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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산업성 정문 앞에서 9월11일부터 21일까지 열흘간 '미래를 생각하는 단식 시위'를 한 네 명의 청년들.
 일본 경제산업성 정문 앞에서 9월11일부터 21일까지 열흘간 '미래를 생각하는 단식 시위'를 한 네 명의 청년들.
ⓒ 스도 코이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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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부터 반 년이 지난 최근 도쿄 도심에서 6만 명 규모의 대규모 탈원전 집회가 열렸다. 이는 일본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와 한국의 일부 언론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그런 가운데 비슷한 시기 도쿄 경제산업성 정문 앞에서 네 명의 청년들이 열흘간단식농성을 벌였는데, 이는 언론과 트위터, 인터넷 유스트림 등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각기 도쿄와 치바, 야마구치현 등에서 온 (만) 열아홉 살부터 스물 두 살까지의 젊은이들로, 지난 9월 11일부터 21일까지 경제산업성 앞에서 240시간 동안 단식을 이어 갔다. 오카모토 나오야, 마이바라 간타, 세키구치 시오리, 야마모토 마사하키. 이 네 명의 젊은이는 왜 단식투쟁에 나섰을까. 

단식농성단에는 이미 수년 전부터 탈원전의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직접행동을 하던 친구에서부터, 3.11 후쿠시마 사태 이후 처음으로 원전에 대해 고민하게 된 이도 있다. 제각각의 계기로 탈원전 운동에 가담하게 되었으나, 공통점은 있었다. 3월 11일, 초유의 방사능 사태가 일본을 덮치면서 지금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어린이와 미래세대가 위험하다는 위기 의식을 느낀 것이다. 이후 그들은 '미래를 생각하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우리는 원전 방사능을 더 이상 만들기를 바라지 않아요. 이 목소리가 모두에게 전해지기를"이란 메시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시오리씨. 비가 내리면 방사능 수치가 걱정되면서도 청년들의 경제산업성 앞 평화적 시위는 많은 관심과 주목 속에서 열흘간의 장정을 마쳤다.
 "우리는 원전 방사능을 더 이상 만들기를 바라지 않아요. 이 목소리가 모두에게 전해지기를"이란 메시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시오리씨. 비가 내리면 방사능 수치가 걱정되면서도 청년들의 경제산업성 앞 평화적 시위는 많은 관심과 주목 속에서 열흘간의 장정을 마쳤다.
ⓒ 스도 코이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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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야마구치현 가미노세키 신규 원전 건설 예정지의 마을 주민인 오카모토 나오야(岡本直也, 만20세)씨는 2009년 10월부터 (건설예정지 바로 맞은편 4km 해상에 떠있는 섬인) 이와이섬 주민들과 함께 반대운동을 해왔다. 그해 9월 주고쿠 전력이 매립공사를 개시하자, 당시 그는 카약을 타고 저지 행동에 나섰다. 이와이 섬 주민들이 어선을 타고 공동전선을 꾸려 저항하기도 했으나, 그들은 생계를 꾸려야했기 때문에 농사도 짓고 일도 해야 했다. 가혹한 일정에 지쳐 쓰러지면 안 되므로 주민들에게 다른 일이 있을 때는 오카모토씨와 같은 젊은 '카약대'가 주민의 자리를 지켜주었다.

누군가 매일 지키고 있지 않으면 전력회사 측에서 공사를 기습 공사를 시작해 버리는 상황이 올해 3월초까지 계속돼 왔다.

오카모토씨는 "원전이 만들어내는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것이 너무 크다, 새로운 내각이 들어서고 원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방침이 정해져 가는 중에, 젊은 세대가 원전에 대하여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우리 젊은이들에게는 원자력발전은 전 세대가 남긴 어두운 유산이자 부채일 뿐이다, 오늘과 미래에 대한 우리 청년들의 진지한 고뇌를 단식 투쟁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 19세의 도쿄도내 대학생인 시오리씨는 "3·11 이후, 원전 가까이 사는 주민과 피폭당한 사람들, 어린이와 미래 세대, 피폭노동자의 생명 그리고 나 자신까지 포함해 많은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지금까지 의존해 왔던 원자력 에너지로부터 이젠 졸업하고 싶다"고 단식농성에 돌입한 이유를 밝혔다. 그녀는 단식을 통해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생명을 함부로 여기는 방식"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공무원과 직접 대화하는 방법, 지역사회나 대학내에서의 활동 등 이미 다른 방법을 통해 원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도 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정책에 결단을 내려야 할 중요한 시기에, 지금은 젊은이들의 생각을 보여줄 직접적 행동이 필요하다. 원전에 의해 위협받지 않을 수 있는 미래, 생명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그런 생각을 젊은이들이 진지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나섰다."

경제산업성 앞에서 탈원전과 미래사회를 생각하며 단식시위를 하는 일본 청년들을 찾아온 외국인 기자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제산업성 앞에서 탈원전과 미래사회를 생각하며 단식시위를 하는 일본 청년들을 찾아온 외국인 기자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스도 코이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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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시위 중인 청년들을 응원 방문한 시민들이 펼침막에 평화의 메시지를 적어 넣고 있다.
 단식시위 중인 청년들을 응원 방문한 시민들이 펼침막에 평화의 메시지를 적어 넣고 있다.
ⓒ 스도 코이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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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청년이 열흘 동안 경제산업성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사이, 많은 시민들이 다녀갔다. 시민들 중에는 단식이 끝나면 바로 먹으라며 된장국을 가져오는 사람, 비가 온다고 걱정되어 비옷이나 겉옷을 가져오는 사람도 있었다. 맹렬한 더위가 있던 날에는 그들이 탈진하지 않도록 열기를 식히는 차가운 타올과 물, 소금, 효소 등을 가져다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본 주요언론에서는 후쿠시마 사고 후에도 탈원전 운동을 거의 보도하지 않지만, 이 청년들을 취재하기 위해 도쿄신문이나 NHK, TBS에서도 찾아왔다고 한다. 일본내 독립언론이나 해외에서도 취재를 했다. 땡볕 아래서 파라솔을 치고 더위와 싸워야 했던 날도 있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방사능 수치가 올라갈까 봐 걱정되어 특수 마스크를 쓰는 친구도 있었다.

열흘간의 단식농성이 끝난 21일 오후, 농성단은 탈원전 정책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경제산업성 에너지자원청 담당자에게 제출하고, 중의원 제1의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한 사람은 트위터를 통해 "4명이 도착했다, 청원서를 잘 제출했다는 보고 비에 젖고 몹시 수척해진 모습의 젊은이들, 그러나 햇볕에 그을린 얼굴로도 청중을 똑바로 바라보는 눈동자에 힘이 넘친다"고 감상을 전달했다.

열흘간의 단식시위를 마치고 중의원제1회의실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주인공들. 기자회견에 앞서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담당자에게 청원서를 전달했다.
 열흘간의 단식시위를 마치고 중의원제1회의실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주인공들. 기자회견에 앞서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담당자에게 청원서를 전달했다.
ⓒ 스도 코이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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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생각하는 단식농성단은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원전은 터부시될 사안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생각해고 해결해야 할 중대한 사회문제다"라며 "앞으로도 젊은이들이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생각을 발산하는 것으로, 모두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이야기 나누기 쉬운 분위기가 생겨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원전문제에 관하여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성명서(청원서) 전문 소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많은 분들이 고향을 잃고 떠나야 했고, 또 생활 그 자체를 잃었습니다. 이 원전 사고가 수습되기까지 방사능이 계속해서 대기중과 대지 그리고 바다에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한번 사고가 일어나 버리면 돌이킬 수 없고, 누구도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이미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그뿐 아니라 원전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평시에도 대량의 온배수 등으로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수만년 동안 관리해야만 하는 대량의 핵 폐기물을 발생시킵니다. 

우리 젊은 세대에게는 이미 일본의 54기의 원전이 만들어 버린, 반영구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핵폐기물 및 후쿠시마 원전에서 계속해서 방출되고 있는 방사능이 남겨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진재 뒤에도 신규 입지 계획이 있는 가미노세키 건설예정지에서는 쉬지 않고 원전건설을 위한 환경조사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홋카이도의 도마리 원전도 국민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영업운전을 시작해 버렸습니다.  

우리 젊은 세대는 원전이 남긴 부정적 유산을 더는 떠맡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방사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아이들,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게로 이어지는 생명에, 이 이상의 어두운 유산을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생명의 양식이 되어주는 자연과 생명 그 자체를 소중히 하는 것을 정책으로 반영해 줄 것을 청원하며, 10일간의 단식농성에 들어갑니다.   
다음은 지금부터 이 지구에서 살아갈 우리 젊은 세대의 소원입니다.

[청원 내용]  
내각총리대신 노다 요시히코씨
경제 산업 대신·원자력 경제 피해 담당 대신 에다노 유키오씨
문부 과학 대신 나카가와 마사하루씨
외무 대신 겐바 코이치로씨
환경 대신·원자력 발전소 사고 수습 및 재발 방지 담당 대신 ·내각부 특별 담당 대신(원자력 손해배상 지원 기구) 호소노 고우시씨 앞

- 가미노세키 원전을 시작으로 하여 신규건설계획을 백지화 철회하십시오. 
- 방사선량이 높은, 후쿠시마 현내와 주변 현에 계신 분들의 건강 관리 및 피난 후 생활 보장, 사고에 따 른 손해를 보상하십시오.
- 각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을 검토하기에 앞서, 사고의 위험성과 사고의 책임을 어떻게 질 건지 그 방법을 전 국민에 설명하십시오. 
- 후쿠시마 제1원전과 같은 비극이 다른 나라에서는 일어나지 않도록, 원전 수출을 중단하십시오.
- 원전, 고속증식로 몬주, 재처리 공장 등 모든 원자력 시설을 폐기하고, 에너지 절약・자연 에너지 사회로 방침을 정하고 에너지 전환을 이행해주십시오.   

【請願者】             
山口県上関町民  岡本直也(20)
千葉県民     米原幹太(21)
愛知県民     関口詩織(19)
大阪府民    竹之下惟基(22)
大阪府民      松村元(20)
兵庫県民      釣琴美(27)
和歌山県民     田中希(17)
大阪府民     岡野朱里(19)
兵庫県民    児島げんき(18)
和歌山県民    深尾明加(18)
東京都民     高橋雄也(20)
東京都民     佐倉直人(20)
兵庫県民     後藤樹声(16)
兵庫県民    児島いのり(20)
兵庫県民      谷幸穂(18)
山口県民     東条雅之(27)
埼玉県民     須賀紗彩(20)
東京都民     河野夢以(18)
東京都民     藤原皓平(28)
埼玉県民     内田麻美(27)
大阪府民     久保陽平(18)
兵庫県民    児島こころ(22)
東京都民     山本雅昭(22)
宮城県民     清水るか(17)
以上、24名


태그:#후쿠시마, #핵발전소, #원전, #단식투쟁 젊은이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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