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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담는다는 행위는 자기를 담는 행위다. 보이는 것, 존재하는 것을 사진은 담지만 사진으로 담기는 순간 현실에서 가상으로 혹은 가상에서 현실로 옮겨진다.

 

도심의 가림막들은 현실을 그대로 모사해 놓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현실은 그와 다르다. 그래서 더 적나라하게 현실과 가상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

 

가림막과 반영과 그림자와 또다른 현실의 경계가 만나는 순간들을 담았다. 눈에 보이는 대로 혹은 마음에 그리는 대로 담아지질 않는 것이 사진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름다운 풍경과 술취한 중년의 모습이 대비되며 쓸쓸함을 더했다. 그날은 더 사진을 담을 수 없었다. 그를 통해서 나를 보고, 그 사진을 통해서 현대인들의 상실감을 본다.

 

나만의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이 시대는 얼마나 많은 이들을 절망하게 하는가? 그럴수록 얼마나 많은 장밋빛 그림을 보여주고 있는가? 그 모든 가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얼마나 우리를 다그치며 유혹하고 있는가? 가상현실, 현실가상이다.


태그:#가상현실, #가림막, #반영,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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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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