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원자력발전소 후보지 선정 결과에 영덕군과 울진군의 희비가 엇갈렸다. 삼척시와 함께 후보지로 선정된 영덕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만족감을 보였지만 울진군은 탈락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23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6개월간 미뤄왔던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후보지를 발표했다.

한수원은 사전 환경성 검토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지식경제부에 영덕군과 삼척시를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으로 신청하고,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내년 말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선정은 환경성(35점), 주민수용성(30점), 건설적합성(20점), 부지적합성(15점) 등의 항목을 점수로 매겨 평가했다.

김영평(고려대 명예교수) 부지선정위원회 위원장은 23일 브리핑에서 "일본 원전 사태 이후 기준 변경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는데 후보지 선정 단계에서는 수정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며 "안전성 문제는 앞으로 건설 과정에서 논의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수 한수원 건설본부장은 "쓰나미에 대비해 이중삼중의 전원 공급 장치를 마련하고, 구조물 안전성도 보강해 건설할 것"이라며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APR1400 모델로 건설된다.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과 경제성이 보강된 모델"이라고 밝혔다.

박경수 신규원전부지추진팀장은 "부지 매입·인허가·설계 등 준비 기간 7년, 건설에 5년이 걸린다. 2013년에 착공하면 2024년 준공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덕군, 대체로 환영... 반대 목소리 호응 낮아

2024년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인 영덕군 영덕읍 석리 전경.
 2024년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인 영덕군 영덕읍 석리 전경.
ⓒ 김상현

관련사진보기


후보지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영덕군은 대체로 환영 분위기다. 주민 수용성 평가에서 찬성 53%, 반대 17%, 중립 또는 조건부 찬성에 30%의 비율을 보였다.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를 중심으로 원전유치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주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양상이다.지난 2005년 방폐장 유치 주민 투표에서 반대 의견을 주도하던 농민단체와 강구면 주민들도 반대에 소극적이다.

당시 방폐장을 반대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상황이 다르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불황이다. 지금의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라며 "워낙 경기가 안 좋아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경북도가 추진 중인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에 대비해야 한다는 때이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삼척시와 울진군이 원전부지로 660만㎡(약 200만 평)을 신청했지만, 영덕군은 330만㎡(약 100만 평)만 신청했다.

영덕읍 주민 김모(41)씨는 "100만 평 부지에는 발전소만 들어선다고 들었다. 경북도가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선 마당에 왜 100만 평만 신청했는지 모르겠다"며 "어차피 들어와야 할 원전이라면 발전소 인근에 관련 시설도 함께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식 발표를 하진 않았지만, 영덕군 내부적으로는 영덕읍 일대 660만~990만㎡(200~300만 평)의 부지에 R&D시설, 제2 원자력연구소, 기업체 등을 유치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목 군수는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건설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번 신규 원전 유치를 계기로 청정 영덕은 물론 세계적인 원전도시 영덕으로 거듭나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혜령 유치백지화투쟁위원은 지난 23일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대형 참사에도 현 정부는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 한다"며 신규 핵발전소 후보지 백지화를 주장했다.
 
울진군 허탈... 삼척은 오리무중

울진군은 억울하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원전 유치를 주도하던 울진군, 울진군의회, 울진군 이장협의회 등은 일제히 이번 후보지 선정 발표에 불만을 터뜨렸다.

울진군 관계자는 "울진군은 23년간 원자력발전으로 전국에 전기를 공급해온 도시다. 1월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군민 93%가 유치에 찬성하기도 했다"며 "주민수용성 점수가 낮았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오보다. 선정위는 울진군이 아깝게 탈락했다고 하면서도 객관적인 수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수원에 탈락 사유 공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10월 조사한 울진군의 주민수용성은 영덕군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원전 유치에 반대해온 '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 관계자는 "모두 10기가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이다. 더는 안 된다"며 "이번 결정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지난 4월부터 매주 1회 가졌던 집회도 이번 후보지 선정 발표로 마감한다"고 전했다.

찬성률이 50%에 미치지 못한 삼척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유감 입장표명에 이어 반대시민단체가 시장 주민소환과 총선까지 내세우며 반대 뜻을 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민과 시민단체의 극렬한 반발이 이어지면 후보지 백지화도 배제할 수 없다.

23일 최 도지사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전 건설을 확대하는 데 대해 도지사로서 납득하기 어렵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한편, 삼척시는 23일 "원자력발전소 투자사업비만 약 24조 원에 이르고 발전소 건설에 따라 하루 평균 3천여 명의 근로자가 현장에 투입, 2천여 명이 상시 근무하게 돼 1만여 명의 인구 증가가 기대된다"며 "지역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 업체의 공사 참여로 수십조 원의 경제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태그:#원자력발전, #영덕, #울진, #삼척, #원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