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하얀 진액을 머금고있는 상춧대. 토양을 건조하게 만들고 적정 습도와 온도를 유지해 준 결과다.
 하얀 진액을 머금고있는 상춧대. 토양을 건조하게 만들고 적정 습도와 온도를 유지해 준 결과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하얀 진액을 머금은 상춧잎. 옛날 상춧잎 그대로다. 쌉싸래한 맛과 아삭아삭한 단맛이 일품이다.
 하얀 진액을 머금은 상춧잎. 옛날 상춧잎 그대로다. 쌉싸래한 맛과 아삭아삭한 단맛이 일품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상춧잎이 하얀 진액을 잔뜩 머금고 있다. 잎을 떨군 자리에도 우윳빛 진액이 가득하다. 어릴 적 보던 상추 그대로다. 이 진액이 상추 본연의 쌉쌀한 맛을 내준다. 아삭아삭 단맛도 선사한다. 겨우내 지친 입맛을 돋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상추의 맛과 향이 오래간다. 수확 후 여러 날이 지나도 시들거나 녹지 않는다. 싱싱함이 오래도록 지속된다.

"물을 적게 준 결과입니다. 비교적 건조한 상태에서 키운 덕이죠. 보통 상추를 따면 물을 주거든요. 그러고 사나흘 뒤에 상추를 따고. 또 물을 뿌려주고. 이렇게 하니까 상추는 쑥쑥 크죠. 그런데 맛이 없어요. 우리는 물을 20일에 한 번 꼴로 줘요. 수분으로 키우는 게 아니라 적정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해 줄 뿐이죠."

'유기농 명인' 김상식(49·전라남도 담양군 수북면 황금리)씨의 말이다. 김씨는 대한민국 친환경농업의 선구자 역할을 해오고 있다. '신지식농업인'과 '자랑스런 전남인' 선정, 친환경농업대상(농식품부장관) 수상 등이 이를 입증한다.

'유기농 명인'으로 지정된 김상식 씨가 부인 진민자 씨와 함께 하우스에서 쌈채를 수확하고 있다.
 '유기농 명인'으로 지정된 김상식 씨가 부인 진민자 씨와 함께 하우스에서 쌈채를 수확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유기농명인' 김상식 씨가 쌈채 하우스를 살펴보고 있다.
 '유기농명인' 김상식 씨가 쌈채 하우스를 살펴보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김씨가 친환경 농업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1997년. 도시에서 알로에 대리점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 출발이었다. 도시로 나가기 전 실패한 농사경험을 토대로 친환경 농업에 관심을 가졌다. 소비자의 욕구를 채워주는 제품만이 안정적인 소득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작물은 연중 생산이 가능하고 웰빙 선호 추세에 따라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쌈채류를 선택했다. 처음에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러나 뿌리를 내리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씨는 소비자들이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는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도시 소비자들을 농원으로 불러들여 생산현장을 구석구석 다 보여줬다.

예상은 적중했다. 농원을 찾은 소비자들은 정성스레 기른 상춧잎을 뜯어 바로 입에 넣으며 흡족해 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신뢰가 생겼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주문이 밀려들었다. 가격이 조금 비쌌지만 한 번 구매한 소비자들은 반드시 다시 주문을 해왔다.

김씨가 생산하고 있는 쌈채는 적상추, 쌈추, 청상추를 비롯 적근대, 치커리, 청경채, 케일, 청로메인, 신립초, 비타민채 등 30여종에 이른다. 재배면적은 비닐하우스 34동에 3만3000㎡. 거의 기업농 수준이다.

김상식 씨의 발효퇴비 제조 현장. 그는 축분도 유기 축사에서 가져다 쓴다.
 김상식 씨의 발효퇴비 제조 현장. 그는 축분도 유기 축사에서 가져다 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김상식 씨의 쌈채 하우스. 유기농 인증을 받은 안전한 것들이다.
 김상식 씨의 쌈채 하우스. 유기농 인증을 받은 안전한 것들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김씨의 쌈채 생산방식도 지극정성이다. 유기재배를 위해 땅에 가축분뇨로 만든 퇴비를 듬뿍 넣어 땅심을 높인다. 가축분뇨도 아무 데서나 가져다쓰지 않는다. 유기·무항생제 축산물 기준에 맞는 사료를 먹인 농장에서 나온 것만 가져온다. 녹비작물도 계절 따라 다르게 쓴다. 토착미생물도 충분히 넣어준다.

병해충은 기본적으로 성페로몬제를 이용한 끈끈이나 깔때기트랩, 블랙홀 등으로 잡는다. 진디벌, 칠레이리응애, 온실가루이좀벌 등 천적도 이용한다. 제충국, 은행잎, 한약재 등 식물의 추출물을 활용하기도 한다.

잡초는 볏짚이나 유색비닐·부직포 등으로 예방한다. 나머지는 손으로 직접 뽑거나 제초기를 이용해 없앤다. 당귀, 계피, 감초, 마늘, 막걸리 등을 섞은 한방영양제도 뿌린다. 땅을 깊이 갈아엎어 열소독을 하고 연작을 피해 돌려짓기도 한다.

이렇게 공을 들인 김씨는 1998년 전환기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당시는 '친환경농업'이란 용어조차도 생소하던 때였다. 내친김에 그는 이듬해 유기농 인증까지 받았다. 혼자 힘으로는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주변 농가를 설득, 2002년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유기농명인' 김상식 씨가 자신의 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를 따고 있다.
 '유기농명인' 김상식 씨가 자신의 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를 따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유기농 명인이 키운 방울토마토. 색깔은 물론 모양도 맛도 으뜸이다.
 유기농 명인이 키운 방울토마토. 색깔은 물론 모양도 맛도 으뜸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판매는 대부분 직거래를 한다. 농원을 다녀간 대도시 소비자들이 주된 소비처다. 시간예약제를 통해 실시간 배달해주는 것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학교급식 물량도 상당하다. 대도시 백화점과 생활협동조합, 친환경물류센터도 판매처가 된다.

주변 농가와 귀농인 등을 대상으로 친환경농업 기술을 보급하는 것도 그의 몫이 된 지 오래다. 기술교육은 전라남도의 지원을 받아 농원 옆에 지은 친환경농업 교육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제 큰아들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요.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을 볼 때마다 다짐을 하죠.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유기농업을 해야겠다고. 유기농업만이 우리 가족을 살리고 농업인과 도시민까지 모두 살리는 길이니까요. 또 이것이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애국의 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기농 명인' 김상식 씨의 말이다.

김상식 씨의 쌈채 하우스. 안전한 쌈채를 수확하는 할머니의 얼굴이 활짝 펴져 있다.
 김상식 씨의 쌈채 하우스. 안전한 쌈채를 수확하는 할머니의 얼굴이 활짝 펴져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유기농명인' 김상식 씨가 키운 쌈채들. 유기재배로 키워 신선도가 오래 지속된다.
 '유기농명인' 김상식 씨가 키운 쌈채들. 유기재배로 키워 신선도가 오래 지속된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쌈채, #김상식, #두리농원, #유기농명인, #상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