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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듣기로는 한나라당이 ISD(투자자국가제소제) 합의서를 요구해도 정부는 아무런 실무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21일 "ISD의 폐기 혹은 유보를 위한 협상을 즉각 시작한다는 양국 간 서면합의를 한 이후에 한미 FTA비준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논평을 한 뒤 기자들에게 전한 여권 분위기다.

 

실제로 여권 내에서는 민주당이 요구한 'ISD(투자자국가소송제) 폐기·유보를 위한 재협상을 즉시 시작하겠다는 양국 장관급 이상의 서면합의서'를 놓고 논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황우여 원내대표 쪽에서 아이디어 수준에서 청와대에 ISD합의서 작성에 대한 검토요구를 했으나 청와대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실효성도 없다며 이를 일축하고 있는 상황으로 안다"면서 "(지난 17일) 한나라당 의총에서도 몇몇 의원이 합의서가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ISD합의서는 MB만 결정할 수 있는 사안"

 

한나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에서 청와대에 ISD합의서 작성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이 문제는 여야 관계 차원을 넘어, 한미 양국 정부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딱 한 사람만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만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여권 내에서 'ISD합의서'로 돌파구를 만들려는 쪽이 강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민주당이 단순 재협상이 아니라 ISD 폐기 또는 유보를 위한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고, '합의서'를 만든다 해도 민주당이 이것으로 만족하겠느냐는 점 때문이다. 합의서 문구를 갖고 문제 삼으면서 또 다른 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민주당의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과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이 "'ISD 폐기 후 재협상'이 당론이며,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운다"는 취지로 의원 46명의 서명을 받은 것도, '합의서'를 대비해 이것으로는 안 된다고 미리 못을 박아 놓으려 한 성격이 짙다. 지난 16일 낮 의총에서 'ISD합의서'요구를 내놓은 뒤 당안팎에서 "합의서가 만들어지면 한미 FTA 표결처리를 인정하겠다는 의미"라는 말들이 나오자 이를 '진압'하러 나선 것이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21일 당 회의에서 "민주당이 한미 양국 정부에 ISD합의서를 요구한다면 그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에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한다"고 한 것도 민주당의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국, 통상협정에 대한 최종권한은 행정부 아닌 의회

 

실제로 민주당에서는 'ISD합의서'가 도출될 경우, 미국은 통상협정에 대한 권한이 최종적으로 의회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응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렇더라도 실제 합의서가 나온다면 민주당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협상파'인 김성곤 의원 등 민주당 의원 3인은 한나라당의 홍정욱 의원과 '6인 협의체'를 만들어 ISD 존폐를 포함한 서면합의를 민주당의 '최종 요구'로 하자고 내부에서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협정 양 당사자가 서로 유리하게 해석하는 문구를 만들어내는 게 외교관들의 특기라는 점에서 애매한 수준에서라도 합의서가 나올 경우 우리로서는 굉장히 곤혹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서도 "어느 정도의 합의서가 나온다면, 현재 강온파로 갈려 있는 민주당이 완전히 양분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으로서는, 상황전개에 따라 한미 FTA의 수많은 문제들을 ISD라는 단 한 가지 이슈의 존폐 여부로 좁혀 놓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한편 민주당의 'ISD합의서' 요구에 대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21일 노원구 인덕대학 강연에서 "종이 한 장의 문제가 아니"라며 "(한미 FTA는) 국가 간 약속으로 세상에 공표된 것"이라고 말해, 청와대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태그:#한미FTA, #I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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