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뭔가 있음직한 흑백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눈에 봐도 몇 십 년은 됐음직하다. 사진 속 주인공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헤어진 가족이나 원수를 찾는다는 내용은 아니었다. 사진 속 얼굴을 찾아 연락하면 후사 한다거나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내용은 없다. 단지 사진 속 얼굴을 찾아 연락 하면 더 많은 사진을 보여 준다는 내용만 적혀 있다.

 

자세히 보니 설명서 맨 위쪽에 '기억프로젝트2' 라 적혀 있다. 그랬다. 단지 가물가물 거리는 기억을 한번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우리 모두가 함께 잊어가고 있는 우리의 기억을. 

 

사진이 찍힌 연대는 1968년에서 1969년 사이, 그 때 경기도 안양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네일 마샬로프라는 미국인으로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다.

 

사진을 전시한 사람은 스톤앤워터(stone&water) 박찬응 관장이다. 박 관장은 지난 2007년부터 '기억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스톤앤워터>는 경기도 안양시 석수시장에 있는 자리하고 있는 '보충대리' 공간이다. 여기서 '보충대리'란? 기존의 전시공간 (미술관과 기존의 대안공간을 포함한 화랑, 겔러리)을 보충, 대리하는(supplement) 공간을 뜻한다. 즉 Stone & Water는 좁은 미술 영역을 생활로 확장, 부재, 결손, 부족, 손상된 도시 환경과 생활조건들을 보수, 보완, 보충, 대리하는 적극적 예술공간을 말한다. 

 

아이들과 함께한 '우리놀이 한마당'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바글거리고 자전거 족들은 호루라기를 불며 아이들 사이를 묘기를 부리듯 빠져 나간다. 안양천 안양대교 아래, 자전거도로를 사이에 두고 부스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저씨 퀴즈 풀고 가세요."

 

낱말 맞히기였다. 심지를 뽑아보니 '생떼, 심술, 훼방과 비슷한 우리말은?'은 이라고 적혀 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한 글자는 알려줘야 한다고 '생떼'를 썼다. 다 큰 어른이 '생떼' 쓰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첫 자가 '꼬' 라고 알려 준다. "꼬장" 이라고 소리치니 "맞았어요" 하면서 박수를 친다.

 

바로 옆에 있는 숨은 단어 찾기에도 도전했다.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간신히 '순한청년' 이란 단어를 찾았다. 연이어 '오징어' '검사' 라는 단어를 찾았다. 혹시 선물 같은 거 없나하고 기다려 봤는데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그냥 다른 곳으로 갔다. 다 큰 어른이 선물 달라고 '꼬장' 부리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꼴불견' 이다.

 

맞은편을 보니 사람들이 와글거린다. 떡메치기다. 떡메 열 번을 치면 떡을 준단다. 줄이 너무 길어서 떡메 치기는 포기했다. 발길을 돌리려는데 안면이 있는 아주머니가 떡을 잔뜩 챙겨준다.

 

건장한 노인이 힘자랑 하듯 떡메를 내려쳤다. 나 아직 싱싱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했다. 떡판이 '우지끈' 신음 소리가 냈다. 한 아주머니가 "할아버지 좀 살살 치세요" 라고 만류했지만 한 번 더 세게 내리쳤다.

 

"난 다섯 개 밖에 못 받았는데 젊은 친구는 많이 받았네? 떡메 몇 번 쳤어?"

"좀 나눠 드릴까요?"

"그러면 고맙고."

 

떡 다섯 개를 얼른 나눠 주자 넉살좋은 할아버지는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이며 총총히 걸음을 옮겼다. 떡을 챙겨 줬던 아주머니가 이번엔 삶은 달걀을 하나 내민다.

 

"삶은 계란 하나 드실래요?"

"아~네 어디서 났어요?"

"조오기……."

 

고개를 돌려보니 아이들이 짚을 엮어 달걀을 싸고 있다. 어릴 적 보던 달걀 꾸러미와 똑같은 모양이다. 다른 것은 생달걀 대신 삶은 달걀을 쌌다는 것뿐이다.

 

달걀 꾸러미를 만들고 있는 아이들 옆에서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꼬마야 , 꼬마야"라고 노래 부르며 긴 줄넘기를 했다. 그리고 한 적한 공터에 마련된 무대 앞에서는 딱지치기와 제기차기시합이 벌어졌다. 무대 위에서는 응원 춤을 비롯한 중. 고생들 각종 춤 잔치가 열렸다. 

 

큰 현수막이 눈에 띈다. '석수동 주민과 함께하는 신바람 축제'라고 쓰여 있다. 이날 행사 이름이다. 행사를 주최한 단체는 <스톤앤워터>, <석수동 청소년 문화의집>, <해오름 공부방>이다. 이날 행사는 10월 22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진행됐다. 행사 마지만 순서는 <스톤앤워터>가 기획한 '만만한 영화제'였다. 

 

만만한 영화제는 안양시 석수동에 있었던 한국 최초의 '안양영화촬영소'를 기념하고 이를 토대로 안양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기 위해 시도한 프로젝트다. 누구나 만만하게 참여하고 만만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로 '만만한 영화제' 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태그:#신바람 잔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