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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근로계약하고 한 초등학교 시설관리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수당 일체 없고 그냥 하루 일당만 받고 일합니다. 학교에서 일한지 5개월 째인데요. 저는 학교에서 일하면서 학교 운동장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운동장 한쪽에 계단식 앉는자리가 있거든요. 거기 쓰레기가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학교 다니는 동안 쓰레기 없는 학교 한번 만들어 보자'고 다짐 했었습니다.

 

방학이 되면 쓰레기가 줄어 들줄 알았습니다. 지난 7월 하순경부터 방학에 들어 갔는데 8월 말 방학이 끝나는 날까지 운동장과 학교주변 돌며 쓰레기 주워보니 방학 전이나 후나 똑같이 모아졌습니다. 이유가 뭘까 하고 하루 종일 일하면서 틈틈히 운동장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오후 3시 후 중고교 학생들이 오기 시작 했습니다. 초등학교가 있는 그 마을을 살펴보니 주변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여럿 있었습니다.

 

중학생도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여럿이 오기도 하고 고등학생도 남학생과 여학생이 여럿이 짝지어 오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다녀간 자리에 나중에 가보면 언제나 먹고 버린 쓰레기가 놓여 있었습니다. 담배 꽁초도 여러개 있었고 그중엔 립스틱 묻어 있는 담배꽁초도 여러개 보였습니다. 담배꽁초 줍는게 귀찮아서 그들 앞에 쓰레기 통을 갔다 놓기도 했습니다. 제가 쓰레기 통을 놓고 가도 교복입은 여학생들은 다리를 꼬고 앉아서 담배를 계속 피웠습니다. 오히려 제가 무안해서 피했습니다.

 

그렇게 쓰레기통을 주며 담배꽁초를 계단에 버리지 말고 쓰레기통에 좀 넣어 달라 부탁했으나 소용 없었습니다. 다음날 출근해보면 여전히 운동장 계단 여기저기 담배꽁초가 널려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해서 휴지를 주우려 하는데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피자를 시켜 먹고 남은 음식 쓰레기를 그대로 두어 개미들이 많이 몰려 있었습니다. 계단엔 갖가지 과자 봉투가 널려 있었습니다. 쓰레기를 주우며 가다 보니 이번엔 계단에 발라 놓은 시멘트 조각을 뜯어 조각조각 내어 놓았습니다. 그 옆엔 화단 흙을 계단에 뿌려 놓기도 했고요. 야한 낙서까지 해놓아서 급한대로 스프레이로 뿌려 놓기도 했습니다.

 

쓰레기를 계속 줍고 있는데 종이 뭉치가 있어 펴보았습니다. 000중학교 0학년 0반 000라고 적힌 시험지 였습니다. 저는 쓰레기를 다 줍고나서 그 학교를 찾아 갔습니다.

 

"저 어떤 일이 있어 상담 좀 하러 왔는데요. 누구랑 상담하면 좋을까요?"

 

그 학교 행정실에 들러 물어보니 잠시만 기다려 보라 했습니다. 잠시 후 교감 선생님 이라며 저보다 나이 많은 여성 분이 행정실로 왔습니다. 어떻게 왔냐고 묻길래 말했습니다.

 

"저는 00초등학교 시설관리 일을 맡아 하는데요. 오후만 되면 주위 중고교 남녀 학생들이 무리지어 와서 담배도 피우고 과자도 가져다 먹고 그냥 버려두고 갑니다. 담배꽁초 절반은 립스틱이 묻어 있어요. 제가 매일 쓰레기 줍고 있는데도 매일 쓰레기가 많이 나와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그러면서 저는 주워 온 그 시험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저는 그 여학생이 그 학교에 다니는지 확인 가능 하냐고 물었습니다. 행정실 직원은 컴퓨터를 하더니 "우리학교 학생 맞네요"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000 우리학교서 알아주는 문제아"라고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부모를 소환하고 강력하게 처벌조치 하겠습니다."

 

저는 교감 선생님이 너무 힘있게 이야기 해서 대구를 못했습니다. 저는 처벌을 원하러 간게 아니고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덜 버려지게 할까 하는 문제를 상담하러 간 것인데 말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다시 물었더니 교감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얼마전 이 근처 고교생이 동구청 유리문을 박살내고 도망 간 일이 있었어요. 동구청에서 각 학교로 공문을 보내 학교 차원에서 주의 교육 좀 시켜 달라고 했어요. 그 후 그런일이 안일어 났어요. 그 학교 교무실에 가서 각 학교로 공문을 좀 보내달라 해보세요. 그러면 쉽게 해결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조용히 일어나 나왔습니다. 괜히 그 여학생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문제아라 해도 무조건 처벌만이 능사인지 모르겠습니다. 처벌보단 사랑으로 보듬는 것이 더 교육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히 저 때문에 그 여학생이 처벌받게 생겼습니다. 시험지 종이를 괜히 갔다 주었다는 후회가 드네요.

 


태그:#쓰레기, #학교,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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