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미역국을 끓이고자 조그만 미역을 한 봉지 샀습니다.
 미역국을 끓이고자 조그만 미역을 한 봉지 샀습니다.
ⓒ 홍경석

관련사진보기


어제는 제 생일이었습니다. 세금 안 붙는다고 마구 나이만 먹어 어느새 오십하고도 거기에 넷이란 숫자를 더 얹게 되었네요. 요즘 날씨는 정말이지 너무나 춥습니다!

오늘 새벽의 출근시간 역시도 겨울 찬바람은 흡사 귀를 베어가기라도 할 듯 그렇게 아주 맹렬하기 짝이 없었지요. 그 간사한 혀를 날름거리며 마구 달려드는 통에 저는 그만 또 떨어질 것만 같은 두 귀를 장갑 낀 손으로 서둘러 덮어주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입니다.

마치 포근한 이불처럼 말이죠. 한데 날씨가 이 모양으로 명실상부한 혹한을 벗어나지 못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지 싶습니다. 왜냐면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난 지난 54년 전에도 요즘처럼 그렇게 동장군의 기세는 가히 마구 살기등등했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 바람에 아버지께선 그날 장작을 자그마치 얼추 하루 종일이나 그렇게 구들장 밑에 마구 밀어 넣으셨다지요. 여하튼 그렇게 저를 낳으신 어머니께선 필경 산모의 '필수품'인 미역국을 후룩후룩 드셨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와의 인연은 너무도 짧았습니다. 어머니께선 그만 저의 생후 첫돌을 즈음하여 저와 아버지의 곁을 영영 떠나신 때문이죠. 그로부터 저의 간난신고와 외로움, 그리고 슬픔과 아울러 "에미 없는 자식"이란 레테르는 주홍글씨처럼 각인되었던 것입니다.

그렇긴 하되 해마다 제 생일날은 꼬박꼬박 찾아왔습니다. 실로 무심하게 말입니다. 마치 '작년에 왔던 각설이는......' 죽지도 않고 또 오듯 그렇게 말이죠. 평소에도 미역국을 좋아합니다. 고로 제 생일날에 미역국을 먹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물론 기실 미역국이란 건 생일을 맞는 당사자보다는 정작 그를 낳아주신 어머니가 먼저 드시는 게 순리이자 순서일 것입니다. 그러나 여태껏 역시도 종적이 묘연한 저의 생모이고 보니, 그같은 주장과 그 어떤 감언이설의 '설득'이 동반된다손 쳐도 저로선 도무지 수긍하고 감당할 깜냥은 솔직히 없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생일날 미역국만큼은 기필코 찾아먹으리라는 사명감으로 그제는 재래시장에 갔습니다. 미역에 이어 바지락도 2천 원어치를 샀습니다. 쇠고기를 넣고 끓이는 미역국보다 제 입엔 그게 더 나은 때문이었지요.

지인 중에 저처럼 조실부모하고 친.인척 손에 의해 성장한 이가 있습니다. 언젠가 그가 말하길 "내 생일날 고(이)모가 미역국을 안 끓여주면 그게 어찌나 서운했던지......!!" 라며 미역국에 맺힌 어떤 포원(抱冤)을 토로한 것이 지금도 기억의 샘에서 물결칩니다.

연말연시의 이 바쁜 와중에도 아들이 집에 와, 사온 선물을 건네고 오리고기 정식의 푸짐한 저녁까지 산 뒤 그제 다시 직장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2012 임진년으로 해가 바뀌면 아들은 서른 살, 딸은 스물여섯의 낭자(娘子)가 됩니다.

가족에 대한 적막감이 첩첩산중과도 같은 까닭에 내년엔 두 아이 모두 번듯하고 참한 애인을 데리고 집에 오길 바랍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랬다고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고 한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그러고 나서 녀석들 생일이 도래하면 자타공인의 '요리사'인 이 아빠가 자청하여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시원한 미역국까지를 손수 끓여주렵니다. 

덧붙이는 글 | cbs 라디오 송고



태그:#생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사진] 단오엔 역시 씨름이죠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