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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1등 신문'이라 칭하며 민망한 '깔대기'를 들이대는 <조선일보>가 16일 '어떤 중학교 황당한 국사 시험… 선생님 맞습니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는 <조선일보> 인터넷판인 <조선닷컴>에 메인톱 기사로 아주 비중 있게 배치되었습니다.

<조선닷컴>은 16일 하루종일 해당 기사를 메인 톱에 배치하였습니다.
 <조선닷컴>은 16일 하루종일 해당 기사를 메인 톱에 배치하였습니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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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내용은 <나는 꼼수다> 출연자인 시사평론가 김용민이 2009년 CBS <시사자키> 방송에서 이명박 '가카'를 풍자하기 위해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판한 오프닝 멘트를 한 중학교 교사가 시험문제로 출제해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14일에도 '막말 좌편향 수업… 학생들, 보름새 4번째 인터넷에 고발'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몇몇 학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표를 비판한 교사들의 사례를 모아서 비슷한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사상적으로 편향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선 교사들의 말 한마디, 시험문제 하나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조선일보>의 '디테일'한 보도행태가 참으로 눈물겹습니다.

물론 <조선일보>가 보도한 논리대로라면 이승만 전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표를 찬양하는 교사들의 수업행태를 취재하여 '막말 우편향 수업', '황당한 수업, 선생님 맞습니까' 등의 제목을 붙여 보도를 해도 무방한 것입니다.

하지만 진보언론에서는 이런 기사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사례가 없어서 못 쓰는 것이 아니라 취재방식이 졸렬하고, 언론사가 힘없는 개인을 공격하는 것이 너무 비겁하기 때문에 안 쓰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기사를 통해 일개 개인인 힘없는 교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기사를 통해 일개 개인인 힘없는 교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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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조선일보> 기사를 바탕으로 취재방식을 추정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본지(조선일보) 확인 결과, 'junomind'는 경기 구리시의 S 중학교에서 국사를 담당하는 이모(32) 교사이며, 그의 트위터 글(트윗)에 소개된 시험 문제는 실제로 지난 13일 이 학교의 3학년 기말고사 시험 문제로 출제된 것이었다."

아마 기사를 쓴 <조선일보>의 대구 출신 장모(35) 기자는 시험문제를 출제한 교사가 김용민의 트위터에 남긴 글을 직접 보았거나 제보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해당 교사가 누군지, 어느 학교에 근무하는지 확인한 후, 시험문제가 실제 출제 되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 했을 것입니다.

"이씨는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시험 문제가 정규 교과 과정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부합하느냐'는 질문에 "교과서 본문 내용은 아니지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배포한 교육용 CD에도 같은 내용이 나오므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학교 김모 교감은 "(기자에게 해당 내용을) 듣고 보니 문제가 황당하다"며 "시험 문제를 해당 교과 교사들이 공동으로 사전 확인하게 돼 있지만, 이 교사가 그런 문제를 냈다는 사실은 보고받지 못했다. 내일 회의를 열어 징계 여부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교감은 "이 교사가 전교조 소속은 아니지만, 젊어서인지 (정치와 관련해) 비판적인 발언이 많아 구두로 경고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교감의 발언을 통해 추정할 수 있는 것은 해당 학교의 교감은 시험문제 출제 건을 <조선일보> 기자 장씨를 통해서 알았다는 것이며, 기자 장씨는 교감에게 해당 교사가 전교조 출신인지, 징계 계획은 있는지 물어봤다는 것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기자 장씨가 해당 교사가 전교조 출신인지 물어 본 것은 <나꼼수>와 전교조를 묶어서 이념적 편향성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기사를 다시 정리해 보자면 기자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일개 개인인 교사의 신상을 털고, 근무하는 회사에 고자질(?)을 하는 것도 모자라 징계를 거론했으며 편향된 여론을 형성하여 논란을 키우려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상털기', '진보진영의 글 모니터링', '일방적 글 게재' 등 인터넷 악플러나 댓글 알바나 하는 짓을 거대 언론사 기자가 소중한 지면을 통해 버젓이 행하고 있는 황당한 현실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그로 인해 고통 받게 되는 힘없는 개인의 입장을 생각하면 참혹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최근 <조선일보>를 보면 교육자와 법관의 이념적 중립을 명분으로 내세워 개인을 공격하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진보적 혹은 개혁적 성향의 사람들이 이런 기사를 읽고 공감하며 생각을 바꾸는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짜증이 늘고, 혐오감만 커질 뿐입니다.

그렇다면 왜 <조선일보>는 개인을 공격하는 어처구니없는 기사를 쏟아내는 것일까요? 이는 일종의 집토끼를 지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기득권 세력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내곡동 사저' 문제를 비롯해 대통령 측근·친인척 비리가 연일 터지고 있고,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재보선 패배, 디도스 공격 등으로 좌중지란의 대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게다가 <나꼼수>의 영향력을 갈수록 커지면서 정부와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중도성향의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심각한 위기에서 <조선일보>는 늘 해왔듯이 '색깔론'을 내세워서 보수진영을 결집시켜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국면을 전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험문제 출제 관련 기사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힘없는 교사를 재물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언론은 막강한 힘이 있습니다. 물론 그 힘은 대중이 만들어 준 것입니다. 언론은 그 힘을 바탕으로 대중을 위해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합니다. 그것이 언론의 사명입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오히려 권력을 위해 대중을 감시하고 견제하는데 그 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대중은 이제 <조선일보>로부터 그 힘을 되찾아 와야 하지 않을까요?


태그:#조선일보, #나는꼼수다, #김용민,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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