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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17일. 부산 영도에 위치한 35미터 높이의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한 사람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와이어 줄에 묶인 채 내려왔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이었던 고(故) 김주익씨였다.

그는 한진중공업의 일방적인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하였다. 하지만 손해배상청구와 고소, 징계만 남발하는 사측을 보며 협상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걸 직감하고, 크레인에 오른 지 넉 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그로부터 만 8년이 지났다. 한진중공업은 또 다시 정리해고의 칼바람이 불어왔고, 김주익 지회장이 목숨을 끊었던 85호 크레인의 자리에는 그의 20년지기였던 김진숙 지도위원이 300일 가까이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양산 솥발산에는 노동열사와 민주 희생자들의 묘역이 많이 있습니다.
 양산 솥발산에는 노동열사와 민주 희생자들의 묘역이 많이 있습니다.
ⓒ 박철순(sol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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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에는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차해도 지회장 등 신임 지도부가 묘역을 참배하였으며, 17일 오전에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철회투쟁위원회(정투위) 소속 조합원들이 김주익 열사의 묘소가 있는 경상남도 양산의 솥발산에 올랐다.

이곳은 두산중공업(전 한국중공업)에 입사해 노동운동을 하다 2003년 1월 분신 사망한 배달호 열사와 1991년 의문사를 당한 한진중공업 박창수 열사, 2003년 10월 30일 김주익 지회장의 사망에 충격을 받아 영도조선소 도크에서 투신 사망한 곽재규 열사 등 노동운동과 통일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많은 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솥발산 묘역에 도착한 정투위 조합원들은 '열사회' 소속 조합원들의 안내에 따라 묘역 전체를 둘러보면서 열사들이 살아온 길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각각 묵념을하며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또한 한진중공업에서 희생된 박창수, 곽재규, 김주익 열사의 묘역에 술을 따라 올리고 추모의 시간을 가지면서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투쟁하여 꼭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양산 솥발산에 있는 故 김주익 한진중공업 지회장의 묘소
 양산 솥발산에 있는 故 김주익 한진중공업 지회장의 묘소
ⓒ 박철순(sol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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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정투위 소속 해고조합원들이 김주익 열사 묘역에 절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진중공업 정투위 소속 해고조합원들이 김주익 열사 묘역에 절을 올리고 있습니다.
ⓒ 박철순(sol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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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 한진중공업 정투위 부대표는 "솥발산 묘역에 잠들어 계신 열사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부터 모범을 보이면서 열심히 투쟁해 나갑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에 진행될 예정이던 중앙노동위원회 노사교섭이 연기됨에 따라 정투위는 이번주를 '추모의 주간'으로 정하고 추모의 시간을 가질 계획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신임 지도부가 결정됨에 따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김주익 열사와 곽재규 열사의 8주기에 맞춰 어떤 식으로 교섭이 전개될지 주목된다.


태그:#한진중공업, #정투위, #김주익, #곽재규,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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