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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m 높이 크레인에 올라가 200일째 생활하고 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남을 위해서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 올라간 지 24일로 200일째를 맞았다. 그는 올라갈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정리해고 철회 없이는 스스로 내려오지 않겠다고 한다.

 

요즘 부산도 폭염이다. 김 지도위원이 밟고 있는 크레인은 쇠다. 쇠는 겨울이면 더 차갑고, 여름이면 더 뜨겁다. 김 지도위원은 "그늘도 없다. 너무 뜨거워 웅크리고 앉아 있다"면서 "팔이 타서 살결이 벗겨진다. 긴장하고 있어 그런지 특별히 아픈 데는 없다"고 말했다.

 

오는 30일 3차 희망버스가 오는데 경찰은 이를 막을 방침이다. 한진중공업 회사는 물론, 부산광역시와 영도구청은 희망버스 반대 여론을 벌이고 있다. 한진중공업 주변에는 희망버스 반대 펼침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철근 바닥 너무 뜨거워 손도 대지 못할 정도"

 

그런데 한진중공업을 비난하는 펼침막도 내걸렸다. 부산 영도구 '봉래2동 주민'이란 이름으로 "누구를 위한 정리해고인가? 조남호 때문에 못 참겠다"는 내용의 펼침막이 도로에 걸린 것이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희망버스가 와서 평화롭게 손 흔들고 가면 다음에는 안 올 것인데, 못 보게 하고 막으니까 점점 더 간절해지는 것이다. 희망버스를 막으면 문제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85호 크레인과 같은 규모인 84호 크레인을 50m 정도까지 당겨 놓고 로프를 묶어 놓았다. 현재 영도조선소 담장 안쪽에 있어 도로에서도 잘 보이는 85호 크레인을 바닷가 쪽으로 끌고 가 강제진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지도위원은 크레인을 끌고 가거나 진압할 경우 85호 크레인 최고 높이인 100m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고공농성 200일째를 하루 앞둔 23일 저녁 늦게 김진숙 지도위원과 휴대전화로 나눈 대화 내용이다.

 

- 건강은?

"아픈 데는 없다. 긴장 상태다. 아플 수가 없다. 아프면 안 되는 상황이다. 긴장하고 있어 그런 것 같다. 아마도 내려가면 긴장이 풀리면서 크게 아플 것 같다."

 

- 요즘 폭염으로 크레인의 철근 바닥이 굉장히 뜨거울 텐데.

"낮에는 너무 덥다. 땀띠가 났다. 씻지도 못하다 보니 더 그렇다. 말도 못할 정도로 낮에는 후끈한다. 쇠가 너무 뜨거워 신발을 신고 있다. 편안하게 앉아 있을 만한 공간도 없다. 겨울에 올라와 여름이 되었다. 쇠는 겨울이면 차가워서 손을 대지 못할 정도고, 여름에는 반대로 너무 뜨거워서 손을 대지 못할 정도다. 여기는 그늘도 없다. 팔이 타서 살결이 벗겨진다."

 

- 먹을거리는?

"한진중가족대책위에서 올려준다. 그런데 책이나 신문, 스마트폰 배터리는 올라오지 않는다. 회사는 계속 신경을 건드린다. 제한하는 게 많다. 물은 빈 병을 내려주어야 올려주는 방식이다."

 

- 고공농성 200일째인데.

"겨울에 올라왔다. 봄을 지나 여름을 지내고 있으니 올해를 다 보낸 셈이다. 날짜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 올라온 지 34일째부터 날짜를 세지 않았다. 오히려 길어지면서 조합원들이 힘들어 하고, 가족들도 그렇다. 제가 겪는 어려움보다 그들은 더 힘들 것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프다. 시간 지나면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은 법적 보장된 노동조합 사무실 출입도 못하고 있다. 거리에서 노숙하다시피 하는데 마음이 아프다."

 

"크레인 끌고가려 하면 최고 높이인 100m까지 올라갈 것"

 

 

- 처음 크레인에 올라갈 때 오래 걸릴 것이라 예상했는지?

"시간은 별로 생각 안 하고 올라 왔다. 며칠 만에 끝날 것이라 예상은 하지 않았다. 정리해고 철회될 때까지 여기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

 

- 많은 시민들도 걱정하지만, 형제나 가족들도 힘들어 할 것 같은데.

"요즘은 형제나 친척들이 전화를 하면 아예 받지 않는다. 울면서 전화해서는 빨리 내려오라고 했다."

 

- 84호 크레인을 비롯한 지금의 주변 상황은?

"회사는 지난 20일 바닷가 쪽에 있던 84호 크레인을 가까이 끌고 와서 85호 크레인과 로프로 연결했다. 지금도 85호 크레인에는 로프로 묶어 놓았다. 84호는 지금 작업을 위해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며 로프로 연결해서 85호 크레인을 끌고 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렇게 한다면 최고 높이인 100m까지 올라갈 것이다."

 

- 오는 30일 3차 희망버스가 온다. 반대 여론도 있는 것 같은데.

"사회적으로 부각되고 참가자 수가 늘어나니까 무조건 진압하려고 한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더 오는 것이다.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는데, 여기에 자꾸 기름을 붓는 것 같다. 부산시와 영도구청이 하는 형태를 보면, 관제 데모 비슷하게 조직하는 것 같다. 영도구청에서는 '희망버스 반대' 현수막 문안을 써서 보냈다. 독재정권 때나 있을 일이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 갈등을 점점 더 조장하고 있다.

 

부산시장은 정말로 중재자 입장에서 중재하지 않고 사측 입장만 대변한다. 더구나 부산경제에서 한진중공업은 큰 역할을 차지한다. 고용의 문제 아니냐. 한진중공업에서는 불과 2년여 사이 (노동자가) 3000명 정도 줄었다. 그런 문제를 계속 방치하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희망버스를 평화롭게 하면 된다. 희망버스가 여기 와서 손을 흔들고 가면 다음에는 안 올 것이다. 못 보게 하고 막으니까 점점 더 간절해지는 것이다. 영도조선소 앞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수업권 방해라는 주장도 하더라. 요즘은 방학인데 말이다."

 

- 청와대도 희망버스를 두고 '훼방'이라고 했다는데.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청와대의 시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사회적으로 커지고 이슈화가 된 것에 대해, 청와대가 자각해서 중재를 하거나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은 국회 청문회에 나오지도 않고 해외에 나가 한 달 넘게 도피하고 있다. 조남호 회장을 청문회에 출석시키는 게 노동자를 살리는 길이다. 그런데, 비아냥거리듯이 해서 문제 해결이 되겠나."

 

- 한진중공업 사측은 85호 크레인 농성으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다며 매일 100만 원씩 배상을 청구했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지금까지 금액이 2억 원인데?

"답이 없다. 싸워서 이겨야 한다. 그것 때문에도 더 못 내려간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3차 희망버스를 막으면 문제가 더 커진다. 평화적으로 잘 마무리 하도록 해야 한다."


태그:#김진숙 지도위원,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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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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