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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놀러가자."

 

둘째가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돌발적인 제안을 하였다. 언니랑은 이미 합의가 되었고 집사람은 준비에 돌입하고 있었다. 고 3인 막내에게 물으니, 막내의 눈이 동그래진다. 고 3이 무슨 물놀이냐며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 그런 막내가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였다. 물놀이를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더군다나 막내가 단호하게 거절하는데,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여 아이들과 집사람의 비위를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돌발 물놀이.

 

대답을 하지 않고 있는 나에게 집사람이 반 강요한다. 거절하게 되면 실망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못해 대답을 하고 준비를 하였다. 집사람은 고기를 산다, 상추를 씻는다, 분주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어린 아이마냥 즐거워하는 집사람을 바라보는 즐거움 또한 컸다. 물끄러미 집사람을 바라보면서 행복이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둘째가 선발대가 되어 목적지인 운일암반일암으로 출발하였다. 사람들이 밀려들 것이 분명하니, 미리 가서 자리를 선점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운일암반일암은 꽤 이름이 나 있는 피서지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가만히 내버려들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느긋하게 준비를 하고 나서니, 둘째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적지를 바꾸었다는 것이다. 운일암반일암에서 천등산 계곡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돌발 피서답게 융통성이 있어서 좋았다. 목적지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가족이 함께 물놀이를 할 수 있다면 되는 것이 아닌가? 큰 아이는 마트에 들러서 필요한 물건을 사온다고 하였다. 전화가 있어서 수시로 연락을 하니,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시간차를 두고 도착을 하기는 하였지만, 가족 모두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교통이 불편한 때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천등산 계곡은 대둔산 부근이다. 이번 비로 인해 흐르고 있는 물의 양이 좀 많았다. 비가 온 뒤끝이서인지 평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평상 하나에 2만월씩이었다. 가족 모두가 쉬기 위하여 평상 두 개를 잡아두고 있었다. 둘째의 날렵한 솜씨에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자리를 잡자마자 준비한 음식을 펼쳐놓고 고기를 굽기 시작하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야외에서 구워 먹는 고기 맛이 일품이었다.

 

가장 소중한 사람.

 

고기를 굽고 있는 집사람의 모습이나 아이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바로 이들이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거친 세파를 이기고 살아가는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위하여 살아가고 있다. 가족들이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가슴에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돌발 피서의 즐거움이 매우 컸다.<春城>

덧붙이는 글 | 단독


태그:#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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