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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집을 순례하다〉
▲ 책표지 〈다시, 집을 순례하다〉
ⓒ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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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육신의 안식처다. 좋은 집은 몸 자체를 편안케 한다. 그 안에서 충분한 휴식도 취하고 재충전을 얻을 수 있다. 요즘처럼 바람이 심하게 불고 추운 날씨에는 웃풍이 들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여름철에는 찜통이 돼서는 안 된다. 아기가 시원한 산들바람 속에서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까닭이다.

사실 옛날에는 자연 그대로의 집을 짓고 살았다. 동굴 안과 움막을 이용한 게 그것이다. 그야말로 자연친화적인 집이었다. 시대가 변천하고 인간의 욕망이 자리 잡게 되면서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게 세워졌다. 집은 쉼과 재충전의 목적이 아니라 재산증식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다시, 집을 순례하다>는 20세기 건축의 거장들이 지은 달고 따뜻한 체온이 깃든 8개의 집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그 집을 찾아 세계 곳곳을 누볐다. 로스앤젤레스, 스웨덴, 샌프란시스코, 독일, 뉴욕등을 돌며 '주택순례'를 했다. 1995년 여름부터 무려 7년 동안 긴 여행을 한 것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이미 <집을, 순례하다>가 나온 바 있고, 이 책은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요시후미가 순례한 집들은 도심 속 한복판에 자리 잡은 스미요시 연립주택에서부터, 해안가 절벽을 조화롭게 활용한 시 랜치의 통나무집, 높은 창고 같은 건물을 개조한 듯한 고풍스런 한네 키에르흘름의 집, 기존의 3층집은 그대로 둔 채 1층과 2층을 전부 개축한 피에르 샤로의 '메종 드 베르'집도 선보였다. 대자연과 드넓은 대지 위에 마치 미로를 지나듯한 여러 채의 집들이 들어서 있는 필립 존스의 '글라스 하우스' 등을 소개하고 있다.

"테라스를 지나 입구에 들어서 몇 걸음 앞으로 나가면 네 개의 굵고 둥근 나무기둥에 둘러싸인,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공간이 나옵니다. 정면으로 난로가 있고 소파 같은 것들이 높여 있기 때문에 용도는 거실이겠지만, 흔히 보는 보통 거실은 아닙니다. 그 공간을 집 안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장소, 즉 다른 곳보다 공간의 '격'이 높은 장소로 만들기 위해 사방으로 기둥에 세워져 있는 것이지요. 일의 순서에서 본다면 이러한 의도를 담은 특별한 공간을 먼저 만들고, 그곳에 '거실'이라는 용도를 부여했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할지 모르겠네요"(93쪽)

이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150킬로미터에 떨어져 있는 시 린치의 집을 일컫는 것이다. 사진만 들여다보면 마치 낡은 헛간을 보는 듯 볼품이 없어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바람을 타지 않도록 해안가로부터 비스듬하게 지었고, 빗물이 고이지 않도록 보도 없고, 빗물이 고이지 않도록 했는지 지붕의 차양도 없다. 멋있는 것은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는 듯한 하늘정원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집을 조립식으로 짓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빨리 완성하고, 간단하게 집을 짓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조립식으로 지었어도 기품이 나고 자연과 너무나도 조화를 이루는 집이 있다. 이른바 현지에서 나는 돌담과 흰 벽의 대비를 완벽하게 이루고 있는 베네치아 북부의 까사 그랑데에 지어진 '쌍둥이 산장'이 그 집이다.

이 집이 고풍스러운 것은 집 안에 큰 원통형의 난로가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그걸 중심으로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다. 더욱이 집의 돌담 기초가 그대로 바닥연까지 올라와 있어 2층 거실의 벽이 되는 모습은 흠잡을 데가 전혀 없다. 또한 풍성한 전나무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은 자연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상과 같이 20세기 건축의 거장들이 지은 집들은 과연 달랐다. 언젠가 유럽을 여행했을 때 그곳의 가이드가 한 말이 생각난다. 대부분의 한국 건축공사는 빨리빨리 지어 집을 팔아먹는 걸 목적으로 한다면 유럽의 건축가들은 자기의 이름값을 새기려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500년 그리고 1000년의 건축술을 자랑하는 이유라고 했다. 우리들도 느릿느릿 여유를 갖고 집을 지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투기 목적이 아닌 참된 안식과 재충전을 위한 집들을 말이다.


다시, 집을 순례하다 - 20세기 건축의 거장들이 지은 달고 따듯한 삶의 체온이 담긴 8개의 집 이야기

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 정영희 옮김, 사이(2011)


태그:#20세기 건축, #필립존슨, #임스 부부의 집, #안도다다오, #까사 그랑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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