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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현재 강원도에서 운영 중인 골프장은 42곳, 건설 추진 중인 골프장은 41곳이다. 이는 면적만 약 1225만평(43,769,652㎡)에 달하며 여의도 면적의 18배, 축구장 6690개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더욱이 홍천군에만 13개의 골프장이 들어선다. 현재 강원도에 무분별하게 건설되고 있는 골프장으로 인해 발생되는 다양한 문제점을 다양한 지역의 현장 사례를 통해서 알아보고 그 해결점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 기자말

 

우리나라 산림의 허파인 강원도. 그 많고 많은 산들 중 홍천군 구만산 자락에는 400년 동안 집성촌을 이루며 친인척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고 있는 구정면 구만리라는 마을이 있다. 그러나 평화롭던 마을에서 6년 전부터 골프장 건설이 진행되면서 마을이 위기를 맞고 있다.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것을 알게 된 구만리 주민들은 전국의 20여 개의 골프장을 직접 돌아다녔다. 이 과정에서 골프장이 마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물 오염과 농약으로 인해 농사를 짓는 데 피해를 주는 것을 알게 됐고, 그 뒤 지역주민이 똘똘 뭉쳐 골프장을 반대하기로 했다.

 

골프장 업체측에서 주민들의 동의서를 얻어내기 위해 한 가구당 1000만 원씩 돈을 몰래 살포했으나, 업체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주민들이 며칠을 고민하다가 양심선언을 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런데 1994년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던 구만리 주민 27명이 업무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다양한 죄목을 가진 전과자가 되었다. 모두 골프장 반대 운동을 하다 얻은 것이다.

 

구만리 주민들은 왜 트랙터 위에 올랐나

 

 

여느 골프장 건설이 그렇듯이 골프장 업체측은 주민들의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고 공사를 밀어붙였다. 업체측은 2008년 8월 23일 새벽 2시 30분에 기습적으로 장비를 들여와 공사를 시작했고, 주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나와 결사적으로 공사를 막았다. 결국 업체측이 동원한 용역회사 사람들에 의해 주민들은 끌려나왔고, 다친 주민은 헬기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기까지 했다.

 

그때 주민들과 함께 공사를 막았던 최영현 할머니는 골프장을 막기 위해 한 달 동안 구만리 산에서 도시락을 싸가지고 거의 살다시피 했다. 최 할머니는 "공사를 어떻게든 막아보려 굴착기에 앉아 버렸는데 사람들이 119에 실려가고 그럴 때는 너무나 끔찍했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2008년 8월, 골프장 공사 업체인 ㈜원하레저 측은 지하수 조사 등 골프장 개발을 위한 기초조사를 저지하던 주민 43명을 업무와 교통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또 2008년 11월에는 주민 9명을 상대로 11억 98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주민들이 공사를 위한 기초조사 업무 등 5건의 사업을 방해해 손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춘천지법은 2009년 12월 17일 1심 판결에서 "업체에서 주장한 일부 건에 대해 업무방해를 한 것은 인정되나 그 건으로 인해 직접 손해를 봤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재판의 주민측 변호를 맡은 황정화 변호사는 30일 "60~70대 노인들이 물리적으로 공사중단을 시키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주민들의 공사중단 요청에 업체측이 실제로 공사를 중단하지 않겠기에, 손해배상청구는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체측은 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한 상태다.

 

위원장에겐 집유 2년, 주민 13명에겐 벌금 1090만 원 부과


골프장 건설로 빚어지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서식지 파괴, 산림의 훼손 등은 막대하다. 그래서 인허가 과정에서 보존 가치가 있는 산림을 보호하는 등 개발 입지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임목축적 조사'는 매우 중요하다.

 

2008년 이후 골프장 개발 대상지 내 임목축적 조사 부실 문제가 끊이지 않자 산림청은 2009년 산림청 3인, 사업자측 3인, 이의제기자 3인으로 조사협의체를 구성하여 재조사하도록 했다. 그러나 홍천 구만리 주민들은 산림청이 조사협의체 구성과정에서 이의제기자인 자신들의 의견을 적정하게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산림청이 주민 측 협의체 위원을 하루 만에 위촉하길 요구했고, 주민측의 연기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협의체 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2009년 12월 19일 조사를 강행했다. 이에 주민들은 합의사항을 이행한 후 조사를 진행하라고 요구하며 조사 자체를 저지했으며 산림청은 조사를 저지한 주민 15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했다. 지난 8월 5일 1심 재판부인 춘천지법은 '조사 저지 과정에서 물을 뿌린 것이 폭력에 해당한다'면서 반경순 주민대책위 위원장과 반종표 주민대책위 부위원장에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주민 13명에겐 총 109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현재는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지난 16일 만난 반종표 홍천군대책위 부위원장은 "사업자가 작성 제출한 임목축적조사서가 현장조사가 불가할 정도로 부실하게 작성돼 산림청에 재조사를 요청했는데도 산림청이 주민측과 사전안내 및 논의없이 조사를 실시했다"며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은 허위로 작성된 조사서를 보고도 골프장 개발을 허가한 산림청 공무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건의 주민측 변호를 맡고 있는 황정화 녹색법률센터 변호사는 30일 "물을 뿌린 행위는 당시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특수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지 않으며, 실제로 물을 뿌리지 않은 자(반경순 위원장, 반종표 부위원장)에게 실형이 내려진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법원에 항소심을 제기한 상태다.

 

법적보호종이 14개나 발견된, 구만리 공사현장

 

그러나 무엇보다 주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업체와의 싸움이 아닌 바로 주민들간 갈등이다. 얼마 전까지 오순도순 친척으로 살아온 삼촌, 당숙들이 골프장 건설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폭행과 협박죄로 서로 고소를 한 것이었다.

 

골프장 반대측인 반종표 이장은 "글도 제대로 쓰지 못한 어르신들이 어떻게 고소장을 작성할 수 있겠느냐"며 "업체측에서 찬성측 주민들을 회유해 주민들간 갈등을 부추기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경찰에서 바로 무혐의 처리가 되기는 하였지만 골프장 건설로 인한 주민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 사이에서 업체측에서 얼마나 많은 회유와 협박이 있는지 알 수 있다.

 

현재 홍천 구만리 골프장은 벌목이 66% 정도 진행된 상태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멸종위기종인 산작약을 훼손하여 잠시 공사가 중단됐다 다시 재개했지만, 주민들이 강력하게 항의하여 현재는 공사가 또다시 중단된 상태다.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도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을 비롯한 환경노동위원회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홍천 구만리 골프장은 환경영향평가가 종료되었음에도 사업부지에서  법적보호종이 14개나 발견되었고 전체 보호종이 22종이나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므로 당장 인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원도는 지난 9월, 골프장 문제의 해결점을 찾기 위해 도지사 민관협의체를 꾸렸다. 민관협의체가 홍천 구만리의 전반적인 불탈법의 현황을 조사하기로 결정했으므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지역경제 발전도 돈도 아닌 예전처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이웃·친척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다. 주민들이 지키는 것은 자신이 살아가야할 고향뿐 아니라 일상에 지친 우리가 언젠가 돌아가야 할 마음속의 고향이다.

 

주민들은 골프장 업체나 업체측 편만을 드는 공무원들과만 싸우는 게 아니다. 개발과 이익이라는 이름하에 환경도 주민생존권도 무시되는 시대와 국민으로부터 얻은 권력으로 다시 국민을 해치는 시대와 싸우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과자가 되고 벌금을 맞으면서도 농사일을 내팽개치고 지팡이를 집고 집회를 참가하는 할머니에게 동정어린 시선이 아니라 관심과 응원을 보내야 하는 이유다. 올해 심은 단호박농사가 잘되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농사꾼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그들의 꿈은 바로 우리 모두의 꿈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최위환 기자는 녹색연합 대회협력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강원도, #골프장, #최문순, #녹색연합, #홍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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