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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권 신공항 총선 공약 포함"  - 2월 1일 조원진 총선공약단 국토균형팀장
"남부권 신공항은 추진하는 쪽으로 최종 결정될 것"  - 2월 3일 권영세 사무총장
"남부권 신공항 약속 못 지켜 죄송하다. 이번 선거에서 꼭 지키도록 하겠다."  - 2월 9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지금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신공항은 국가 발전 위해 필요"  - 2월 13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신공항 공약은 중앙당에서 제시하지 않기로 정리했다."  - 2월 16일 이주영 정책위의장

참으로 뻔뻔하다. 아니, 뻔히 들여다보이는 한치 앞도 보지 못하는 퇴행적 행보가 답답할 뿐이다. 남부권 신공항 건설을 중앙당의 공약으로 꺼내들었다가 호된 여론의 역풍에 직면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공약)을 슬그머니 감추는 형국이 그 한 단면이다.

디도스 공격과 돈 봉투 살포 등 온갖 파문과 비리로 얼룩진 집권여당 간판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된 지경까지 이르자 급기야 당명을 바꾸기까지 한 새누리당(한나라당 전신)이 추악하고 탐욕스런 발톱을 기회만 있으면 꺼내드는 양태다. 신공항 공약은 그 대표적 사례다.

어떻게든 총선과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정권을 다시 창출해 보겠다는 야심이 너무 컸던지 공약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야심과 탐욕으로 얼룩진  공약이 이미 지난 대선과 현 정부에서 MB가 헛된 공약이었음을 확인해 주었는데도 이를 다시 남발하고 있으니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민심을 교란시킨 전례가 있음에도 다시 그 카드를 꺼내들며 민심을 흔드는 행태가 공분을 가라앉지 않게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왜 화약고에 자꾸만 불씨를 던지려는 걸까?

1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뒤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새 로고가 걸렸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새 세상을 만들 사람을 제대로 공천한다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뒤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새 로고가 걸렸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새 세상을 만들 사람을 제대로 공천한다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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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남부권 신공항 공약이 재등장하면서 철회되기까지 걸린 기간은 16일에 불과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문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소멸되기까지는 불과 1주일 걸렸다. 이 기간 동안 '박근혜표 신공항'이 훑고 간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 민심은 새누리당에게 악재로 작용했음이 해당지역 언론사들의 의제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신공항을 꺼내든 순간부터 민심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PK와 TK 모두가 새누리당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텃밭이라는 점에서 '왜'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새누리당은 왜 자꾸만 화약고에 불을 던지려는 걸까? 그곳에서 도대체 무엇을 구하려는 것일까? 신공항은 MB의 대선공약으로 등장했다가 '밀양'과 '가덕도'를 놓고 팽팽한 유치전을 벌이다 결국 백지화에 이르면서 양 지역에 큰 상처를 안겨준 거대 갈등재다.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PK와 TK 양 지역은 갈등의 골이 깊게 패여 지금도 그 앙금이 현저하게 남아 있다.

여전히 신공항 문제라면 매우 민감한 곳이다. 거대한 뇌관처럼 민심의 언저리에 남아 있다. 그런데 정치권, 특히 여당은 그 뇌관을 그냥 놓아두지 않는다. 어떻게든지 불씨를 던져 자극과 반응을 되묻곤 한다. 지역언론들도 정치권의 이러한 술수에 놀아나는 형국이다. 이들 지역에선 그만큼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이슈가 되었음을 뜻한다.

박근혜 '신공항 정책' 원칙과 믿음이 없다   - <부산일보>
손바닥 뒤집듯 변하는 새누리당 신공항 공약  - <국제신문>
박근혜만 짝사랑하다가…신공항 물건너가나  - <매일신문>
'박근혜 신공항 공약 약속' 부산 말 한마디에 물거품  - <영남일보>

이주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위의 공약검토 회의 결과 총선공약개발본부 산하 국토균형발전팀에서 검토했던 신공항 관련 공약은 중앙당에서 제시하지 않기로 정리했다"고 밝히자 PK와 TK지역 주요 일간지들이 다음날 뽑아든 날선 제목들이다.

'손바닥 뒤집듯 변하는 공약에 믿음이 없다'는 반응과 '짝사랑하다 결국 놓치게 됐다'는 반응으로 갈린다. 그렇다고 뇌관이 아직 제거되진 않았다. 새누리당은 "총선 전까지는 논의하지 않겠다"고만 밝혔을 뿐, "지역 차원에서 시·도당이나 개별 의원이 자율적으로 얘기할 수는 있다"는 여지를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총선이 끝나면 다시 대선이 다가온다. 언제, 어떤 형태로 고개를 다시 내밀며 지역갈등을 부추길지 알 수 없다. 불안한 양 지역 민심에서 감지된다.

[PK민심 ①] "박근혜 '신공항 정책' 원칙과 믿음 없다... 대선등장 가능성"
<부산일보>가 내보낸 새누리당의 '신공항 공약' 제외 관련 기사.(인터넷신문 캡처)
 <부산일보>가 내보낸 새누리당의 '신공항 공약' 제외 관련 기사.(인터넷신문 캡처)
ⓒ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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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두고 양 지역 민심을 흔들 중요한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PK와 TK 양 지역의 주요 일간지들이 연일 뿜어내고 있는 신공항 의제 속에서 읽힌다. 먼저 요동치는 PK지역 민심을 들여다보자.

최근 정수장학회 문제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불편해진 <부산일보>는 신공항 공약의 재점화와 번복의 과정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보도해 주목을 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논란의 불씨를 본격적으로 지핀 지난 9일 지방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 이후 신문은 "TK의 TK를 위한 표몰이 공약"이라며 "지역에서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기사와 관련 사설들을 내보냈다. 결국, 새누리당이 이를 철회하자 17일 '박근혜 '신공항 정책' 원칙과 믿음이 없다'란 기사에서 더욱 날을 치켜세웠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불과 7일 만에 '남부권 신공항 재추진' 공약을 번복했다. 대구·경북(TK) 민심을 반영한 '남부권 신공항 재추진' 발언이 부산에선 '신공항 가덕도 이전 포기'로 받아들여지면서 강력히 반발했고, 결국 소신을 스스로 꺾은 것이다. '원칙과 신뢰'를 정치철학으로 하는 박 위원장으로선 자존심에 적잖이 상처를 입은 양상이다."

신문의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과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향한 통박은 계속 이어졌다. 기사는 "정치권 일각에선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신뢰에도 다소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왔다"면서 "과거 박 위원장이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통해 보여줬던 '신뢰와 원칙의 가치'가 이번 신공항 문제에선 여지없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처음부터 총선공약으로 발언한 것이 아니다. 대구 출신의 조원진 의원이 당에 보고도 않고 자가발전한 것'이라고 두둔했다"는 대목에선 향후 책임론과 함께 지역민심을 더욱 싸늘하게 만들 소지가 다분함을 전해주고도 남았다. 이어 신문은 신공항 공약이 다시 대선과정에서 불거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대선공약 등장 가능성, 급한 불 껐지만 더 큰 역풍 부를 수도'란 제목의 이날 또 다른 기사에서다. "새누리당이 16일 '남부권 신공항 재추진'을 이번 19대 총선 공약에서 제외키로 하면서 부산으로선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남은 '불씨'를 우려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그 이유로 "향후 대선공약으로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고, 민주통합당이 '신공항 가덕도 추진' 공약을 확정해 치고 나올 경우 부산 표심은 다시 한 번 들썩일 수 있다"고 들었다.

[PK민심 ②] "손바닥 뒤집듯 변하는 새누리당 신공항... 공약(空約) 결정판"

신문은 이어 사설 '신공항 공약 철회, 논란의 불씨 남겨선 안 된다'에서도 우려의 시각을 감추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이번 총선에서 신공항 공약을 배제키로 했지만 중앙당 차원의 공약에서만 빠진다는 것일 뿐 지역 차원의 공약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기에 "부산의 여론을 의식해 중앙당 차원의 공약으로 내세우진 않겠지만 대구·경북지역에서 계속 남부권 신공항 문제를 제기할 경우 굳이 막으려 들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부산에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대구·경북에서는 해도 좋다는 말인지. 도무지 원내 제1당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공당으로서 내놓을 수 있는 얘기로 여겨지지 않는 후안무치다"고 꼬집었다. 

<국제신문>은 18일 사설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총선 공약에 남부권 신공항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힌 자체부터가 '무리수'였음을 일갈했다. '손바닥 뒤집듯 변하는 새누리당 신공항 공약'이란 제목의 사설은 "새누리당이 총선 공약에서 남부권 신공항을 제외키로 했다는 발표는 그야말로 공약(空約)의 결정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지역 여론은 아랑곳없이 입맛대로 공약에 포함시켰다가 반발이 거세자 언제 그랬냐는듯 없던 일로 하겠단다. 국민을 주인이 아니라 종 다루듯 하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말문이 막힐 따름"이라고 개탄했다.

"갈등의 생채기가 채 봉합되기도 전에 다시 공약으로 들고 나온 것은 무책임의 극치"란 표현에선 이 지역 민심의 흐름이 저절로 느껴진다. 중앙당 차원에서도 불가능했던 신공항 공약을 지역 후보자들이 내걸 수 있을지, 내건다고 해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새누리당이 이런 얄팍한 속임수를 등장시키는 이유를 알 수 없다.

[TK민심 ①] "부산의 말 한마디에 박근혜 신공항 약속 무산... 재추진"

새누리당이 신공항을 공약에서 제외한 데 대해 TK지역은 다시 크게 술렁이고 있다. <영남일보>는 부산의 말 한마디에 박근혜 신공항 약속이 무산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제목에서 묻어났다. 17일 1면 ''박근혜 신공항 공항 약속' 부산 말 한마디에 물거품''이란 머릿기사에 신문은 "신공항 사업이 대구·경북과 호남까지 아우르는 '남부권' 차원에서 추진될 경우 부산 가덕도가 사실상 제외될 것이라는 부산권의 반발여론을 감안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그런 뒤 기사는 "이에 따라 새누리당이 부산권 민심을 우려해 차기 대선공약에서마저 '남부권 경제활성화를 위한 신공항 건설 약속'을 폐기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주성영 새누리당 대구시당 위원장(대구 동갑)은 "대구는 남부권 신공항 내지는 제2관문 공항에 대해서는 중앙당 차원 공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의치 않을 경우 대구·경북은 (시도당 차원에서)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기사에서 밝혔다.

게다가 새누리당 총선공약본부 지방균형발전팀장을 맡고 있는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병)도 기사에서 "중앙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대구나 대구시당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신공항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박 위원장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했다. 대선공약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혀 향후 더 큰 갈등의 불씨가 던져질 것임을 예고했다. 

[TK민심 ②] "박근혜만 짝사랑하다가…대구경북은 '정치적 섬?"

<매일신문>이 내보낸 새누리당 '신공항 공약' 제외 관련 기사들.(인터넷신문 캡처)
 <매일신문>이 내보낸 새누리당 '신공항 공약' 제외 관련 기사들.(인터넷신문 캡처)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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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도 신공항 공약 제외를 비통해 했다. 기사와 제목들에서 읽힌다. 17일 '박근혜만 짝사랑하다가…신공항 물건너가나'란 제목의 기사는 "'말로만 새누리당 텃밭?' 대구경북이 찬밥 신세"라며 리드에서부터 신세타령을 했다. 화가 덜 풀렸던지 "대구경북 입장에서는 전폭적으로 지지해 탄생한 이명박 정부와 대구경북을 지역적 기반으로 하고 있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집권 여당, 새누리당으로부터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연이어 큰 뺨을 두 대 맞은' 셈이다"고 분함을 표출했다.  

기사는 이어 "현재 새누리당은 오로지 부산만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남부권 신공항'을 '그냥 신공항'으로 검토하더니 아예 없던 일로 했다"고 전하면서 "결코 부산에 밀려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단호한 의지를 기사는 이렇게 표현했다.

"'대구경북은 누가 뭐라고 해도 새누리당'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깃발만 꽂으면 싹쓸이'라는 등식이 이번에도 통할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표가 다른 곳에 갈 수가 없다는 등의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대구경북에서 '박근혜 카드'는 암행어사의 마패가 되고 카드판의 조커가 된다. 하지만 '집토끼'로 분류되는 대구경북을 무시하지 말라는 거친 목소리가 제기된다. "새누리당은 부산만 무섭냐?"는 성난 소리다."

이마저 부족했던지 기사는 "새누리당의 안중에는 부산경남만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은 늘 '잡은 고기'였고 따로 '당근'을 주지 않아도 다른 곳으로 달아나지 않았다는 믿음 때문"이라며 갈등을 더욱 부추겼다. 덧붙여 "대구경북을 '잡아 놓은 고기'로 보는 새누리당의 오만함을 심판해야 한다는 지역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며 "당근을 주지 않아도 대구경북은 무조건 우리 편이라는 자가당착을 깨우쳐줘야 한다"고 성토했다.

신문은 또 18일 '대구경북은 '정치적 섬'…여야 모두 부산경남에만 손짓'이란 제목의 기사에서도 "4.11총선을 두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대구경북은 새누리당으로부터는 '그물 안에 잡아 놓은 고기' 취급을 받고, 민주당으로부터는 '대구경북은 부산경남 다음'이거나 '공을 들여도 새누리당 텃밭이라서 표시가 나지 않는 곳'으로 분류돼 이래저래 '정치적 섬'이 되어가고 있다"고 전하면서 TK지역의 결속을 촉구했다.

이처럼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겉으론 '공약은 투표의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며 책임정치의 중요한 구실을 하게 된다'는 교과서적인 말을 되풀이하지만, 돌아서면 금세 선심성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고, 그것도 모자라 재탕삼탕의 공약까지 동원해 선전·선동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민주정치의 병폐이자 그릇된 선거풍토의 근원이 기승을 부리는 요즈음 유권자들의 경계와 주의가 각별히 요망된다.


태그:#새누리당, #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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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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