 안에 더 많은 군사시설을 신축해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라는 반응을 보여 놀랐다."

"정치인도 국사·역사 공부해야"

군 막사 공사중인 북악산
▲ 북악산 군 막사 공사중인 북악산
ⓒ 이만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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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에 세워질 예정인 시설물
 북악산에 세워질 예정인 시설물
ⓒ 김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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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보이는 역사, 문화재보존에서 보이지 않는 역사, 즉 공직자의 역사의식으로 화재를 돌려보자. 지난 번 강남구 새누리당 국회의원 공천자 "이영조-박상일 사태"를 보면서 느낀 점을 말해 달라. 

"마침 3월 19일 경희대 노조,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경희학원민주단체협의회가 성명서를 통해 "이영조 씨가 공천이 취소된 이후에도 새누리당 총선승리를 위해 새로운 후보를 적극 돕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무차별 살포했다"며 "그가 새누리당을 돕든 말든 그건 그의 자유지만 정치를 그렇게 하고 싶으면 교수직을 내놓고 학교를 떠나야 한다"고 교수직 사퇴를 촉구했다(해당 기사).

역사는 보편적 가치를 갖고 봐야 한다. 역사를 해석할 때 어느 특정지역이나 특정집단의 이해관계만 앞세우는 것은 보편적 가치를 파괴하는 행위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이번 '이영조-박상일 사태'는 한국인으로서 보편적 가치의 기본을 부정하고 파괴한 예로 기록될 것이다. 역사 발전이 무엇인가. 그것은 결국 역사의 주인공을 소수 특권층에서 많은 수와 양으로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말로 민주주의다. 민주적 가치를 갖고 역사를 봐야 한다는 말이다.

역사학자도 아닌 이영조씨가 4.3항쟁을 '폭동'이라고 했지만 4.3항쟁의 요인은 복합적이다. 그렇게 단선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보편적 가치라는 것은 우리가 4.3항쟁이나 광주민주화운동을 민주민중적 가치와 시각으로 보고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정부는 이 사건의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과거사 정리를 통해 이 두 사건을 민주민중적 입장에서 정리했다. 그러나 이영조-박상일은 그 동안 우리사회와 우리 역사학계가 포괄적으로 조화를 통해 이룩한 보편적 가치와 민주민중적 가치를 파괴, 폄훼하고 능멸했다."

집회에 참가 중인 이만열 교수
 집회에 참가 중인 이만열 교수
ⓒ 김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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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보편적 가치' 또는 '민주민중적 가치'로서의 역사의식을 갖기 위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대입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크게 두 가지 과목을 공부시켜야 한다. 첫째는 '도구과목'으로써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는 영어나 수학 등의 과목이다. 둘째는 더 중요한 과목인 '핵심 필수과목'으로 국어나 국사(넓게는 역사)를 공부시켜야 한다. 나는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 특히 공직자나 정치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이 '핵심 필수과목'을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공직자나 정치인들은 문화재 보존의 중요성도 알고 역사의식도 생길 것이라 확신한다. 국사(역사)를 상실한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

- MB정권을 부정적 의미에서 기독교정권으로 동일시하는 분들이 많다. 이만열 교수님 자신이 기독교인 역사가 입장에서 MB정권을 평가해 달라.
"민주, 민족, 통일, 평화의 가치를 지향하지 않는 정부는 함량미달 정권이다. 그리고 그것이 곧 MB정권이다. '고소영' '강부자' 정권이라는 별명이 암시하듯 어느 특정계층과 집단의 권리와 이익만 대변해 주는 정권은 보편적 가치와 민주민중적 가치를 상실한 정권이라고 볼 수 있다. 나 역시 기독교인 이지만 MB정권을 생각하면 기독교인으로서 무한한 답답함과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기독교인인 것을 부끄럽게 만든 정권이 내가 보는 MB정권이다."


태그:#이만열 , #김성수, #북악산, #이영조,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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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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