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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동주민들이 서울점령자들의 마을에 자신들의 마을텐트를 만들고 있다. 이들은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시청광장점령에 함께 하기로 했다.
▲ 포이동텐트 서울광장점령 포이동주민들이 서울점령자들의 마을에 자신들의 마을텐트를 만들고 있다. 이들은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시청광장점령에 함께 하기로 했다.
ⓒ 서울점령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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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대통령이 일자리 마련하겠다고 했다. 망치소리가 끊이지 않겠다고 했다. 맞다. 그래서 강정이 파괴되고, 4대강이 파괴되고 철거가 계속되고 있고, 용역 일자리가 생겨났다."(포이동주거복구대책위)

시청광장을 점령한 지 9일 째가 되는 3월 9일 오후 2시, 20대 청년들로 가득 찼던 광장에 중년의 주름진 얼굴들이 나타났다. 타워팰리스 맞은편 판자촌으로 알려진 포이동 주민들이었다. 고목나무의 나이테처럼 포이동 주민들의 주름에는 인고의 세월이 느껴졌다.

이들은 지난 3월 1일 서울광장을 점령한 서울 점령자들(Seoul occupiers)의 점령운동에 함께하기 위해 모였다. 'Occupy 여의도'라는 이름으로 3월 1일까지 83일 동안 한국거래소 앞을 점령한 학생들에게 밥을 지어 준 인연도 있던 차였다. 포이동 마을은 서울 점령마을의 첫 번째 이웃이 됐다. 서울 점령자들을 대신해서 내가 환영 인사를 했다.

"한사람이 2123채를 가지고 있고, 주택정책의 수장인 권도엽국토해양부장관이 다운계약서와 부동산투기를 한 현실에서 어떻게 주거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이 1%들을 점령하기 위해 점령을 시작했다. 이 곳 광장은 모든 배제된 자들의 광장이다. 포이동 주민들의 광장점령을 환영한다."

포이동은 늘 언제 철거가 이뤄질지 모르는 위험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늘 삶이 불안하고 걱정이 되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철거가 이루어진 다음에 포이동에 도착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광장을 점령한 이유 중 하나는 언제나 저들의 의사에 따라 우리 삶이 결정되고, 불안해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1%들에게 싸움을 건 것이었다. 언제 해고될지 모를 불안감, 언제 집에서 쫓겨날지 모를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점령마을의 주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들이 바로 이곳 광장의 주인공이다. 그래서 이곳 광장의 삶과 의제는 너무나도 다양하다.

서울점령자들이 구럼비 바위를 만들고, 종이박스에 피켓을 써서 강정마을의 구럼비바위를 폭파하는 건설사 대림건설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대림규탄 퍼포먼스 서울점령자들이 구럼비 바위를 만들고, 종이박스에 피켓을 써서 강정마을의 구럼비바위를 폭파하는 건설사 대림건설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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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강정의 구럼비 폭파에 항의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준비하기 위해 점령마을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아이의 손을 잡은 일가족부터 트위터를 보고 찾아온 트위터리언들, 생태주의자들, 아나키스트, 청년예술가, 대학생 등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왔다. 박스와 신문지, 물감 등을 이용해 구럼비 바위를 만들고 손으로 '제주해군기지 반대'를 종이에 갈겨썼다. 작업이 끝나자 구럼비 바위를 든 이들은 곧바로 점령촌을 나와서, 청계광장을 따라 미 대사관 뒤에 있는 대림건설로, 광화문으로, 삼성생명으로 행진했다.

"삼성은 불법공사 중단하라!"
"구럼비 바위 파괴하는 대림건설 규탄한다!"

대열도, 구호도 어색하고 사람도 소수였지만,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었다. 물론 삼성용역과 경찰의 시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우리의 길을 가로막아 한 때 구럼비 바위가 경찰에 의해 갇히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행진을 마치고 다시 광장으로 들어온 우리들은 <뉴스타파> 강정편을 보고 분노하기도 하고, 곧바로 광란의 음악회를 진행하기도 한다.

'Super Fury Seoul Vol.1'이라는 이름의 음악회에 발언은 필요 없었다. 인디 음악을 즐기는 청년예술가들의 노래소리는 점령운동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광장을 느꼈고, 즐길 뿐이었다. 광장의 쌀쌀한 바람조차도 텐트와 모여든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마을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물론 나 같은 전형적인 운동권 학생은 점령마을의 음악보다도 앞집 재능 교육 농성장의 민중가요가 더 편하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 다른 문화와 감성의 이야기들이 공유되고 이해되지 않는 것이 우리 삶을 지배하는 또 다른 기재일 것이다.

"언제 마쳐요? 호텔에서 잠 좀 자자고 하네."

순찰 아저씨가 와서 내게 물었다. 음악회는 10시쯤 끝났다. 아마도 10시에 자는 호텔승객들은 없을 것이다. 호텔 관리자가 시끄러운 음악에 손님이 나가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것이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일 것이다. 약간의 미안한 마음도 있다. 그러나 조용한 의사봉과 들리지 않는 강정 구럼비 바위의 폭파소리, 1500일이 넘는 재능교육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침묵이야말로 우리를 잠들지 못하게 할 공포와 야만의 소리가 아니겠는가?

'부랑자'들의 마을... 하지만 1% 보다 깨끗하다

태양광발전기, 자전거 발전기, 반핵 드럼통등이 서울광장 점령마을을 다채롭게 꾸며주고 있다.
▲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점령지 태양광발전기, 자전거 발전기, 반핵 드럼통등이 서울광장 점령마을을 다채롭게 꾸며주고 있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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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점령마을의 생활이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춥고,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한다. 경찰들은 계속 괴롭히고, 같이 사는 사람들끼리 감성이 맞지 않는 문제도 있다. 시청 직원이 보기에는 너무 더럽고 비위생적이다. 어버이연합이 점령마을을 철거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런데 어쩌랴? 우리가 어디서 살아가든 이런 문제는 발생한다. 우리네 삶이 이웃과 싸우기도 하고, 이웃사촌이 되기도 하고, 더럽기도 하며 가끔 대청소를 하기도 하지 않는가? 우리들의 일상을 세상이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에 평범한 우리들의 삶을 긍정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것을 광장으로 끌고 나온 것이 'Occupy'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들의 삶은 1%들의 눈에 의해 더럽고, 시끄러운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는 부랑자가 된다.

3월 10일은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99%의 희망광장'이라는 이름으로 쌍용자동차, 재능 노동자, 해고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서 문화제를 개최하고, 시청광장 점령에 들어가는 날이다. 수천 일을 자신의 삶을 던지며 살아온 사람들이 광장에 온다. 우리의 또 다른 이웃이 생기는 것이다. 자신의 삶으로, 자신의 이야기로 세상에 저항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광장을 점령하자! 그리고 우리의 이웃이 되지 않겠는가?


태그:#서울점령자들, #서울광장, #OCCUPY, #강정, #포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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