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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언론특보 출신 구본홍이 YTN 낙하산 사장으로 왔을 때 YTN지부 조합원이던 노종면 기자는 낙하산 사장 퇴진투쟁을 벌이며 지부장이 됐고, YTN지부 조합원들을 이끌며 맨 앞에서 싸우다 해직됐다. 최근 트위터 상에서 '용가리통뼈뉴스'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투쟁에 나선 노종면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을 <노동과세계>가 만났다. 그는 이명박정권 시대 언론의 본질을 꿰뚫어 진단하면서, 민주노총이 SNS 매체를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YTN 지분도 사들여 공세적으로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기자 말

노종면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YTN 전 노조위원장).
 노종면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YTN 전 노조위원장).
ⓒ 노동과세계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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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언제 강력한 언론을 우리 편에 두어 봤습니까? 우리는 발빠른 취재기자일 필요도, 전문 편집자일 필요도 없어요. 제갈공명이 적벽에서 적의 화살로 기적 같은 승리를 일궈낸 것처럼 세상에 나온 뉴스만으로도 뉴스를 직접 만들어내는 언론과 맞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 스스로 강력한 언론이 될 수 있습니다."

YTN 공정언론 사수투쟁의 상징인 노종면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이 '용가리통뼈뉴스'를 통해 트위터 적벽대전을 일으키고 있다. YTN 해직기자 4년차, 그는 트위터를 소통의 해방구 삼아 우리 스스로 언론이 돼 묵은 언론, 나쁜 언론에 맞서 승리하자고 말한다.

2008년 10월 해직 이후에도 1년 넘게 지부장직을 유지하던 그는 지난해 초부터 언론노조 중앙활동을 시작했다.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장으로서 2010년 5월 언론노조와 기자협회, PD연합회 등 세 조직이 구성한 '천안함언론보도검증위원회' 실무책임자로 활동하며 천암함 사건 진실 규명에 앞장섰다.

노 전 지부장은 해고무효소송 재판을 앞두고 복직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3월 민실위원장직을 내놨다.

"1심에서 승소했고 법률적으로도 질 이유가 없었어요. 가을쯤 복직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4월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왔죠. 저는 우리 사회가 법률로 지탱되는 사회라고, 시민이 억울해 하는 것을 법이 해소해 줄 수 있다고 믿었지만 안이한 생각이었어요."

그는 2심 소송을 진행하면서 사법기관이 개인을 얼마나 괴롭힐 수 있는지 속속들이 알게 됐다.

"저는 기자였고 단체 활동가니까 일반인보다 더 주목받을 거고, 권력기관과 재판부가 부담을 느낄 상황이었어요. 저한테 이렇게 한다면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죠."

노종면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의 트위터 '용가리 통뼈 뉴스 @YoToNews' 갈무리 화면.
 노종면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의 트위터 '용가리 통뼈 뉴스 @YoToNews' 갈무리 화면.
ⓒ 노동과세계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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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트위터 기사를 통해 새로운 투쟁을 시작했다. "용가리통뼈뉴스는 트위터라는 미디어를 표방해요. 140자라는 제한된 공간에 핵심만 추려 전해야 하는 트위터 기사 속성 상 필연적으로 방향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죠. 용가리통뼈뉴스에는 저와 제 동료들 생각이 투영되고 있어요." 언론은 시시비비를 가릴 막중한 책무를 지니는데 지금의 언론은 그것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노 전 지부장은 과거 400명 조합원의 대표로서 자신이 말하는 기성언론 구성원으로 제약 속에 살 때보다 지금 뉴스를 더 많이 보고 있으며, 문제점도 더 두드러져 보인다고 말한다. "언론이 점점 더 나빠져서일 수도 있겠고, 제가 더 깊이 들여다보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중요한 것은 제 눈에 문제 있는 기사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는 겁니다. 알면서 우아한 척 하기는 쉽지 않아요."

'용가리통뼈뉴스'는 우리 사회 언론들이 뉴스라는 미명하에 얼마나 대중을 기만하고 속이는지를 파헤쳐 지적한다. 노종면의 용가리통뼈뉴스는 이제 우리 사회 언론 투명성을 가리는 거울이 됐고, 언론들이 두려워하는 심판대가 됐다. 노종면 전 지부장은 틈틈이 미디어오늘과 시사인에 고정 투고를 하고, 강연과 교육을 통해 대중을 만난다.

YTN 해직기자인 그가 바라보는 지금의 YTN 방송과 언론노조 YTN지부는 어떨까. "YTN지부 동력이 없어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면 아래 내려가 더 큰 부상을 준비 중이라고 봐요. 또 세게 싸우면 해직자 복직투쟁에 영향이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도 존재하는 것 같아요." 노 전 지부장은 경영진을 포함해 YTN 방송이 부끄러운 수준이라는 것을 조합원들이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부당한 경영진을 교체하고 방송을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YTN방송은 박제된 방송이죠. 생명력 없이 시청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보다 공급하고 싶은 정보를 단순전달하는데 그치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시청자가 언론에게 바라는 감시와 견제기능을 외면하고 정부를 홍보하는 거죠."

청와대 대변인이 YTN 스튜디오에 들어가 장시간 MB 인간성을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그것을 생방송으로 방영하는 것이 YTN이다. 박원순 시장이 시장에 당선되기 전 올해 1월 YTN 인터뷰를 했는데 아예 방송되지 않았다. 최근 다시 조명되고 있는 내곡동 사저 문제를 YTN은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노 전 지부장은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한다. 다른 방송들도 비슷한 수준이지만 후퇴하고 박제화 된 정도를 볼 때 YTN이 더 심하다고 그는 진단한다. "조합원들은 모든 문제의 출발이 해직사태에서 비롯됐다는데 공감하고 있어요. 조만간 해직자 복직투쟁이 구체화될 겁니다."

노종면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YTN 전 노조위원장).
 노종면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YTN 전 노조위원장).
ⓒ 노동과세계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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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방향성을 갖는 것은 당연하며 경계할 것은 그 방향성에 맞는 정보만 취사선택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노종면 전 지부장은 말한다. "오늘의 다수 언론은 중립을 표방하면서 자신의 의지와 의도대로 편향적으로 보도하죠. 다수 언론사가 그렇게 비겁합니다. 정체성과 방향성, 그리고 자신의 이념과 가치, 철학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권력과 이해관계만을 좇는 퇴행적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언론이 가질 수 있는 방향성이라고 할 수 없죠."

유성기업 사태, 한진중공업, 삼화고속 등 노동관련 사안들만 해도 언론은 파업 때문에 경제에 차질을 빚고, 시민이 불편하다고만 한다. 조합원들이 죽봉이나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것 말고는 관심이 없다. 노동자가 왜 파업을 하는지, 현장에서 노동자가 어떤 부당한 고통을 겪는지, 파업을 결행하기까지 노사관계가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권력과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심지어 그들 편에 서서 다수 국민을 매도하는 언론 아닌 언론을 축출하기 위해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는 조중동 불매운동도 벌였다. 노종면 전 지부장은 조중동 불매운동이 실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다. 방송 시청률도 현저히 떨어져 KBS는 25%였던 것이 18%가 됐고, MBC도 반토막났다.

노 전 지부장이 외부 강연을 가서 조중동 보는 사람 손들라고 하면 자신 있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몇몇이 부끄럽게 손을 든다. 매체력이 여전해 보이지만 기성언론들 영향력이 그만큼 줄었음을 반증한다고 그는 전한다. 경품이나 공짜를 안겨 발행부수를 만들어 먹고사는 것이 아직 존재하며, 무가지도 그들 명맥을 이어준다. 노 전 지부장은 무가지 비율을 최소하도록 강력한 제도로 규제해 조중동 마지막 숨통을 조여야 한다고 말한다.

"정권이 교체돼도 새 정권은 조중동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과거에 경험했어요. 유권자들이 권력을 견제하고 표의 의미를 실현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결국 토대를 마련하는 겁니다. 시민이 느슨하게나마 SNS라는 매체를 실질적으로 보유하기 시작했고, 이슈를 만들어 의제를 선점하며 기성언론을 견제하거나 대체하고 있어요."

한미FTA만 해도 반대 입장에서 보면 야당이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불안하고 성에 안차지만 과거에는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기껏해야 의원실에 항의전화하는 정도였을까. "지금은 매체를 통해 실질적 압박을 가하고 있어요. 끝까지 반대하며 몸싸움하지 않으면 트위터에서 난리나겠지, 그러면 낙선하겠지 하는 불안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는 기성언론이 못한 것을 보완하고 그 역할을 대체하는 강력한 매체를 보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내년 총대선에서 승리를 도모하려면 노동자민중 지지를 받는 정치세력의 실질적 승리를 담보하는 틀을 형성해야 합니다. 정권교체, 그리고 현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가치에 동의하는 여론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말로 되는 게 아니죠. SNS를 통해 시민 매체 속으로 들어가 그 매체를 존중하고 잘 성장할 수 있게 뒷받침해야 합니다."

그는 오프라인에서 진보와 개혁을 지향하는 정치세력이 통합하고 연대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매체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제가 교육과 강연을 통해 가급적이면 활동가 아닌 분들을 더 만나려고 해요. 제 강연이나 활동내용에 대한 호응도를 파악한다는 의미도 있고, 언론의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며 공정언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내고 있죠." 노 전 지부장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열린 강연이나 대학 강의를 할 때 더 기분 좋다. 일반인들이 무시로 접근가능한 트위터 공간에서 용가리통뼈뉴스를 접한 이들이 멘션에 '이런 정도일줄 몰랐다'는 글을 올리면 정말 기쁘다.

"언론에 대한 판단은 구체적 근거 없이 그냥 막연히 이미 형성된 자신의 견해로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조중동 나빠', 'KBS 어용방송이야' 이런 식의 규정과 주장은 저쪽 논객들을 만나면 바로 깨져요. 트위터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온라인 활동가들이에요. 거미줄처럼 얽힌 온라인 공간에서 일반인들에게 사실관계를 밝혀주고 정보를 제공하면 훨씬 의미있는 활동이 가능이 가능하죠."

수구보수세력 역시 트위터를 전쟁터로 인식해 실탄이 될 돈을 쏟아부을 준비에 나섰다. "그들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시기를 보고 있어요. 못 들어오게 해야 합니다. 우리가 두 배 강력해지면 경천동지할 일이 없는 한 못 들어올 겁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동아일보는 나경원 후보가 트위터 영향력 1위라고 했지만 전체 덩어리로 친다면 그 반대로 수십 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표 팔로어가 10만이 넘지만 그들만의 폐쇄된 팬덤이죠. 엄청난 규모의 열린 세력이 자발적으로 모여 자연스럽게 엮은 공간에는 언론이나 기성정치세력도 못 들어옵니다."

노종면 전 지부장은 민주노총에게 건의할 것이 있다고 했다. "왜 그동안 노동자가 시민에게 고립당하고 홀대받았는지, 집회를 하면 도로 막힌다고 욕하고, 파업하면 빨갱이라고 욕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는 민주노총이 노동자 시민의 매체를 보유하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민주노총이 돈을 투자해서 주요 매체 상당 지분을 확보하라고 주문하고 싶어요. YTN 지분구조가 저렇지 않았다면 경영진이 방송을 이렇게 망쳐놓을 수 없었을 겁니다. 일반인이 지분을 가질 수 있는 방송은 YTN 밖에 없어요. 게다가 보도채널이잖아요. 적들 내부에 우리 편을 하나 만드는 일이죠."

노 전 지부장은 민주노총이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SNS 매체를 조직적으로 지원하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정도가 되면 KBS가 아무리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조선일보>가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여론을 상당부분 바로잡을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언론을 공적 영역에 묶어 두면서 실질적으로 공영화해야 됩니다. 현대차나 삼성은 거대자본으로 보수언론을 거느리며 소유하죠. 삼성이 YTN 지분의 일정지분을 사서 보유하면 조합원들 다 잘리고 싸움은 끝나는 거예요. 그런 것을 막아낼 조직은 민주노총밖에 없습니다."


"언론이 점점 더 나빠져서일 수도 있겠고, 제가 더 깊이 들여다보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중요한 것은 제 눈에 문제 있는 기사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는 겁니다. 알면서 우아한 척 하기는 쉽지 않아요." 정권을 등진 기자에게 돌아온 건 해고 였다. 하지만 그후로 세상의 다른면을 다른방법으로 바라보는 기자에게 세상은 응원을 보내고 있다. 당신이 진정한 기자라고...
 "언론이 점점 더 나빠져서일 수도 있겠고, 제가 더 깊이 들여다보기 때문일 수도 있겠죠. 중요한 것은 제 눈에 문제 있는 기사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는 겁니다. 알면서 우아한 척 하기는 쉽지 않아요." 정권을 등진 기자에게 돌아온 건 해고 였다. 하지만 그후로 세상의 다른면을 다른방법으로 바라보는 기자에게 세상은 응원을 보내고 있다. 당신이 진정한 기자라고...
ⓒ 노동과세계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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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노총 <노동과세계> 온오프라인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노종면, #YTN,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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