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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복 할아버지 산천어 양식장에는 피래미보다 조금 큰 정도의 산천어로 가득했다.
 김흥복 할아버지 산천어 양식장에는 피래미보다 조금 큰 정도의 산천어로 가득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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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앞으로 다가온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2012. 1. 7~1. 29)에 공급할 산천어 양식 농가의 분주한 풍경을 취재하기 위해 25일 오후 현장을 찾았다. 지난해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산천어축제가 전면 취소돼 지역 농민과 산천어 양식 농가는 큰 피해를 입었다.

'지금쯤이면 축제에 납품할 물고기를 선별하느라 무척 바쁠 텐데, 사진만 촬영하고 한가한 시간을 물어 전화로 인터뷰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화천군 다목리에 있는 김흥복(73) 할아버지의 산천어 양식장에 들렀다. 그런데 비닐하우스만 스산할 뿐 분주함은 보이지 않는다.

산천어 축제 2주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정도 크기(약 200그램)가 되어야 납품을 할 수 있는데...' 김 할아버지는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이정도 크기(약 200그램)가 되어야 납품을 할 수 있는데...' 김 할아버지는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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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장 안을 쭉 둘러봐도 피라미보다 약간 큰 정도의 어린 산천어들만 보이고 납품 규격인 200g 정도의 물고기는 보이지 않는다. '이미 선별작업을 다 끝내고 미리 납품했나 보다'라는 생각으로 어린 물고기를 관찰하고 있는데, 김 할아버지가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선다.

"산천어 양식 취재 때문에 왔는데, 물고기들이 의외로 작네요. 선별작업을 마치신 건가요?"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지난해 축제를 못하는 바람에 수천만 원의 피해를 입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이른 봄부터 무리하게 50여만 마리 치어를 생산해서 11톤 정도의 납품을 기대했었어요. 그러면 대략 사료 값 제외하고 6000만 원 정도의 소득은 올릴 수 있거든. 그래서 금년 8월까지 고기 크기를 맞추어 가며 사료 조절을 했는데..."

김 할아버지는 갑자기 말을 흐렸다. 예상은 했지만, 이 시기(축제 시작 2주전)라면 꽁치보다 조금 큰 정도의 산천어들이 양식장에서 퍼덕 거리는 게 정상이다. 보통 1년생 산천어가 납품 기준이니 그 이상 크면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라미보다 조금 큰 산천어가 바글대는 풍경이 이상했다.

김씨 할아버지는 산천어 크기를 재어보며 괜한 자신감이 화를 불렀다고 말했다.
 김씨 할아버지는 산천어 크기를 재어보며 괜한 자신감이 화를 불렀다고 말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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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할아버지는 말을 이어갔다.

"지난해까지 문제가 없던 계곡수가 올 8월 중에 갑자기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하천수를 끌어들이기로 하고 온도를 체크해 보니 계곡수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에 부족 물량을 하천수로 바꾼 것이 문제가 되었어요. 수온만 생각했지, 하천수와 계곡수의 수질 차이는 생각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어요. 물고기가 거의 폐사해 겨우 살아남은 3톤 정도만 축제 때 납품할 수 있을 듯해요. 저쪽 수조에 있어요."

김 할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 초에 수(水)량이 부족할 것을 미리 대비하지 못했고, 한여름 물 부족 문제가 발생해 계곡수에서 하천수로 바꾼 게 산천어 폐사의 원인이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8월에 추가 생산에 들어갔지만, 이처럼 물고기가 작다.

"생존한 산천어 3톤 정도가 납품 가능 물량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대략 수익은 얼마나 될 것 같아요?"라고 묻자 김 할아버지는 "생각해 보세요, 납품 가격이 kg당 1만800원인데 3톤이면 3200만 원 정도 되죠? 여기서 사료값, 전기료 빼면 마이너스 농사를 지은 겁니다. 축제 기간이 지나서 3월쯤 되면 이 어린 치어들이 대략 200g 정도의 크기로 자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에 이 녀석들을 판매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예상 가능한 일이었을 텐데, 그러면 왜 8월에 무리하게 치어 생산에 들어갔을까?

"농사지어 보셨수? 지난 여름에 산천어가 폐사한 후 하늘이 캄캄하두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보다 스스로 위안이라도 삼으려고 추가 생산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구. 미처버릴 것 같아서... 그게 농사꾼들의 마음이에요."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산천어... 3월 이후에도 구입 가능

걱정스런 마음에 대안과 지역 주민들이 처음 산천어 양식을 시작했을 때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물었다. 왜냐하면 산천어축제 기간 중 소요되는 산천어 수요량이 90여 톤에 이르지만, 지역주민들이 생산하는 산천어는 30여 톤에 지나지 않는다. 부족분 60여 톤은 외지에서 사들여와야 한다. 이에 화천군과 조직위원회에서는 산천어 양식에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농가소득 창출 계획을 발표했었다.

계곡의 여왕이라 불리는 산천어. 민물고기이지만 비린내가 없고 담백함은 최고로 꼽니다.
 계곡의 여왕이라 불리는 산천어. 민물고기이지만 비린내가 없고 담백함은 최고로 꼽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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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치어가 내년 3월은 돼야 상품이 가능한 200g 정도 될 것 같다고 했는데, 판매를 위한 방법은 있는지.
"사실 화천군에서 지난해 구제역 때문에 산천어축제를 취소하면서 계약된 산천어 소비방안으로 지난 3월에 산천어 루어낚시 행사 개최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생산한 산천어 판매에 큰힘을 실어줬다. 게다가 첫 번째 시도한 행사치고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산천어축제가 끝난 후 이 행사(루어낚시)를 개최한다면 어느 정도 희망이 보일거라 생각한다. 물론 루어낚시 행사가 열리지 않더라도 절망하지는 않겠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산천어의 싱싱함과 단백함을 꾸준히 알려 식용으로 판매한다면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다."

- 최근 화천군에서 농민들에게 산천어 양식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초보 농민들을 위해서 주의해야 할 점이나 노하우가 있으면 알려 달라.
"내가 금년까지 산천어 양식을 3년째 하고 있다. 그러나 양식하기로 결심하기까지 울진이나 삼척에 있는 내수면 연구소 전문가라는 분들을 만나 5년간 연구를 했다. 그럼에도 금년에 이런 실패를 겪었다. 산천어 양식을 이제 시작하는 분들을 위해 한 말씀 드린다면, 산천어는 말 그대로 1급수에서만 사는 물고기다. 한여름에 18℃ 이상으로 수온이 오르면 모두 폐사한다. 특히 수량이 부족하다고 양식 중에 물을 갑자기 바꾸면 한꺼번에 폐사한다. 이번에 배운 교훈이다. 아울러 겨울철에도 5~6℃ 정도의 수온만 유지해 준다면 물고기들이 왕성한 먹이 활동을 보여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사료의 조절로 물고기의 적정 크기를 축제기간에 맞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 요즘 산천어를 식용으로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유는 무엇이고, 왜 200g 크기만 고집하는가. 더 크면 좋은 것 아닌가?
"민간에서 산천어가 우리 몸 어디에 좋다고 말해도 내가 여기서 언급할 건 아니라고 본다. 단지 이곳 산천어(다목리가 고산지대로 물이 차기 때문에)는 민물고기지만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육질과 담백한 맛이 아주 좋다. 그중 200g 정도 크기의 물고기가 연하고 감칠맛이 뛰어나기 때문에 산천어축제 조직위원회에서도 그 크기만 사용한다. 이는 내수면 연구기관의 연구결과 발표에도 나와 있다. 구입을 원하는 분이 있으면 3월 이후에도 화천군청에 문의하면 좋은 품질의 물고기를 구입을 할 수 있다."


태그:#산천어, #산천어축제, #김흥복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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