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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내가 담당하고 있었던 국가위기관리센터에 대한 부분은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1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청와대 지하벙커에 있는데 우리는 그게 있는지조차 몰랐다',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철대문으로 닫혀 있어서 자기들끼리만 근무하는 거였다',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 3교대하는 기능직만 남아 있었고, 거기서 근무했던 다른 사람들은 다 나갔다'고 했는데, 그의 말은 모두 대국민 사기 또는 기만이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지냈던 류희인 예비역 공군 소장은 19일 오후 기자와 만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박 전 차관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의 정권교체 당시 인수인계 시스템이 전혀 없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관련기사: "광우병 촛불시위는 정권 상실감에서 나왔다").

 

박 전 차관은 인터뷰에서 "(청와대에 들어가고 나서도) 청와대 지하 벙커에 설치된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철대문으로 닫혀 있었서 자기들끼리만 근무하는 거였다", "3교대 하는 기능직만 남아 있었고, 거기서 근무했던 다른 사람들은 다 나갔다"며 참여정부로부터 국기위기관리센터 업무를 제대로 인계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류 전 사무처장의 말은 달랐다. 류 전 처장은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 NSC 사무처 창설요원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이래 NSC 위기판단관, NSC 위기관리센터장, NSC 사무차장을 역임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동안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기획, 주도했던 그는 범정부 차원의 위기관리 지침을 최초로 체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월 7일 인수위에 업무보고... 인수위원 11명 있었다"

 

류 전 사무처장은 "국가위기관리센터에 관련된 박 전 차관의 말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만일 위기관리센터에 대해 몰랐다고 한다면 박 전 차관의 무능 때문이고, 알면서도 거짓말을 했다면 고위공직자로서의 인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류 전 사무차장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총괄팀장을 맡았던 박 전 차관이 참여정부로부터 청와대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기사를 읽어보고 상당히 악의적으로 비틀어서 이야기를 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부분은 차치하고 내가 맡았던 국가위기관리센터에 대해서 한 말은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먼저 그는 청와대 지하 벙커에 설치된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했는데, 그러면 내가 2008년 1월 7일 인수위에 가서 업무보고를 한 것은 뭔가. 당시 나와 내 밑에 있던 세 명의 국장이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했을 때 이경숙 인수위원장을 포함해 11명의 인수위원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

 

처음 인수위에서는 대책도 없이 위기관리 센터를 아예 없애버리겠다고했는데, 그 얘길 듣고 '아, 이 사람들이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나', '최소한 위기관리센터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왜 필요한지는 알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최대한 인수위 쪽에 시간을 잡아보라고 해서 어렵게 마련된 자리였다."

 

- 박 전 차관은 국가위기관리센터의 존재도 몰랐다는 뉘앙스로 말을 했다.

"당시 박진 의원이 안보분과 위원장이었는데, 내 보고를 받고나서 'NSC 조직기능을 오히려 강화해야 되겠다'는 얘기가 들리더라. 그래서 나야 비서관급이고 현역 군인 신분이어서 당연히 청와대를 떠날 생각을 했지만 위기관리센터 직원들에게는 동요하지 말고 계속 업무를 수행하라고 말했다.

 

나는 공군으로부터 2월 23일자로 원대복귀하라는 인사명령을 받아서 대통령 취임식 이틀 전에 청와대를 나왔지만 다른 직원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박 전 차관이 '청와대에 들어간 후에도 며칠간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지하벙커에 있는 줄도 몰랐다'고 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어떻게 몰랐다는 말을 할 수가 있는가."

 

"4년이나 지난 시점에 이런 말을... 악의적이다"

 

- 박 전 차관은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철문으로 닫혀 있어서 자기들끼리만 근무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참 기가 막힌 말이다. 원래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설치된 지하 벙커 구조 자체가 유사시를 대비한 대피시설 용도로 박정희 대통령이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원래 방공호로 만들어진 공간을 리노베이션해서 위기관리센터로 개조를 한 것인데, 대규모 인원이 갑자기 들어올 때를 대비해서 입구가 터널처럼 크다. 그리고 폭탄이나 미사일에 직격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1미터짜리 두께의 철문으로 막아두고 있다. 평소에는 이 철문을 닫아 놓고 옆에 있는 'ㄷ'자형 쪽문으로 출입하게끔 되어 있는데 이걸 그런 식으로 비틀어서 이야기를 한 것이다. 구조상 그런데 철문을 닫아 놓고 우리들끼리만 근무를 했다고 하는데 이게 말이 나 되는가."

 

- '(국가위기관리센터에) 3교대하는 기능직만 20명 남아있었다'고도 했다.

"이 사람들은 기능직이 아니다. 끊임없이 상황정보가 들어오던 군과 경찰, 소방 등 안보∙재난∙위기 등 3개 분야의 공무원들이었다. 육∙해∙공 각 군에서는 중령들이 한 사람씩, 경찰에선 경정이나 경감급이, 또 소방방재청에도 그에 해당하는 공무원들이 파견되어 3교대로 24시간씩 상황을 모니터했다. 각 조가 군과 경찰, 소방공무원으로 이루어졌다. 이 사람들이 왜 기능직인가? 전문 상황요원들이었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 공무원 직제상 기능직 공무원은 전산직 여직원 한 명, 운전기사 한 명을 포함해서 3명 밖에는 없었다. 다시 말하면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은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될 운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그 날짜까지 나를 제외한 전 인원이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했다. 이른바 '정권실세', '왕차관'으로 불렸던 사람이 4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주 악의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왜 팩트를 이런 식으로 왜곡하는가."


태그:#박영준, #류희인, #N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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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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