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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이르쿠츠크시를 출발하여 바이칼호수에 있는 알혼섬으로 가는 도중 우스치오르딘스크(Ust-Ordinski) 브랴트 민속박물관을 찾았습니다. 비록 넓지는 않지만 브랴트 사람들의 삶과 믿음, 그리고 오랜 전통을 알 수 있도록 잘 꾸며 놓았습니다. 그리고 박물관 한쪽에는 브랴트 샤먼의 굿당을 설치하여 굿을 볼 수 있도록 꾸며 놓았습니다.

 

저희 일행이 미리 출발 전에 알린 탓인지 마을 사람들이 나와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저희 일행을 박물관으로 안내하기 전에 굿당으로 안내하였습니다. 굿당 앞에서는 자신들의 전통이라고 하면서 작은 모닥불을 피우고 우리가 한 사람씩 발을 불 위로 휘저으라고 했습니다. 여자들에게는 발이 아니고 손으로 불 위를 휘저으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굿을 하기 전에 부정을 씻는 동작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초상집에 다녀오시면 대문 앞에서 볏짚으로 작은 불을 피우고 발을 들어서 발로 불 위를 휘졌던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40여 년 전 보았던 행동이 다시 이곳에서 재연된 것입니다. 역시 불은 부정을 씻어서 정화하는 힘이 있는가 봅니다. 시베리아와 한반도가 서로 문화 교류가 있었는지, 아니면 불의 정화 능력을 믿어온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에서 나온 행동인지 증명은 할 수 없습니다.

 

불로 정화의식을 치르고 굿당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검정 재를 이마에 칠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 역시 굿을 참가하는 사람에게 해주는 의식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굿당에 들어서자 저희 일행을 환영하는 노래를 불러 주었습니다.

 

굿당에 도착하자 굿을 주관하는 샤먼이 저희 일행 중 나이든 남녀를 선정하여 샤먼 옷을 입히고 앉혀서 굿 의식을 진행했습니다. 부정을 씻고, 우유를 준비하여 신을 부르고, 여러 신을 위하는 노래를 부르고, 참여한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의식이었습니다.

 

샤먼의식을 주도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샤먼이었던 사람은 아니고 마을 사람들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브랴트 전통 옷을 입고 맞이해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1917년 소비에트 사회주의가 시작되면서 종교는 아편이라고 하면서 샤먼이나 라마 승려 등을 몇 만 명 처형하거나 유배 시키는 등 대대적인 숙청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1992년 고르바초프에 의해 '페레스트로이카' 즉 개방이 시작되면서 옛 종교의 모습이 서서히 되살아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를 맞이해 준 샤먼 역시 어려서 샤먼의식을 본 적이 있는 고교 선생님으로서 학교 수업이 없을 때 이곳에서 샤먼 일을 부업으로 한다고 합니다. 브랴트 사람들이나 현지 사람들은 샤먼을 스승으로 대접하며 존경한다고 합니다. 

 

굿당에서 펼치는 샤먼의식을 뒤로 하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박물관 안에는 브랴트 사람들이 살아온 과정과 삶의 모습 등이 여러 유물과 더불어 진열되어 있습니다. 특별히 눈을 끄는 것은 오래 전 사람들이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암벽화입니다. 원래 암벽화는 바위나 동굴 등에 오래전 옛날 사람들이 그린 것으로 바위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암벽화는 인류 역사상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그림으로 4만 년 전 구석기 시대부터 그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마도 마을 대표나 샤먼이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작은 돌에 새겨진 암벽화를 수집해 놓았습니다. 암벽화에 그려진 그림이 잘 보이지 않거나 희미하여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서인지 흰 종이에 잘 그려 놓아서 훨씬 보기 좋았습니다.

 

저희가 다음 목적지인 바이칼로 떠나려 하자 샤먼은 아주 기쁘게 우리를 축복해 주었습니다. 바이칼 호수는 거룩한 곳이니 이곳에서 샤먼에게 부정을 씻고 가는 것이 순서인데 당신들은 순서대로 했기 때문에 바이칼 신도 기뻐하실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저희 일행을 바이칼호수를 비롯한 여러 일정 동안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참고문헌

김열규, 기호로 읽는 한국 문화, 서강대학교출판부, 2008.10.

줄리언 벨 저, 신혜연  역, 세상을 비추는 거울 미술(동서양을 넘나들며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간을 매혹한 세계미술사), 예담, 2009.10.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우스치오르딘스크 브랴트 민속박물관, #굿당, #암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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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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