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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기계에 고온으로 구워낸 군밤이랍니다.
 뻥튀기 기계에 고온으로 구워낸 군밤이랍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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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8일, 구례장터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납니다. 냄새를 따라가 보니…. 바구니에 군밤이 한가득 있었습니다.

뻥튀기 기계에 고온으로 구워낸 군밤이었습니다. 갓 구워낸 걸 먹으니 정말 맛있습니다. 그 맛이 궁금하다고요? 구수하고 촉촉해요. 군밤과 찐밤의 장점을 골고루 담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 군밤, 어디서 맛볼 수 있냐고요? 전남 구례장터에 가면 있습니다. 단 밤은 개인이 직접 가져와야 한답니다.

생밤에 칼집을 내 뻥튀기 기계에 튀겨냅니다. 사실 튀긴다기보다는 '구워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합니다. 군밤을 랩으로 싸서 냉동실에 보관해 두세요. 입이 심심할 때 꺼내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정말 좋답니다.

"밤은 고대로 나와~ 요대로, 그냥 군밤이여!"

불을 붙이고 예열을 합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가스 불을 끄고 벨트를 해체합니다.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압력을 빼고 뻥튀기 기계의 뚜껑을 열어젖힙니다. 이내 바구니 한가득 군밤이 쏟아져 나옵니다.

뻥이요! 빤히 알면서도 '뻥~' 소리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뻥이요! 빤히 알면서도 '뻥~' 소리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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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의 튀밥처럼 웃음꽃이 한없이 튀겨져 나옵니다.
 뻥튀기의 튀밥처럼 웃음꽃이 한없이 튀겨져 나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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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에누리와 푸근한 정이 살아있는 곳

이곳 뻥튀기 가게에는 옛말이라 생각되던 '인심'이 오롯이 살아 있습니다. "뻥이요!" 뻥튀기 할머니는 산더미처럼 부풀어 오른 뻥튀기를 맛보라며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건네줍니다.

"뻥튀기 하신 지 꽤나 오래되셨나 봐요."
"하이고, 오래 됐어요, 이제 귀신이 다 됐그마~"

왕밤에 칼집을 넣고 있던 할머니가 대답을 대신합니다. 뻥튀기 할머니 김영순(70)씨는 장날만 나옵니다. 김영순 할머니는 원래 뻥튀기만 파는데 밤을 가져온 손님에게는 밤을 직접 구워준다고 합니다.

뻥튀기 할머니의 장난스런 미소가 아름답습니다.
 뻥튀기 할머니의 장난스런 미소가 아름답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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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이요!"
"아유 놀래라! 아이고, 배야!"

뻥튀기 소리에 놀란 표정들을 서로 보면서 깔깔대느라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장에 나온 사람들은 빤히 알면서도 '뻥'소리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뻥튀기는 한 됫박에 4천 원입니다.

"아이고, 이쁘다! 떡이 한보따리가 됐네."

튀밥 튀기러 온 할머니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산더미처럼 부풀어 오른 튀밥을 보며 재미난 농담도 던집니다.

"손자도 주고, 우리 영감도 주고, 영감 각시도 주고…."

구례장터에서 '밥통'으로 불리는 뻥튀기 할머니는 성격이 호탕합니다. 근데, 왜 밥통이냐고요? 뻥튀기 기계 허가증 품목에 '밥통'이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랍니다.

오늘도 구례장터의 뻥튀기 가게에는 웃음꽃이 만발합니다. 뻥튀기를 튀겨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산더미처럼 부풀어 오른 튀밥입니다.
 산더미처럼 부풀어 오른 튀밥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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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를 튀겨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뻥튀기를 튀겨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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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구례5일장, #뻥튀기, #군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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