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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가을에 들어선 것이 분명한데, 가을 같지가 않다. 아니 여름보다 더 덥다. 정작 여름에는 더울 틈이 없었다. 계속 되는 비로 인해 일조량이 많이 부족하였었다. 그런데 가을에 들어서면서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연일 폭염 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더위가 사람을 잡는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아침저녁에는 가을 기운이 제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다. 한낮의 무더위가 하루 종일 이어진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가을 햇살. 매미 사이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햇살의 심술이 고약하다. 스멀스멀 배어나는 땀을 주체하기 힘들다. 높아지는 불쾌지수에 짜증이 난다. 가을이 가을다워야지, 왜 이렇게 더운지 알 수가 없다. 햇살의 심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벗어나고 싶다. 햇살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피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햇살의 범위를 벗어나서는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 사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 아닌가? 햇살의 심술만 생각하다가 생각을 달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동안 일조량의 부족으로 인해 과일과 곡식들이 제대로 여물지 못하였다. 생명은 햇살을 받아야 성장이 가능하다. 햇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서는 아무 것도 살아남을 수 없다. 그 동안 과일이고 곡식이고 간에 상관없이 일조량이 엄청나게 부족하였다. 부족한 일조량은 고스란히 곡식이나 과일에 영향을 주었다.

 

사과는 빨갛게 익을 수가 없었고 배는 자라지 못해 작은 상태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고추는 빨갛게 익기도 전에 탄저병으로 인해 썩어가고 있었고 배추나 상추 또한 그 피해가 이루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석에 햇과일이나 햇살을 내놓기가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모든 결과가 서민들의 삶에 영향을 주어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어주고 있다.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는 물가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물가가 오르지 않아도 서민들이 살아가기에는 힘이 들고 어렵다. 그런데 물가까지 오르고 있으니, 서민들은 대책을 세울 수가 없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가을 햇살까지 심술을 부리고 있으니, 난감한 일이다. 그런데 햇살의 심술이 결코 심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뜨거운 열기가 여물지 않는 곡식들의 열매를 채워주고 있었다.

 

"하루 햇살이 농민에게는 금과 같습니다."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의 이 말이 가슴에 저려온다. 가을 햇살은 그동안 비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농작물에게 희망과 같은 것이었다. 가을 햇살이 뜨거워야 농민이 살아날 수 있다. 아! 얼마나 고마운 햇살인가? 그렇게 고마운 햇살에게 심술을 부린다고 생각하였으니, 어리석은 일이다. 가을을 찬란하게 채워주고 있는 햇살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니, 흐르는 땀방울도 기쁨이 된다.

덧붙이는 글 | 직접취재


태그:#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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