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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2일 부터 26일까지 중국 윈난성의 성도인 쿤밍일대를 여행했습니다. 저는 그 기간 동안 현지에서 현재의 중국을 객관적 시각으로 접근해보길 원했습니다. 이 글은 그 결과입니다. _ 이안수 씀

주가의 추락

쿤밍의 역동적인 경제적 변화는 수많은 벼락부자를 낳고 지나친 배금주의에 물들게 했다. 급격한 경제 성장은 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고급 아파트는 현재 평당 2000만 원 정도다. 2002년에 비해 10배 쯤 오른 가격이다.

쿤밍의 부동산 시장은 달아올랐던 것이 이제 식고 있는 국면이다.
 쿤밍의 부동산 시장은 달아올랐던 것이 이제 식고 있는 국면이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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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 폭등할 예전에는 주식에 손을 댄 사람이 많다. 중국어로 상한가를 장팅(漲停 상승하여 멈추었다는 의미)'이라하고 하한가는 '뎨팅(跌停 내려가서 걸렸다는 의미)이라고 한다.

예전 장팅이 계속되는 때에 일반 서민들도 많은 사람들이 주식에 손을 댔다. 매일 얼마를 벌었다는 숫자는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하게 했고 집을 팔아 주식에 넣었던 사람들은 현재 두 종류의 사람들로 분류된다.

한 루류는 주식이 뎨팅국면으로 전환될 당시 발을 뺀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나마 재산이 반타작하는 것에서 손해를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 미련을 둔 분류의 사람들은 지금도 주식이 마감되는 3시까지는 주가에 목숨 걸고 그 후에는 술로서 시름을 잊어야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집을 날리고 주식을 접은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했다.

"날린 집이 아까워서 어떻해요?"

현재 생업에 열중인 그 분이 말했다.

"재산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나는 사람은 없잖아요. 원래 없었던 거였으니 억울하지 않습니다."

그는 주식을 한 게 아니라 도를 닦은 사람 같았다.

급격한 경제성장의 그늘은 빈부의 격차이다.
 급격한 경제성장의 그늘은 빈부의 격차이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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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최고 6400포인터였던 주가지수는 2008년 대폭락이후 현재 2100포인터 대에 머물고 있다.

중국 주식시장은 중국 국유기업체 및 대형 제조업체와 금융업체의 주식이 상장되어 있는 상하이(Shanghai)증시와 IT와 중소기업이 상장된 선전(Shenzhen)증시 그리고 중국 대륙의 대기업 및 국유기업체들이 상장된 홍콩(Hongkong)증시의 3곳이 있다. 증시의 동향을 나타낼 때는 주로 상하이의 종합 지수로 나타낸다.

중국의 증시는 중국 경제의 펀드멘틀을 반영한다기보다 유동성 장세가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의 특징은 바로 투기와 도박이다.

주식시장에 투기와 도박으로 접근한다면 그 끝은 맨손이기 쉽다.
 주식시장에 투기와 도박으로 접근한다면 그 끝은 맨손이기 쉽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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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유대인, 원저우투기꾼들은 떠나고...

이 투기와 도박은 주식에 이어 부동산으로 옮겨갔다.

부동산 시장을 뒤흔드는 사람은 저장성(浙江省 절강성)의 원저우(溫州 온주)사람들이다. 원저우사람들을 중국의 유대인이라고 부를 만큼 사업수단이 뛰어난 것으로 소문나있다. 중국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로 꼽히는 상하이의 난징로 점포들의 주인은 대부분 원저우 출신 상이들이라고 한다. 원저우 사람들의 상재(商才)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중국의 부동산 가격을 휘젓는 사람들도 이들이다. 그들은 돈이 몰리는 곳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신도시 개발이 예정된 곳은 영락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원저우사람들이 나타나 사무실을 내면 덩달아 부자 될 희망에 부풀다가 그들이 떠나면 남은 자는 두렵다.
 원저우사람들이 나타나 사무실을 내면 덩달아 부자 될 희망에 부풀다가 그들이 떠나면 남은 자는 두렵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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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의 쿤밍 부동산시장에서는 온주사람들이 막 떠난 국면이다. 이미 한껏 오른 부동산 시장을 지탱해야할 사람들이 쿤밍사람들이다. 일부는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부푼 부동산 시장이 주식 같은 추락을 염려하고 있다.

여행자로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그곳 사람들의 삶을 살아낸 희로애락을 유추할 수 있는 옛 골목과 건물들은 급격하게 사라져서 쿤밍만의 고유한 풍취는 옛 문서에서나 찾아야할 판입니다.

쿤밍 변두리의 농가를 가진 주인들은 그 땅을 이용해 부자로 탈바꿈하고 있다. 쿤밍시에서는 가진 땅의 평수만큼 그대로 건물을 올릴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자금도 지원해주고 있다.

주거환경을 고려한 건축 밀도를 고려하지 않는 이런 재개발은 더 큰 후유증을 내포하고 있다.
 주거환경을 고려한 건축 밀도를 고려하지 않는 이런 재개발은 더 큰 후유증을 내포하고 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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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자신의 옛집이 50평이라면 건평 50평으로 7-8층짜리 빌딩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한층은 건축주가 사용하고 나머지는 임대를 통해 농민수익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됨으로서 누구도 옛집을 그대로 둘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

쿤밍시는 건축 밀도나 용적률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이런 농민주택 재개발 사업을 5년 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지워지고 있는 과거
 지워지고 있는 과거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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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중국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중국의 개혁·개방이 선포되었다. 이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黑猫白猫)사상의 경제 정책을 폈다. 그 핵심은 실리주의로 중국인민을 잘 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쿤밍시의 목표는 등소평이 바랐던 수준 즉 '인민들이 배불리 먹고, 잘 입고, 편히 사는 순준'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배불리 먹고, 잘 입고, 편히 사는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배불리 먹고, 잘 입고, 편히 사는 것이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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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표 앞에서 지금까지 쿤밍을 쿤밍답게 했던 것들은 더 이상 보존될 가치를 잃게 된다.

12월 24일, 중국의 설인 춘지에(春节 춘절) 며칠 앞둔 시점에 한 가게의 사장은 방문객인 우리를 위해 인사법을 한 가지 소개했다.

"춘지에에 가장 많이 나누는 인사법입니다. 먼저 양손을 올려 왼손을 감아 쥔 다음 오른손으로 그 주먹을 감싸면서 '꽁시파차이(恭喜发财)'라고 하면 됩니다. '부자 되세요'라는 뜻입니다. 그럼 상대도 함께 '꽁시파차이'라고 하면 되요. 혼자만 돈 많이 벌면 안되니까..."
악수대신 두 손을 모아 쥐고 흔드는 중국의 인사법인 공서우
 악수대신 두 손을 모아 쥐고 흔드는 중국의 인사법인 공서우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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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대신 두 손을 모아 맞잡는 공서우(拱手)의 자세로 '부자 되세요'라고 말하는 인사법은 '신니엔콰이러(新年快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와 함께 가장 많이 쓰는 중국의 새해 덕담이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쿤밍, #윈난성,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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