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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전직) 고위 관료가 카다피를 도왔다"고 <알 자지라>가 8월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알 자지라>는 트리폴리에 있는 리비아 정보부 건물에서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비밀 문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압둘라 알 사누시가 이끌던 리비아 정보부는 카다피 체제를 지탱하던 핵심 기구 중 하나였으나 나토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상태다.

 

<알 자지라>는 자사 취재 인력이 리비아 정보부 건물 곳곳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압둘라 알 사누시의 책상에 "1급 비밀"로 분류된 수십 가지 문건이 흩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건물을 지키던 리비아 반군 수십 명의 눈을 피해, 그 기밀 문건 중 일부를 몰래 가지고 나왔다는 것이다.

 

<알 자지라>는 그 서류들 속에 "리비아에서 봉기가 일어난 후, 영향력 있는 미국인들이 카다피에게 (여러 사항을) 조언했음을 보여주는 기밀 문건들"이 있었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반군이 테러 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정보를 찾아 미국에 넘겨라"

 

<알 자지라>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미국의 전직 고위 관료인 데이비드 웰치는 8월 2일 이집트 카이로의 한 호텔에서 리비아 정부의 고위 관료들과 만났다. 이 호텔은 미국 대사관에서 몇 블록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이들이 만난 시점은 반군이 트리폴리 진격 작전을 펼치기 19일 전이다.

 

데이비드 웰치는 부시 정부 때 국무부 차관보를 지내며, 미국과 리비아가 20여 년 만에 외교 관계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미국 기업인 벡텔을 위해 일하고 있다. <알 자지라>는 벡텔이 아랍 지역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건설 공사와 관련돼 있다고 보도했다.

 

<알 자지라>에 따르면, 데이비드 웰치는 카다피 측 관료들에게 선전전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조언했다. <알 자지라>는 "영향력 있는 미국 정계 인사가 카다피에게 미국과 나토를 이기는 방법에 대해 조언했음을 문건들이 보여주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웰치는 반군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방법에 관해서도 조언했다. 문건에는 데이비드 웰치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고 돼 있다.

 

"(반군이) 알 카에다 혹은 다른 극단주의 테러 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정보를 찾아내 미국 정부에 넘겨야 한다. 이때 이스라엘, 이집트, 모로코, 요르단 같은 (외국) 정보기관을 거쳐 전해야 한다. (……) 그러면 미국은 귀를 기울일 것이다."

 

<알 자지라>는 데이비드 웰치가 카다피 측에 '시리아의 불안정한 상황을 이용하라'며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이 채택한 정책의 이중 잣대(기자 : 반정부 시위가 똑같이 발생했는데, 리비아에는 무력으로 개입하고 시리아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음)와 관련해 시리아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 자지라>는 데이비드 웰치가 리비아 반군을 지원한 카타르에 대해서도 "냉소적으로" 묘사했다고 전했다. 카타르가 반군을 도운 것은 인접한 바레인에서 민주화 시위가 발생해 정세가 불안해지자 국제 사회의 관심을 바레인에서 리비아로 돌리기 위해서였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아랍 국가 중에서 카타르는 아랍에미리트연합과 함께 전투기를 동원해 서방의 리비아 공습 작전에 동참했다.

 

이와 함께 데이비드 웰치는 미국 정부 내의 많은 이가 "카다피가 물러나기는 해야겠지만 모든 권력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알 자지라>가 보도했다. <알 자지라>는 "이러한 충고는 '카다피를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백악관이 공개적으로 밝힌 것과 명백히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 자지라>가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데이비드 웰치는 모임이 끝날 무렵 카다피 측에 "미국 행정부, 의회, 그밖에 영향력 있는 인사들에게 모든 것을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알 자지라>는 "카다피에게 도움을 준 저명한 미국인이 웰치만이 아닌 것 같다"고 보도했다.

 

데니스 쿠시니치 의원 관련 의혹도 제기... 쿠시니치 "소설"

 

<알 자지라>는 데이비드 웰치뿐만 아니라 데니스 쿠시니치 미국 하원의원에 관한 문건도 있다고 보도했다. 정보부 수장이던 압둘라 알 사누시의 사무실 바닥에 카다피의 둘째아들 사이프 알 이슬람에게 보내는 서류 봉투가 있었는데, 그 안에 사이프 알 이슬람을 위해 일하는 중재자와 데니스 쿠시니치 의원 사이에 오간 대화 요약본으로 보이는 내용이 있었다는 것이다. 데니스 쿠시니치는 민주당 소속으로 대표적인 반전 성향 의원이다.

 

<알 자지라>는 자신들이 입수한 문건에 "반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나토군의 공습을 끝낼 수 있도록 의원들에게 로비를 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데니스 쿠시니치 의원이 대외적으로 반군을 대표하던 과도국가위원회(NTC) 내의 부정부패 및 데이비드 웰치와 마찬가지로 반군이 알 카에다와 연계돼 있다는 증거를 원했다는 것이다.

 

한편 <알 자지라>에 앞서 <가디언>은 카다피 측이 국제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데니스 쿠시니치 의원을 트리폴리로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8월 25일(영국 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데이비드 웰치가 "(공직자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 "사적인 여행"을 한 것이고, "미국 정부의 어떤 메시지도" 카다피 측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알 자지라>는 보도했다. <알 자지라>는 데이비드 웰치에게도 반론을 받으려 했지만, 데이비드 웰치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데니스 쿠시니치 의원은 다음과 같이 답변하며 <알 자지라>의 보도를 부인했다.

 

"<알 자지라>가 발견한 건 리비아 관료가 또 다른 리비아 관료에게 쓴 것이다. 그것이 입증하는 건 리비아 사람들이 <워싱턴포스트>를 읽고 있다는 것뿐이다. (……) 내가 전쟁을 끝내기 위해 노력한 것 이외의 다른 일을 했다는 어떠한 암시도 모두 소설이다."


태그:#리비아, #아랍 민주화, #카다피, #데이비드 웰치, #데니스 쿠시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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