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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을지로입구역.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안내 전단지를 들고 서는 곳은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길이 갈렸다. '오세훈 시장이 있는 길'과 '오세훈 시장이 없는 길'이 확연하게 달랐다.

 

바쁜 출근길, 오 시장의 '주민투표 홍보전'을 취재하기 위해 50여 명의 취재진이 몰리자 시민들은 오 시장과 취재진이 없는 곳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전날 서울행정법원이 주민투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이후, 시민들과의 '스킨십'을 기대하며 거리로 나선 오 시장과 보좌진들은 시종일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5일 있었던 첫 거리 홍보전 당시는 연휴였고 낮 시간이라 오 시장에게 다가와 기념사진을 찍는 시민들이 상당수 있었지만, 이날 출근길 홍보전은 그날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전단지 뿌리는 오 시장에 취재진만 50여 명... 피하기 바쁜 시민들

 

앞서, 오전 8시 10분경 을지로입구역 3번 출구 앞에는 남색 점퍼, 검은색 트레이닝복, 등산화 차림의 오세훈 시장이 나타났다. 하지만 오전 8시 20분경이 될 때까지 횡단보도를 건너 오 시장 앞으로 다가오는 시민은 거의 없었다. 그러자 오 시장은 자신을 향해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취재진들에게 "이렇게 있으면 아무도 안 건너오지"라며 답답해하면서 8차선 도로를 향해 '8월 24일은 주민투표일'이라고 적힌 피켓을 흔들어 보였다.

 

오전 8시 20분경, 오 시장과 보좌진들은 횡단보도를 건너 을지로입구역사 안으로 들어가  전단지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으이그, 으이그"라면서 혀를 차며 지나가는 시민도 있었고 환하게 웃으며 오 시장과 악수하는 시민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고개를 숙인 채 바쁘게 걸어갔다. 오 시장 손에 들린 전단지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오전 8시 30분경, 오 시장이 지하철역 계단에 자리를 잡자 보좌진들은 취재진에게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줄 수 있도록 벽 쪽에 붙어서 서줄 것'을 부탁했다. 결국 취재진이 오 시장과 떨어진 곳에 섰지만, 시민들은 오 시장 쪽으로 가기보다는 취재진 사이를 뚫고 지하철 역 입구를 향해 올라가는 쪽을 택했다. 때문에 지하철 역 계단의 절반 정도에 오 시장 혼자 서 있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후 지하철역을 나와 또 다시 피켓을 들고 국가인권위 앞까지 걸어간 오 시장은 "여기는 사람이 더 없네"라며 취재진을 향해 쓴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33.3% 투표율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저도 그렇게 생각" 

 

오전 8시 40분경, 30분 동안 진행된 홍보전이 끝났다. 오 시장은 이어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8월 24일 투표일이 임시공휴일도 아니고, 무더위 속에서 투표가 치러지기 때문에 33.3% 투표율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취재진이 "오 시장 본인도 그렇게 관측 하느냐"고 묻자, 오 시장은 "예, 그렇다"면서 "안타깝게도 선관위에서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을 주민투표 홍보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알리고 다니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나타냈다. 

 

 

한편, 야5당과 2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나쁜투표거부 시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도 이날부터 본격적인 투표거부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동화면세점 앞에 방송차량을 설치하고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주민투표의 부당성과 위법성을 알렸다. 차량에는 '아이들 밥값 못 준다는 투표에 182억, 아이들 편 가르는 나쁜투표 시민들이 거부합시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운동본부는 이날부터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중심가를 돌면서 투표거부운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차량 위에 오른 배옥병 운동본부 상임대표는 "나쁜 주민투표를 착하게 거부해서 서울시민의 위대함을 보여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오세훈, #주민투표, #무상급식, #무상급식 주민투표, #투표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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