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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익준 감독.
 양익준 감독.
ⓒ 안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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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똥파리> 양익준'이란 이름표를 떼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음 작품에 임하고 싶어요."

지난 2008년 세상에 나온 영화 <똥파리>는 국내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영화제 수상을 할 만큼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똥파리>의 연출을 맡은 것은 물론 주인공으로 열연한 사람이 바로 양익준 감독이다.

양 감독을 캐나다 밴쿠버에서 만났다. 양 감독은 제30회 밴쿠버 국제영화제(9.29~10.14) 용호상 심사위원 자격으로 밴쿠버를 찾았다. 실제로 만난 양 감독에게서는 <똥파리> 캐릭터(양 감독은 이 영화에서 용역 깡패 역을 맡았다)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양 감독은 아주 재밌고, 익살스럽기까지 한 청년이었다.

양 감독은 이제 <똥파리>라는 수식어가 그만 따라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똥파리> 이후 탈진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인터뷰가 허용된 시간은 30분. 그러나 결국 주최 측으로부터 쫓겨나다시피 했다. 양 감독과 만남이 즐거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2시간 30분을 이야기한 덕분이었다.

"치부 숨기려고만 하는 한국... 영화로라도 표현하고 싶다"

양익준 감독.
 양익준 감독.
ⓒ 안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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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아직 멀었어요.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성장하고 있지만 내부는 계속 썩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먼저 내부를 끄집어내서 보이고 그 다음 과정으로 가는 게 필요한데, 우리는 자기 이야기는 안 하고 상대방 이야기만 들으려고 해요. 그리고 한국의 치부,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들을 자꾸 숨기려고만 하죠. 이런 것들을 영화로라도 표현하고 싶은 거예요. 부르짖고 싶어도 묵살되는 게 한국 아닌가요?"

양 감독은 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고 우리의 삶과 애환을 담은 영화를 통해 관객과 함께 느끼고 분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이번 밴쿠버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한국 영화도 대부분 그런 소재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대외적으로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밴쿠버 국제영화제에도 해마다 한국의 신진 작가들이 초청되어 현지에서도 한국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그러나 양 감독은 한국 영화의 작품성과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에 함께 해 기쁘다면서도, 영화를 깊이 있게 살펴보면 한국 사회에서 숨기려 하는 치부와 아픔들이 그 안에서 그대로 묻어나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이 부지영 감독과 함께 연출한 <애정만세>는 이번 영화제에서 현지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애정만세>는 아줌마의 짝사랑을 소재로 한 부 감독의 '산정호수의 맛'과, 30대 남자와 10대 소녀의 사랑을 다룬 양 감독의 '미성년'이라는 두 가지 에피소드로 이뤄진 옴니버스 영화다.

이 영화는 중년 여성이 젊은 남자를 좋아하고 30대 남자와 10대 소녀가 서로 사랑하는 것이 비난 받을 만한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사랑에 대한 통속적인 사고를 가볍게 뛰어넘은 이 영화는 나이가 많든 적든 모든 인간에게 사랑은 평등하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로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진솔한 영화 속 배우로도 살아가는 영화인으로 기억해주세요"

양 감독은 영화 제작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똥파리> 때 단돈 30만원이 없어 중간에 배우들을 집으로 보내고 가족과 친척들을 불러 영화를 찍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양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앞으로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좋은 환경에서 즐겁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될 때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화를 함께 만드는 스태프들이 즐겁고 편한 분위기에서 작업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다.

"안에 있는 말들을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걸 다 끄집어내기 위해선 에너지가 많이 필요해요. 지금은 그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쉬면서 준비하고 있어요. 이제 <똥파리> 양익준이 아닌, 영화를 사랑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묻어나는 영화 속의 배우로도 살아가는 영화인으로 기억해주세요."

양 감독은 마지막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요즘 아이폰 콘텐츠를 다운받아서 누가 더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세상으로 변해가지만 자기 정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을 먼저 알아가는 과정을 겪었으면 합니다."

독립영화 <똥파리>가 프랑스 도빌아시아영화제 그랑프리인 대상과 국제평론가상을 받는 등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 주목받던 2009년 4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씨네코드 선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양익준 감독과 배우 김꽃비, 이환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독립영화 <똥파리>가 프랑스 도빌아시아영화제 그랑프리인 대상과 국제평론가상을 받는 등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 주목받던 2009년 4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씨네코드 선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양익준 감독과 배우 김꽃비, 이환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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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양익준, #똥파리, #애정만세, #밴쿠버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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