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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씨는 성경 예언을 이용해 "김정일의 후예들은 도륙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왜곡을 넘어 성경모독에 가깝다
 조갑제씨는 성경 예언을 이용해 "김정일의 후예들은 도륙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왜곡을 넘어 성경모독에 가깝다
ⓒ 조갑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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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조갑제 전 <월가조선> 대표의 증오심은 익히 아는 바이지만 성경을 왜곡하면서 그를 비난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습니다. 조갑제 전 대표는 25일 자신의 누리집인 <조갑제닷컴>에 올린 "성경의 예언: '김정일의 후예들은 도륙당한다!'"제목 글에서 신약성경 <요한계시록>과 구약 <이사야>를 동원해 김정일 위원장이 성경이 예언한 심판을 받는다면서 그를 추종하는 자들까지 심판받을 것이라고 극언을 내뱉었습니다.

그는 <요한계시록> 12장 7-9절에서 "하나님의 군대장관 미가엘과 용이 싸워 용이 하늘에서 쫓겨난다"는 내용과 13장의 "2대 짐승은 오른손에나 이마에 표를 받게 한다. 이 표를 가진 자 이외에는 매매를 못하게 한다. 그 표는 첫째 짐승의 이름이나 그 이름의 수다. 짐승의 수는 666"이라는 내용을 정리합니다.

"사탄이 지배하는 세상엔, 용(사탄)과 그 용이 세운 첫째 짐승, 그리고 첫째 짐승을 우상화하여 이 우상의 힘으로 기독교인을 탄압하고 주민들을 속박하는 둘째 짐승 등 세 부류의 악당이 있다. 이들은 악의 삼위일체..."

여기까지 해석은 어긋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용을 스탈린이나 레닌, 또는 마르크스로 놓고, 첫째 짐승을 스탈린으로부터 권좌와 권세를 받은 김일성, 둘째 짐승을, 김일성을 우상화하여 인민들로 하여금 숭배하도록 하는 김정일에 대비하면 거의 정확하게 북한의 모습"이라고 주장합니다.

문제는 악의 삼위일체에서 용을 스탈란과 레닌, 마르크스로 해석하고 첫째 짐승을 김일성 그리고 둘째 짐승을 김정일로 해석한 것은 지금까지 계시록 주석을 수없이 봤지만 이런 황당한 해석은 거의 처음입니다. 악의 삼위일체에 이들을 그냥 찍어 넣은 것에 불과한 계시록 본래 뜻과는 완전히 다른 해석, 아니 해석도 아닌 막무가내식 자기 생각일뿐입니다.

그는 또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둘째 짐승, 즉 김정일은 오른손이나 이마에 표를 받은 자에게만 매매, 즉 경제활동을 허용한다"며 "표는 첫째 짐승(김일성의 이름)이나 666이란 숫자이다. 김일성의 이름이 적힌 표는 북한노동당 당원증일 것이고 666은 김정일을 가리킨다. 김정일의 생일은 2월16일이다. 216節(절)이라 불린다. 6X6X6=216이다. 김정일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인데, 평양에 있는 그의 선거구 번호가 한때 666이었다. 지금 북한에선 북한노동당의 허가 없이는 장사도 무역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아마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계시록에 나오는 '666'이라는 숫자는 들어봤을 것입니다. 666이 누구냐 문제는 기독교 안에서도 다양합니다. 예를 들면 로마 네로 황제, 독일 히틀러, EU(유럽연합), 바코드 따위입니다. 요즘 정부가 도입을 시도했던 '전자주민증'이라며 시민단체들이 사생활 침해와 정부통제때문에 비판하는 것과 달리 전자주민증은 '666'이므로 절대 받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조갑제 "김정일은 '666'"

조갑제씨가 666을 김정일이라고 주장하며  "김정일의 생일은 2월16일이다. 216節(절)이라 불린다. 6X6X6=216이다. 김정일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인데, 평양에 있는 그의 선거구 번호가 한때 666이었다"고 말한 것은 김정일이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주장으로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이런 황당함은 그냥 웃어 넘길 수 있지만 다음 주장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말입니다.

요한계시록은 둘째 짐승, 즉 김정일류(종북세력 포함)의 역할을 '거짓 선지자'로 분류한다. 김정일이 김일성을 우상화하면서 그의 후광을 업고, 역사를 조작하고, 자신의 백두산 출생 신화도 조작하고, 생일마저 조작하여 북한을 거대한 거짓의 공화국으로 만든 것을 상징하는 느낌이다. 둘째 짐승은, 생기기는 양 같은데 말은 마귀(용)처럼 한다고 한다. 위장과 속임수가 김정일 정권의 속성이다. 즉 거짓 선지자 집단이다. 이런 북한정권의 치명적인 약점은 거짓 위에 세운 공화국이란 점이다. 진실의 햇볕이 거짓의 토대를 무너뜨리면 와해된다."

조갑제씨가 생각하는 '종북세력'은 누구일까요? 어쩌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자신도 종북세력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동안 김정일 정권과 대화를 주장하고, 식량 지원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므로 졸지에 '둘째 짐승'을 숭배하는 사탄, 거짓 선지자를 추종하는 사람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교 전쟁이 가장 잔인한 전쟁이라고 했는데 조갑제씨 글을 보면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거짓 세력으로 단죄해버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두렵고 떨립니다.

그는 또 "한국 교회의 다수 목사들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단순한 독재자나 원수가 아니라 '사탄의 세력'으로 봐야 한다는 신학적 입장을 보인다"며 "원수나 독재자는 회개가 가능하므로 용서도 할 수 있지만 '사탄의 세력'은 척결 대상이지 용서의 대상이 아니다"고 합니다.

예수사랑 받는 자 김정은 위해 기도할 수 있어야

그런 주장을 하는 목사와 신학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세상 어느 사람도 사탄으로 지목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역시 사탄이 아닙니다. 조갑제씨 말처럼 "700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희대의 학살 부자"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예수님 용서를 받은 자라고 생각하면 김정은을 위해 기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조씨는 "'회개하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하는 게" 과연 성경적인 것인지도 의문"이라며 "확실한 것은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한국 기독교가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씨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지만 저는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용서받을 수 없다면 대한민국 목사 중에 용서받을 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조갑제씨는 이어 구약 이사야 14장 12절 "너 아침의 아들 계명성이여. 어찌 그리 하늘에서 떨어졌으며 너 열국을 엎은 자여 어찌 그리 땅에 찍혔는고"에 나오는 '계명성'을 북한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광명성'으로 부른 것과 동일시합니다.

김일성-김정일이 '계명성'? 성경 왜곡 말아야

그러면서 14장 13절  "네가 네 마음에 이르기를, '내가 하늘에 올라 하나님의 뭇별 위에 나의 보좌를 높이리라. 내가 북극 집회의 산 위에 좌정하리라. 가장 높은 구름에 올라 지극히 높은 자와 비기리라'하도다"는 인용한 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사야서는 바빌론왕과 김일성-김정일의 죄과중 하나를 강조한다. 즉 이 자들은 '사로잡힌 자를 그 집으로 놓아보내지 않던 자'란 준엄한 논고이다. 수만 명의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을 아오지 탄광 등으로 보내 피눈물을 흘리면서 죽어가게 만든 김정일류가 반드시 그 죄값을 치르고 말 것이란 예언이 아닌가.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수많은 죽인 것은 맞습니다. 그들이 저지른 죄는 용서받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사야 계명성이 김일성-김정일 부자와 연결 짓는 것은 정확한 성경해석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한 독재자는 히틀러, 스탈린도 있습니다. 그들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우리나라 독재자들도 죄 없는 시민들을 학살했습니다. 조씨는 우리나라 독재자들이 시민들을 학살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싶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독재자들이 시민들을 죽였지만 계명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김일성 부자를 계명성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는 이런 말도 합니다.

김정일은 북한의 자연을 망쳤고 수백만 명을 굶겨죽이고 때려죽이며 쏴죽였다. 이사야 선지자는 '계명성=광명성'류의 자손과 추종자들에게도 천벌이 내릴 것임을 예언한다.

"북한 자연을 망쳤다"는 말이 눈에 띕니다. 그럼 4대강을 통해 자연을 파괴한 이명박 대통령도 계명성입니까? 아닙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김정일을 계명성과 연결짓는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글을 이렇게 맺습니다.

정치현상을 종교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고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종교는 선악관을 깔고 있는데 비하여 정치는 실용성이 더욱 강하다. 하지만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정치도 아니고 과학도 아니다. 북한 정권의 행태는 합리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실용적이지도 않고, 광신적이고 미신적인 요소가 더 많다. 이런 집단을 이해하는 데는 종교적인 접근법이 더 유효한 면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일성 왕조 미워도, 성경 왜곡하지 말아야

정치현상을 종교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럼 거기서 끝나야 합니다. 왜 북한 김일성 왕조는 종교로 접근하는 것입니까? 제가 보기에도 김일성 왕조는 근대국가가 아닙니다. 국명은 '인민'과 '민주주의'가 들어가지만 인민을 위한 나라도,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나라도 아니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한 독재정권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정치적 견해에서 독재정권이지, 저주받을 정권은 아닙니다. 북한 정권을 합리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는데 오히려 성경을 왜곡하면서까지 북한 김일성 왕조를 증오에 가깝게 비판한 조갑제씨야 말로 비판받아야 마땅합니다. 김일성 왕조가 아무리 미워도 성경 왜곡하지 말아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정일, #북한, #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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