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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간식은 크게 떡과 한과, 음청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간식으로 즐기는 음식을 병과라고 하는데 '병'은 떡, '과'는 한과를 뜻합니다. 우리나라는 농경사회였으므로 주식으로 밥을 해먹었고 자연스럽게 간식의 주재료도 쌀을 비롯한 곡물이 되었지요.… 떡은 밥만큼이나 우리 인생살이에 밀접하게 다가와 있어요. 아기가 태어나면 삼칠일과 백일에 백설기를 찌고 돌상에는 붉은 수수팥떡을 올려 장수를 기원했습니다.

또한 명절과 절기에 따라서 즐기는 법이 달랐어요. 설날에는 시루에 찐 흰떡을 길게 늘여 뽑아 '재산이 쭉쭉 늘어나라'는 축복의 의미를 담아 떡국을 끓여 먹었습니다. 또한 삼월 삼짇날에는 진달래화전을 지지고 단오에는 해쑥으로 쑥떡을 해먹었으며 동짓날에는 찹쌀 경단을 만들어 팥죽을 끓여 먹었지요. 이처럼 절기별로 다른 떡을 먹었는데 제철재료를 활용하는 것뿐 아니라 어려운 형편에도 가족과 이웃이 둘러앉아 함께 나눴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주전부리> 중에서)

주부인지라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에 관심이 많다. 때문인지 요리책에 자연스럽게 눈이 가곤 한다. 책 <주전부리>는 어렸을 때 자주 먹었던 우리 주전부리(간식)들을 모아 만드는 법을 소개하는 요리책이다.

달걀빵을 집에서도 만들 수 있다니!

<주전부리> 겉그림
 <주전부리> 겉그림
ⓒ 동녘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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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찐빵이나 술빵, 양갱, 두부과자 등과 같은 우리 주전부리 60가지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봄에 반죽을 만들어 냉동시켜 두고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꺼내 해먹곤 하는 쑥갠떡(개떡), 만드는 법도 쉬운 데다가 맛도 좋아 수시로 해먹는 호박죽과 단팥죽 외에 우리 주전부리를 만드는 법을 알고 싶어서 요즘 자주 들여다 보게 되는 책이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우리 주전부리들 중 올해 어떻게든 만들어 보고 싶어 우선 찜한 것들은 단호박상투과자, 녹차 양갱, 두부과자, 자색고구마와 단호박부각, 구운 찰떡, 옥수수술빵과 술떡, 고구마경단, 건포도 찐빵, 달걀빵, 검은콩두유.

이 중 달걀빵은 그동안 길거리 음식으로만 만났는데 집에서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또한, 길거리에서 단골로 사 먹는 주전부리임에도 달걀 하나가 통째로 들어가기 때문에 영양 면에서 우수해 어떻게든 만들어보고 싶은 주전부리다.

검은콩두유도 눈에 띄는 레시피. 해마다 친정 부모님께서 검은콩을 빠지지 않고 보내주시는지라 밥에 늘 넣어먹었지만, 그러고도 남기 때문에 두유를 만들어 먹어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마음에만 두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나 번거롭단 생각에 선뜻 시도하지 못했는데 저자처럼 시간 날 때 페이스트 형태로 넉넉하게 만들어 두면 훨씬 간편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올해는 꼭 습관 들여 보리라 다짐하게 됐다.

우리 주전부리 60가지 중에서
 우리 주전부리 60가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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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수수술빵

- 재료 : 15cm 사각틀1개, 물 140~150ml, 생막걸리 90g, 강력분 80g, 박력분·설탕 55g씩, 옥수수통조림(물기 뺀 것 50g), 옥수수가루 40g, 소금2g.

- 만드는 법 : ① 막걸리와 물은 미지근하게 데운 뒤 설탕을 넣고 고루 섞는다. ② 물에 강력분, 박력분, 옥수수가루, 소금, 옥수수통조림을 넣고 ①을 부어 잘 섞는다. ③ 따뜻한 물을 볼에 담고 ②의 반죽을 넣은 볼을 그 위에 올린 뒤 랩을 씌워 4시간 정도 발효한다. ④ 발효된 반죽을 주걱으로 저어 공기를 뺀 뒤 80% 정도 채운다. ⑤ 김이 오른 찜통에 시루 밑을 깔고 틀을 넣은 뒤 20분간 찐다.

▲ 고구마경단 만들기

- 재료(4인분 기준) : 밤고구마 200g, 카스텔라 100g, 찹쌀가루 70g, 뜨거운 물 40~50ml, 설탕 20g, 꿀 1큰 술, 소금 2g.

- 만드는 법 : ① 고구마는 껍질을 벗기고 전자레인지에 5~7분간 익힌 뒤 뜨거울 때 으깬다. ② 으깬 고구마에 찹쌀가루, 설탕, 꿀, 소금을 넣은 뒤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반죽한다. 고구마의 수분 정도에 따라 물 양을 조절한다. ③ 반죽이 손에 달라붙지 않을 정도로 치댄 뒤 둥글게 빚는다. ④ 끓는 물에 경단을 넣고 떠오르면 체에 건진다. ⑤ 카스텔라는 갈색부분을 걷어 낸 뒤 노란색만 체에 거른다. ⑥ 익힌 고구마경단을 카스텔라에 굴린다.

옥수수술빵과 술떡은 어린 시절이 생각나 해보고 싶은 것들. 요즘은 들판에서 일하며 짜장면 등과 같은 음식들을 배달시켜 먹는 경우가 많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점심을 비롯해 끼니 중간에 먹는 새참을 어머니께서 직접 만들곤 했다. 술빵이나 술떡, 찐빵은 어머니의 손맛이 가득 담겨 있었던 새참. 막걸리로 발효를 했기 때문에 술 냄새가 풀풀 났던지라 지금도 막걸리를 마주할 때면 문득 생각나곤 한다.

흔히 건포도를 넣지만 이처럼 옥수수통조림을 넣어 찌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사각 틀이 없다면 우리 어머니들이 흔히 했던 것처럼 베보자기에 반죽을 그대로 부어 커다랗게 찌거나 시중에서 파는 머핀 틀을 이용해 컵케이크처럼 쪄 보는 것도 좋을 듯.

초콜릿보다 건강한 고구마 경단은 어떨까?

우리 주전부리 60가지 중에서
 우리 주전부리 60가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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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에 피자를 무척 좋아했어요. 햄버거하고 라면도 좋아했는데,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좋아했죠.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첫아이 임신하고도 즐겨 먹었어요. 그런데 이런 음식들 때문에 첫째가 아토피를 앓고 있는 것 같아 후회스러워요. 신생아 여드름으로도 고생 참 많이 했는데 어떤 책에서 보니까 자궁도 식품첨가물 등에 안전하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임신할 때만이라도 먹지 않는 건데…. 좋지 않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설마 그럴까?' 했거든요."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 때문에 후회도 많고 마음 고생도 많이하는 아는 동생의 말이다. 고구마경단은 이 동생에게 꼭 권하고 싶은 레시피다. 그녀는 8살, 3살 남매를 뒀는데, 첫째는 아토피가 무척 심하다. 시중에서 파는 작은 과자 한 봉지도 5~6회 정도로 나눠 먹일 정도로 심한지라 아이들 반찬은 물론 간식도 무척 신경이 쓰인단다.

그녀에 따르면, 첫째의 아토피가 유독 심한 것은 결혼 전과 첫째 임신 중에 몸에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설마 그렇게 되기야 하겠어?'라며 즐겼기 때문. 이를 후회하며 둘째 임신 중에는 식습관을 바꾼 덕에 둘째는 아토피가 비교적 가벼운 편이란다. 그외에도 두부과자나 단호박상투과자 등, 야채나 몸에 좋은 재료들을 이용한 레시피들이 많아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는 그 어떤 책보다 유용한 책이 될 것 같다.

고구마경단은 청소년이 되면서 고구마를 거의 먹지 않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만들어 주고 싶은 주전부리. 취향에 따라 카스텔라에 계핏가루나 녹차가루를 섞어 옷을 입히거나 고구마 대신 단호박을 이용해 경단을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또한 모양 좋게 포장해 초콜릿 대신 선물해도 좋을 듯. 두루두루 권하고 싶은 우리 주전부리다.

내 아이를 살리는 엄마표 간식

책 속 '두부과자'편 레시피(왼쪽)
 책 속 '두부과자'편 레시피(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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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주전부리들 외에 ▲ 아빠들에게 해주면 좋을 막걸리 칵테일 ▲ 고구마경단과 함께 특별한 날에 선물하면 좋을 녹차양갱 ▲ 대추차 등과 함께 점잖은 손님에게 대접하면 좋을 곶감말이나 대추정과 ▲ 허약한 아이들에게 자주 해먹이면 원기가 보충될 율란 ▲ 막대사탕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좋아라 할 잉어사탕이나 생강엿과 깨엿 ▲ 올 여름 삼복더위에 우리 아이들 입에 하나씩 물려주고 싶은 꿀얼음 ▲ 봉지과자에 맛들인 아이들도 좋아할 곡물시리얼바 등 다양한 우리 주전부리 그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우리 주전부리들은 살림을 어느 정도 한 주부들이라면 대략 어떻게 만들면 될 것 같다고 지레짐작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것들이다. 하지만 막상 번거롭다는 생각에 선뜻 만들어보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 그런데 고구마경단처럼 쉽고 간편하게 만들어 먹는 것은 물론 누군가에게 사랑의 마음을 담아 선물하기에도 손색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몸이 고단한 날이면 어렸을 적에 자주 먹던 먹을거리들이 유독 먹고 싶어지는 것은, 엄마가 해주던 것들을 먹으면 힘이 불쑥 솟을 것만 같은 것은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듬뿍 담겼기 때문 아닐까? 그동안 빵이나 쿠키 등을 만드는 책은 많이 나왔지만,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간식거리 혹은 우리 주전부리들만을 모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 책은 <주전부리>가 처음이다(내가 아는 한). 우리 주전부리들만을 모은 책을 길잡이 삼아 어렸을 적에 자주 먹던 우리 엄마표, 내 아이를 살리는 엄마표 간식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주전부리>(백오연 씀ㅣ동녘라이프ㅣ2011.12.ㅣ 1만3500원)



주전부리 - 소박한 우리 간식 만들기

백오연 지음,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2011)


태그:#주전부리(간식), #고구마경단, #백오연, #요리책, #동녘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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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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