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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할 때 '춘추전국시대'와 '제자백가'라는 말은 빠질 수 없는 주제어입니다. 춘추 전국시대는 기원전 770~221년까지의 중국 역사이며, 제자백가란 이 시대, 춘추 전국시대를 살아가던 공자, 노자, 맹자, 장자 등을 일컫는 제 학자들과 이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유가(儒家), 도가(道家)와 같은 학파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공자, 맹자 등이 정치와 세상을 바꾸려는 의도에서 주로 집권자나 위정자들을 향해 말문을 열었던 반면, 노자나 장자는 '무위자연'과 개개인의 '생각과 마음'을 행했습니다.

장자는 중국 전국 시대의 사상가로 도가사상의 중심인물입니다. 도가사상은 유교사상과 더불어 2000년 동안 중국과 그 주변국의 사상과 생활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친 중국 고유의 종교철학입니다.

도가사상에서는 유가(儒家)의 인의예악(仁義禮樂)을 인위라고 부정하고 있습니다. 노자는 도(道), 무위자연(無爲自然), 겸허, 부쟁(不爭), 상선약수(上善若水), 소국과민(小國寡民) 등을 이야기 하였고, 장자는 정신적 자유의 경지인 제물과 물아일체를 주장하였습니다.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우화

정용선 지음, 간장출판의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우화>는 도가사상의 중심인물인 장자가 쓴 <장자莊子>를 번역하고 해설한 해설서입니다.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정용선 지음, 간장 펴냄, 2011년 7월 29일, 18,500원)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정용선 지음, 간장 펴냄, 2011년 7월 29일, 18,500원)
ⓒ 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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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우리 삶이 온전해지는 길, 편안하고 자유로운 삶의 길, 진정한 소통의 길을 제시한 철학자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장자가 권하는 그런 삶을 위해서는 세상의 모든 존재자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다름'의 고유성을 평등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대상을 평등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대상을 있는 그대로 차별 없이 비추는 거울 같은 마음을 갖는 것, 즉 허심虛心을 회복하는 마음공부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7쪽-

'들어가는 말'을 통해 저자가 들려주는 '장자'입니다. '들어가는 말'이니 먼저 읽게 되지만 책을 전부 읽고 나면 더더욱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원문(한문)으로 된 <장자>를 한 자 한 자 번역해 가며 덧댄 해설은 행간에 감춰진 심오함까지 낱낱이 들춰내고 있습니다. 심안에 가까운 장자에 대한 해박한 지식, 다각적이고 꼼꼼한 검토, 철학적인 토대 없이는 이끌어 낼 수 없는 해설이라서 쉽고 재미있습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는 가르침이나 설명은 배우고 듣는 사람도 어렵게 합니다.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쓰는 번역이나 해설이라면 읽는 사람을 지루하게 하고, 난해하게 합니다. 하지만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우화>는 거리낌 없이 읽을 수 있고, 글자 속에 담긴 의미까지 오롯하게 우려낸 맑고 투명한 해설이라 읽는 마음이 청량해집니다. 

사유의 여행 소요유에서 걸림이 없는 마음 응제왕까지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우화>는 전체 7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번 드높이 날아오르는 사유의 여행, '한가롭게 슬슬 거닐며 노닐기'로 해석되는 소요유(逍遙遊), 이미 세상의 참모습을 세세하게 둘러보고 마침내 자아의 해체에 이른 사람이 들려주는 생생한 세상 여행기인 제물론(齊物論),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태도, 일상에 부딪치는 문제들을 극복하는 방법, 예기치 않은 불행한 사태에 대처하는 자세,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를 판단하는 기준, 죽음을 대하는 태도 등 삶을 온전히 기를 수 있는 참된 길 다섯 가지를 담고 있는 양생주(養生主)로 이어집니다.

이어서 장자는 인간 세상의 문제, 즉 우리가 처해있는 사회·정치적 현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점을 인간세(人間世)에서 집중적으로 논하고, 존재의 실상을 회복한 개별자들의 마음이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덕충부(德充符), 허심의 거울 같은 작용과 존재의 실상에 중점을 둔 대종사(大宗師)에 이어, 허심으로 자유로워진 마음, '아무것도 걸림이 없는 마음', 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바가 없는 자유로운 마음' 즉,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제왕과 같은 자유로운 마음을 응제왕(應帝王)에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瞽者無以與乎文章之觀, 聾者無以與乎鐘鼓之聲, 豈唯形骸有聾盲哉? 夫知亦有之 是其言也.

장님은 문장의 아름다움을 보는 데 함께할 수 없고, 귀머거리는 북과 종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어찌 오직 육체에만 장님과 귀머거리가 있겠는가. 무릇 앎에도 장님과 귀머거리가 있다. 이제 그 말은 지금 자네를 두고 하는 말이로다.  

장님이 눈을 뜨면 어두웠던 세상이 환하게 열릴 것이다. 그러나 사실 장님이 눈을 감고 있던 사이에도 세상은 결코 어두운 적이 없었다. 그대도 이미 세상은 환하게 열려 있었다. 다만 눈이 가려진 탓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존재의 연속적 관계망'이라는 세상의 실상은 언제나 변함없이 환하게 펼쳐져 있는데, 우리는 늘, 나누고 선별하고 소유하는' 사유방식에 '앎의 눈'이 가로막혀 그 환한 실상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니 그 캄캄한 소유적 사유를 걷어내고 앎의 눈을 틔우려면, 소유적 사유를 넘어서는, 그래서 언뜻 '말도 안 되게'보이는 사유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41쪽- 

소통이 화두인 시대에 자기계발서

정말로 어찌 육체적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과 청각 장애를 가진 사람만 있겠습니까. 두 눈 똑바로 뜨고 보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고, 또렷하게 듣고 있으면서도 듣지 못한 척하는 세상이기에 더더욱 가슴에 와 닿고 마을을 열어주는 내용입니다. 

뒤표지에서 읽을 수 있는 글처럼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우화>는 공존과 소통의 화두를 안고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가장 절실한 자기계발서가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정용선 지음, 간장 펴냄, 2011년 7월 29일, 18,500원)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

정용선 지음, 간장(2011)


태그:#장자, #도가사상, #정용선, #간장, #제가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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