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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바례대표 후보 2번 유영훈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위한팔당공동대책위원회(팔당공대위) 위원장.
 녹색당 바례대표 후보 2번 유영훈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위한팔당공동대책위원회(팔당공대위) 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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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점퍼에 등산화를 신고 등에 작은 가방을 멘 남자. 흰머리가 곳곳에 보였고 얼굴도 피로감으로 까칠했다. 일반의 시선으로 총선에 출마한 정당 비례대표 후보라고 보기 어려운 차림이다. 지난 14일 늦은 오후 유영훈(58)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2번)는 '농지보존 친환경농업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이하 팔당공대위) 위원장 때와 별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이곳에 오기 한 시간 전 김포공항에 내렸다.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정부와 이를 비호하는 경찰 공권력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을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4대강 사업에 맞서 팔당 두물머리를 지켰던 농민들과 함께 1박 2일 동안 강정마을에 다녀왔다.

700일 넘게 계속된 생명평화미사, 수차례 진행했던 단식투쟁과 도보순례, 청와대를 향했던 3보1배에 법정소송까지 팔당의 싸움은 말 그대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투쟁이다. 그렇게 끈질긴 투쟁으로 공사는 늦춰졌고 총선을 앞둔 현재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는 공사강행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는 그렇게 4대강 사업 구간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팔당 두물머리의 상징성을 가지고 녹색당 후보로 섰다.

사실 그의 녹색당 출마는 의외였다. 장기간 계속된 팔당 두물머리를 지키는 싸움에 야권 여러 정당이 참여했고, 투쟁에 가장 앞장섰던 유 후보는 어느 정당이든 한 번쯤 영입을 고려해볼 만한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이 총선과 대선에서 심판받아야 할 MB정부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그는 적잖은 힘을 밝휘할 수 있는 인물이다. 다른 정당의 제안도 있었을 법한데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녹색당으로 출마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 후보는 "녹색당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제도권 진입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가면 좋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며 "하지만 녹색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생명, 평화를 추구했던 우리의 가치와 방향이 같았고, 장기적으로 함께 가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야권은 4대강 사업을 단지 이명박 정부가 잘못 추진한 국책사업으로 받아들였지, 생명과 평화를 추구한 팔당 두물머리의 싸움을 하나의 철학적 가치로 수용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번 총선을 맞아 창당한 녹색당과 관련해 유 후보는 "우리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로 나아가는데 녹색당이 꼭 필요하다"며 "이는 녹색당 당원들만의 주장이 아니라 국민들이 결단하고 선택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는 "녹색당을 제도권 안으로 들여보내야 하는 게 국민들의 몫이며 생명 중심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1983년부터 카톨릭농민회로 농민운동을 시작했다. 경기도와 대전 지역에서 실무자로 활동했고 1992년 전국농민회가 창립됐지만 카톨릭농민회에 남아 기층 농민운동을 계속 이어 나갔다. '우리밀 살리기 운동본부' 사업을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지난 1996년 팔당 유기농단지에 세워진 생산자 조직과 인연을 맺고 팔당 생활협동조합의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이후 2008년 세워진 팔당생명살림의 회장이 되면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팔당 두물머리 유기농지 보존 투쟁에 앞장섰다.

다음은 유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다른 야당들은 생명·평화의 가치 담지 못했다"

녹색당 바례대표 후보 2번 유영훈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위한팔당공동대책위원회(팔당공대위) 위원장.
 녹색당 바례대표 후보 2번 유영훈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위한팔당공동대책위원회(팔당공대위) 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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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당 두물머리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투쟁을 오래 해왔다. 녹색당 후보로 출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창당대회(지난 3월 4일) 3일 전 저녁에 하승수 변호사에게 전화가 왔다. 두물머리가 4대강 반대 투쟁의 상징성이 있으니까 농민대표를 내보자는 말이었다. 녹색당 창당 소식은 들었지만 후보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었다. 창당대회 전에 결정해야 한다는 말에 급하게 논의했다. 녹색당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제도권 진입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가면 좋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녹색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생명과 평화를 추구한 우리의 가치와 방향이 같았고, 장기적으로 녹색당과 함께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 기성정당에서도 충분히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였는데, 민주통합당이나 다른 야당이 아닌 녹색당으로 출마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다른 야당들이 팔당 유기농지를 지키는 싸움을 함께해 준 것에 감사하다. 하지만 기존의 야권은 4대강 사업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잘못된 국책사업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4대강 사업은 토건경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갈지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문제다. 향후 우리사회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른 야당들은 우리가 추구하는 생명의 가치, 평화의 가치와 같은 철학적 가치를 수용하지 못했던 것 같다. 과연 그런 세력이 4대강을 추진한 세력을 심판하고 다른 비전을 보여줄 수 있을지 회의가 들었다."

- 출마소감은?
"다른 정당이 아니라 녹색당이라서 심리적인 부담이 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팔당에서 했듯이 하고 싶은 데로 주장할 것을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고, 기존 정치인들의 행동양식을 따르지 않아도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복장도 이렇게 편하게 하고 그랬는데, 막상 후보가 되고 보니 말하는 것부터 신경이 쓰인다. 녹색당을 대표하는 얼굴이 됐기 때문에 행여 실수하지는 않을까 걱정되고 공적인 책임감이 많이 느껴진다."

- 국민들이 녹색당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말로 녹색당이 있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후쿠시마 원전폭발, 4대강 사업, 그리고 지금도 주민들의 싸움이 벌어지는 강정마을과 원전건설에 반대하는 강원도 삼척 같은 곳에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현재 우리가 사는 양식으로 계속 살아간다면 과연 얼마나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까? 이 땅에 수많은 생명체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 건 아닌가. 그 문제가 삶 속에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시기이다."

- 녹색당이 그런 시기의 대안이라는 뜻인가?
"지금 이때 녹색당이 이야기하는 녹색의 가치, 생명의 가치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팔당의 농민들이, 성직자들이, 함께 해준 시민들이 지난 3년 동안 벌인 투쟁을 통해 그런 사고를 깊이 하게 됐고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생각한다. 녹색당은 그것을 제도적으로 실행하는 곳이다. 녹색당 당원들만의 주장이 아니라 국민들이 결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녹색당을 제도권 안으로 들여보내는 게 국민들의 몫이고 우리사회가 생명 중심의 사회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길이다."

- 5.5%를 얻어야 녹색당이 내놓은 세 명의 비례후보가 당선된다. 가능할까?
"녹색당이 창당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아주 짧은 기간이다. 당에서는 환경 이슈의 현장을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녹색당의 존재 자체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 생명평화운동에 앞장섰던 종교계와 환경시민단체, 또 소비자 운동단체들과 연대해 나갈 생각이다. 사실 처음에는 창당도 어려울 거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결국 창당에 성공했고 후보도 만들었다. 우리 몫을 다 하면 당선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유 후보는 다른 사안보다 4대강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방식으로 4대강 사업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명박 대통령,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4대강추진본부 심명필 본부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그리고 4대강 사업을 지지한 학자들까지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 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환경과 생태에 대한 무지, 유기농업과 농민 존재에 대한 백치로 국민과 국토가 병을 앓고 있다. 그 사람들에게 따지고 항의하고 싶다. 무엇보다 토건개발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구럼비를 왜 지켜야 하는지 깨닫지 못한다면 이명박은 또 나오고 제2의 4대강 사업은 또 시작될 것이다."

- 총선이 다가오면서 4대강 사업에 관심도 멀어졌다. 현재 팔당의 상황은 어떤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 마련 공청회를 열고 있는데 잘 안 된다. 지역 주민이나 정부, 경기도와 양평군 등이 우리의 안을 수용 못 하는 것 같다. 농사 면적이 줄더라도 자전거 도로 등 일부 공사를 수용하고 유기농을 살리는 대안을 제시했는데 잘 안 받아들인다. 업체는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 농민활동가에서 정치인으로 역할을 바꿨다. 원내에 진입한다면 어떤 일을 하겠는가?
"팔당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성과를 우리 사회에 구체적으로, 또 제도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게 만들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팔당의 투쟁을 응원해주셨듯이 성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동안 많은 신뢰를 보내 주셨는데 그 신뢰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도록 공명정대하게, 성실하고 겸허한 자세로 임하겠다."


태그:#녹색당, #총선, #유영훈, #팔당, #두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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