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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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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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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해외겸용 신용카드를 발급 받은 소비자 10명 중에서 9명이 한 번도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비싼 연회비와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드렸습니다(관련기사 : 비자, 마스터 여러개...당하셨습니다). 오늘은 소비자들로서는 잘 납득할 수 없는 이런 일이 왜 일어나고 있었는지 그 원인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국정감사 기간을 맞아 국회의원들이 활발한 의정활동을 벌이고 있는데요. 최근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해외겸용카드 발급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출시된 405개의 신규 카드 상품 중 절반에 해당되는 194개 상품이 국내전용카드는 없는 해외겸용카드로만 발급됐다고 합니다.

카드 회사들은 왜 해외겸용카드 발급에 앞장설까

이들 상품들은 소비자들이 국내전용 카드를 선택할 수 없도록 해외겸용 카드로만 발급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신용카드 회사들이 앞 다투어 해외겸용카드를 발급하고 소비자들에게 가입을 권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카드사별로 보면 외환카드는 100% 해외겸용카드 상품이었고, 현대카드는 77%, 우리카드 65%, 농협카드 60%, 신한카드 56% 순이었다고 합니다. 그럼 신용카드 회사들은 왜 해외겸용카드 발급에 앞장서고 있을까요?

카드회사들은 표면적인 이유로 인센티브 제공과 프리미엄 마케팅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카드의 특성상 면세점 이용이나 공항 이용, 항공권 할인 등이 핵심 혜택이기 때문에 해외겸용카드를 발급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사철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숨겨진 이유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세우지만 실상 신용카드 회사들은 비자, 마스터 등 해외유명카드사로부터 가입자 확보를 위한 인센티브를 받고 있었습니다.

말이 인센티브지 비자, 마스터 가입자 확보 수수료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받은 인센티브 총액이 1076억 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신용카드 회사들이 잿밥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해외겸용카드를 마구잡이로 출시해 국내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고 국내 전용카드 선택권을 박탈한 것입니다.

같은 기간 동안 해외겸용 신용카드 중에서 해외에서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카드 비율이 81%입니다. 신용카드회사들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인센티브를 받아 챙기기 위해 해외겸용 신용카드를 앞다투어 출시한 겁니다.

해외겸용 신용카드 보급에는 특히 전업계 카드 회사들이 앞장을 섰습니다. 은행 계열 카드사들이 받아챙긴 수수료는 176억 원에 불과한데, 전업계 카드사들이 전체 인센티브 금액의 84%인 900억 원이었습니다.

비자·마스터 브랜드회사에 사용 수수료 2000억 지급

한편, 국내에서 발급된 해외겸용카드 중 81%가 한 번도 해외에서 사용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3년 동안 이들 해외겸용카드의 국내사용액 수수료 2633억 원을 비자·마스터 등 국제브랜드 회사에 지급하였다고 합니다.

앞서 카드회사들이 해외겸용카드를 발급하면서 해당 브랜드회사에서 받은 인센티브를 생각하면, 사실상 국내 신용카드 회사들은 최근 3년 동안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2633억 원의 국내 사용액 수수료(신용판매 이용 금액의 0.04%)를 거둬들여, 절반이 조금 못되는 1076억 원을 자신들이 챙기고 나머지 1500여억 원을 해외 브랜드 회사에 갖다 바친 꼴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전용카드의 연회비는 보통 2000~8000원 사이인데, 해외겸용 신용카드의 경우 5000~1만5000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그런데 2배가 넘는 연회비 부담은 소비자의 개인적인 손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자사의 이익만을 앞세운 국내신용카드 회사들의 이런 행태는 명백한 국부유출입니다. 뿐만 아니라 헌법과 소비자보호법으로 정해진 소비자의 선택할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기도 합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히 금융당국에서 적극적으로 국내전용카드 발급을 권고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못지않게 소비자들의 '자구노력'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지갑 속에 있는 신용카드 중에 해외에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해외겸용신용카드가 있는지 꼭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8월에 게재한 기사를 읽고 안 쓰는 신용카드를 해지하려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카드 해지를 신청하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신용카드 해지 생각보다 쉽습니다.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해지 신청을 하시면 됩니다.

혹시라도 지점을 방문해야 한다든지 혹은 여러가지 핑계를 대면서 해지를 방해하는 경우 상담원과 실랑이를 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전화를 끊고 잠시 후에 다시 전화를 걸어 신용카드 '분실신고'를 하신 후에 카드 재발급을 권유하면 거절하시거나 국내전용카드로 재발급 받으면 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신용카드, #해외겸용카드, #국내카드, #비자,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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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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